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공유 "동질감 느낀 캐릭터…사랑의 어두운 면 담아"

오명언 2024. 12. 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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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에 발목 잡힌 한정원 역…'도깨비' 이후 슬럼프 겪기도
비상계엄 사태에 "영화로만 봤던 일 현실로, 믿기지 않았죠"
배우 공유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저는 그렇게 밝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평소에는 힘드니까 내려놓고 살던 감정을 끄집어내서 한정원이라는 캐릭터에게 입혔죠."

배우 공유에게 관심이 많은 팬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시청자는 그를 밝고 장난기 많은 사람이라고 짐작할 듯하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보여준 특유의 능글맞으면서도 익살스러운 연기가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에서 보여준 건조하고 피폐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듯한데,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공유는 직접 경험했던 감정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트렁크' 속 한정원은 어릴 적 트라우마에 발목 잡혀 한 치도 성장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 인물이다. 하루도 약 없이는 잠들지 못할 만큼 정신이 위태위태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유는 "대본을 봤을 때부터 정원이에게 마음이 갔다"며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한번 깊게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되짚었다.

그는 "정원이의 상처에 연민과 동질감을 느꼈다"며 "누구든 마음속 깊은 곳에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아픈 부분이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드라마는 각자의 이유로 마음이 상처투성이인 한정원과 노인지(서현진 분)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사랑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기간제 결혼을 하게 된 남녀가 점차 진짜 사랑을 하게 된다는 설정 자체는 익숙하지만,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에서 겪는 날 것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다뤄낸다는 점에서 여느 로맨스 드라마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배우 공유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유는 "영화나 드라마 속 사랑 이야기는 보통 미화돼 판타지처럼 그려지는데, 그와 달리 사랑의 어두운 면을 얘기하는 이 작품에 끌렸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 드라마는 '네가 믿는 사랑이 뭐니?'라고 질문하는 작품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상대를 통제하려는 소유의 사랑이 있다면, 사랑할 때 느끼게 되는 사사로운 감정에 더 성숙하고 의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존재의 사랑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소유의 사랑이 어떻게 관계를 망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1999년 모델로 활동을 시작한 공유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여왔다. 로맨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도깨비'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공유는 '도깨비' 이후 슬럼프를 경험했다며 "힘들다는 걸 모르고 계속 무리했던 게 화산이 폭발하듯이 한 번에 터졌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배우 공유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끊임없이 잡생각이 드니까, 제 생각에 함몰되지 않으려고 애썼다"며 "어떻게든 단순해지려고 몸을 최대한 움직이면서 그 시기를 이겨냈다"고 돌아봤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려고 발버둥 쳤는데,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줬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팠던 만큼 단단한 굳은살이 생겼고,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도 터놓고 얘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러 흥행작을 탄생시키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던 공유는 "이제 마음이 진정으로 끌리는 작품을 골라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을 홍보하면서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고, 없는 얘기를 하는 게 불편해서 도통 신이 나지 않은 적도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이란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꼈죠. 역할의 비중보다 '이 이야기가 진정 궁금한지'를 기준으로 작품을 보고 있어요."

배우 공유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유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 3~4일에 벌어진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를 바라본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 오전 스케줄이 있었는데, 새벽에 일이 터지고 아무것도 못 했다"며 "해제될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불안감에 휩싸인 채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영화로만 봤던,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 된 상황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보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 예정됐던 '트렁크' 주연 배우 서현진의 라운드 인터뷰는 비상계엄 여파로 6일로 연기됐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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