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헌법연구관 이석연 “윤 대통령 탄핵은 지극히 헌법적…비상계엄이 헌정중단”

박순봉 기자 2024. 12. 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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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무슨 일 할지 몰라”
이석연 전 법제처장 경향신문 자료 사진

‘1호 헌법연구관’이자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는 5일 “탄핵은 헌법 외적인 비상 상황을 막기 위한 헌법의 자기 통제적 장치”라며 “비상계엄으로 헌정중단 사태를 야기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그대로 있다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며 “군을 움직여서 북한 쪽으로 미사일을 쏜다든지 하면 전면전”이라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대통령 탄핵은 헌정 중단이 아니라고 했다.

“헌정 중단이라는 것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이나 헌법에 의해서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을 훼손하는 것을 말한다. 탄핵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서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 위법·위헌 행위를 묻는 것이기 때문에 지극히 헌법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인용·기각 결정에 따라서 대통령이 파면되거나 돌아오는 것 자체도 지극히 헌법적인 상황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야말로 더 큰 헌법 외적인 비상 상황을 막기 위한 헌법의 자기 통제적 장치다.”

-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 헌정중단을 일으킨다며 반대한다.

“탄핵은 지극히 헌법적인 상황인데, 이걸 가지고 ‘헌정중단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국민을 상당히 오도시키고 탄핵 분위기를 막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정치인들 특히 국민의힘 사람들이 헌정중단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 탄핵은 안 된다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인용 결정이 내려지니까 순조롭게 정권이 이양됐다. 탄핵은 헌정중단과 관계없는 얘기인데 국민들한테 혼선을 줌으로써 탄핵을 막아보자는 그런 정치적 주장이 들어있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오늘 국민의힘 젊은 의원 5명이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하면서 탄핵으로 가면 국정 마비가 될 수 있다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탄핵이 되어도 권한대행이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국정 마비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정중단에 해당하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오히려 헌정중단이다. 명백히 헌법이 정한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빠뜨렸다. 포고령도 헌법 위에 있다. 포고령은 1조부터 헌법이 정한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고 돼 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 권한은 막을 수가 없다. 초법적인 포고령으로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거다. 비상계엄이라는 것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하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에서는 금하지 않는 국회의 권한에서 손을 대고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막는 내용이 담겼다.

-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실이 헌법 안에서 계엄선포가 이뤄졌다고 하면 궤변이다. 지금이 공공 안정질서를 병력으로서 유지할 필요가 있을 만큼 절박한 때인가. (사전 국무회의 심의라는 절차만 거치면 된다고 하면)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무조건 평상시에도 비상계엄 선포할 수 있고, 비상계엄을 정적 제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무서운 발상인가. 사전 국무회의도 밤 늦게 몇 사람 불러가지고 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대통령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게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게 대통령실이 발표하는 것은 지나치게 국민 의식 수준을 폄훼하는 것이다.”

- 윤 대통령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나.

“대통령은 탄핵 전에, 탄핵 의결 전에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저는 탄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민주당을 혼내주고,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 했다’고 하는데 이건 실패한 쿠데타다. 나는 4년 중임제로 가고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개헌을 주장해왔는데 이제는 그걸 주장할 상황도 아니다. 이제는 대통령이 물러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용납을 안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분명히 내란 행위에 해당된다. 윤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서 ‘내란죄에 해당된다면 나는 처분을 달게 받겠다’고 해야 한다.”

- 윤 대통령이 다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보나.

“윤 대통령이 그대로 있다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내가 걱정스럽게 예측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가령 진짜 계엄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을 움직여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말 잘 듣는 사람이나 혹은 군을 움직여서 북한 쪽으로 미사일을 쏜다든지 하면 북한이 가만히 있겠느냐. 이 경우 전면전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전시 상황이 될 수 있고 그때는 계엄 선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 업적이 엄청난 타격을 입고 몇십 년을 후퇴한다. 지금 대통령이 정상적인 판단을 한다면 계엄을 선포 못 하는데 (그럼에도 계엄을 선포하는 그런 상황도) 나는 걱정이 된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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