현대차 등 수천대 생산차질 불가피···"명분·원칙 없는 불법파업"

양종곤·이건율 기자 2024. 12. 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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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파업에 멍드는 산업계
민주노총 지침따라 7만명 참여
근로조건 대신 '尹 퇴진' 요구
찬반투표 등 적법절차 안거쳐
11일부터는 무기한 파업 엄포
임단협 끝난 현대차 등 또 발목
살아나던 車 수출에도 악영향
5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정치 파업’이 공공에서 민간 부문으로 번지고 있는 데 대해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뚜렷한 해결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금속노조 등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내걸고 있는 건 현 정권의 퇴진이다. 노동·정부·여당 사이 갈등이 연계된 만큼 노사가 대화·타협 등 상호 문제를 해결하는 민간 사업장의 파업과는 해법 자체가 다르다. 경제·산업계에서 파업 장기화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거나 ‘생산 차질로 피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산하인 현대차와 한국GM·현대모비스·발레오만도 등 주요 사업장이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금속노조 상급인 민주노총의 무기한 총파업 지침에 따라서다. 노조들은 5일과 6일 양 일간 2시간씩 전 조합원이 생산을 멈추고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한다. 금속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이 10일까지 퇴진하지 않을 경우 11일부터 파업 강도를 훨씬 높여 무기한 전면 파업에 나선다. 금속노조는 파업 규모가 더 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속노조 측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조합원 7만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며 “총파업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3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철회 이후 민주노총의 파업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민주노총은 올해 총파업을 하지 않고 시민단체 연대 집회와 정책 토론을 중심으로 정권 퇴진 운동을 해왔다. 올해 민주노총 파업은 철도노조·서울지하철노조·학교비정규직노조 등 공공 부문 파업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계엄 선포 사태 이후 금속노조가 파업에 나서면서 민주노총 파업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파업들은 불법성이 더 짙은 정치 파업이다. 현대차의 경우 이미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 타결됐다. 추가 파업은 근로 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한 파업이 아니라는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 또 현대차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조합원 찬반투표 등 적법한 파업 절차를 밟지 않았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합법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이 있는 사업장은 약 100곳이다. 약 400곳은 현대차처럼 쟁의권이 없다. 하지만 이들 사업장도 정치 파업에 나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현대차 파업은 법에서 정한 목적에 어긋나고 절차도 지키지 않은 불법 파업으로 볼 수 있다”며 “임단협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일어나는 파업은 기업(사측)이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현대차·한국GM 노조의 파업을 두고 ‘제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완성차 노조의 정치 파업이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우려해왔다. 가장 최근 벌어졌던 정치 파업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퇴진 촉구 파업이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이번 부분 파업과 동일하게 하루 2시간씩 부분 파업을 강행했다. 한 해에만 24번의 부분 파업을 진행하며 약 3조 원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 2003년 비정규직법, 주 5일 근무제 촉구 파업 등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살아나던 차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철도노조의 파업은 시민 불편을 물론 육상 물류에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전체 열차의 평균 운행률은 평시의 78% 수준으로 떨어졌다. 화물열차는 이 비율이 41%로 절반 이하다.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당연히 피해가 더 누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과 노조 지형을 양분하는 한국노총도 파업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산업계의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는 전일 대표자 회의를 열고 퇴진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42개 지부 내 조합원 10만여 명을 둔 금융권에서 대형 노조다. 단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처럼 전체 총파업을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정권 비판 수위를 정권 퇴진으로 올리고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의 사회적 대화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장 본부장은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따라 여러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런 변화와 위기 땐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답답해했다.

양종곤·이건율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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