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소금사막의 피라미드, 눈보라에도 꿋꿋한 벌판의 나무들...올해의 풍경사진

박근태 과학전문기자 2024. 12. 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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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풍경사진공모전 수상작
소금사막에 솟아 오른 원뿔(Cono de Arita in the Salar de Arizaro) /앤드루 미엘진스키/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한 사진가가 남미 안데스 산맥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찍은 화성의 모습과 유사한 낯선 풍경을 찾아냈다. 작가는 아르헨티나 북서부 아타카마 사막의 아리사로 소금평원(해발 3690m) 위로 우뚝 솟은 원뿔 모양 화산인 ‘코노 데 아리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리타는 원주민어로 ‘날카로움’을 뜻하는 말이다. 어두운 갈색과 완벽한 원뿔 모양을 띤 이 화산은 높이는 200m, 지름은 800m로 화산암과 소금으로 이뤄져 있다. 화산은 분화구도 없고 용암을 분출하지도 않으며 지하 마그마의 운동으로 우뚝 솟아 올랐다. 바닥의 흰 소금 사막과 대비되며 더욱 생생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국제풍경사진공모전(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북부 소금 사막에 우뚝 솟아 있는 원뿔 모양 화산을 찍은 앤드루 미엘진스키(Andrew Mielzynski) 작가를 올해의 사진가에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이 상은 세계 곳곳의 놀라운 풍경을 카메라 렌즈에 담는 사진가와 작품을 발굴해 시상한다. 최소 4장의 출품작을 평가하는 올해의 사진가상을 비롯해 올해의 사진상과 분야별로 우승작을 선정한다. 올해는 전 세계 사진작가들이 3643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선정위원회는 “많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큰 기대를 안고 촬영지를 찾고 있지만 현지에서 자연광의 부조화, 비행기 연착, 심지어 자동차 타이어 펑크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번에 선정된 작품들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작가들의 인내심과 결단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장엄하고 신비로운 눈 세계, 화성 같은 지구 모습 담아

겨울 미루나무 숲(Winter Cottonwoods) /앤드루 미엘진스키/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
시골길 옆 얇게 언 도랑(Thin ditch ice along a country road) /앤드루 미엘진스키/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 Photographer of the Year
눈폭풍 속 겨울 느릅나무(Winter Elm in Snow Storm) /엔드루 미엘진스키/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올해 사진가상을 받은 캐나다 출신의 미엘진스키 작가는 이번 대회에 ‘코노 데 아리타’를 포함해 모두 작품 4건을 출품했다. 작가는 남미뿐 아니라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주로 작품 활등을 펼치고 있다. 온타리오는 수많은 호수와 강이 둘러싼 광대한 지역으로 캐나다 경제 중심이다.

작가는 캐나다 온라리오주 토론토의 한 숲에서 겨울 아침 눈옷을 껴입은 미루나무들을 찍었다. 겨울 미루나무는 오래 전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작품 소재로 선호해왔다. 해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크고 작은 눈폭풍을 겪는다. 간밤의 격렬한 눈폭풍이 지나간 어느 겨울 아침 작가는 숲 속을 거닐다가 온통 눈을 뒤집어쓴 나무들을 발견했다. 강한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던 눈이 나뭇가지들을 감싸 안았다. 나무껍질에 촘촘히 박힌 눈이 묘한 질감을 보인다. 눈폭풍이 언제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고요하며 평화롭다.

작가는 어느 겨울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대호 인근 히스코트의 도로변을 지나다가 우연히 도랑에서 독특한 기하학적 문양을 발견했다. 물이 가득 찬 도랑은 때마침 추위로 꽁꽁 얼어붙었고 표면에는 역동적이고 추상적인 형태가 나타났다. 맑은 하늘과 뚝 떨어진 기온 조건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질감과 패턴, 색상을 연출했다.

온타리오는 평소 남쪽 지역은 겨울은 습하고 여름은 따뜻한 반면 북쪽은 아북극 날씨를 보인다. 온타리오주 미포드에선 3월에도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작가는 눈발이 흩날리는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느릅나무의 고고한 모습을 포착했다. 우아하고 장엄하기까지 한 모습이 느릅나무가 겪는 고통을 말해주는 듯하다. 느릅나무는 겨울에 잎이 지는 큰키나무로 20~30m쯤 자란다. 캐나다에선 온나리오주부터 동부 퀘벡주, 미국과 멕시코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살고 있다. 최근 느릅나무는 딱정벌레가 퍼뜨린 곰팡이병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느릅나무가 이미 이 병에 걸려 죽었다.

원뿔 모양의 화산 '코노 데 아리타' /이그내시오 팰러시어스/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부석밭(Pumice Field) /이그내시오 팰러시어스/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올해의 국제 풍경 사진가상 2위와 3위는 각각 호주 출신의 이그내시오 팰러시어스(Ignacio Palacios)와 루마니아 출신의 게오르게 포파(Gheorghe Popa) 작가에게 돌아갔다. 팰러시어스 작가는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투르크메니스탄의 화산과 사막을 찾아다니며 지구의 지질 시대 역사를 찾아 나선다. 작가는 아르헨티나의 라푸나 지역의 부석(화산이 폭발할 때 나오는 분출물 중에서 다공질의 지름이 4㎜이상의 암괴) 밭 일대와 볼리비아 알티플라노의 실로일리 사막, 투르크메니스탄의 양이칼라 협곡이 햇빛을 받아 신비롭게 빛나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들로 2위에 올랐다.

가라앉은 나무의 속삭임(Whispers of the Sunken Trees) / 게오르게 포파/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독이 든 아름다움(Poisoned Beauty) /게오르게 포파/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포파 작가는 동유럽 국가인 루마니아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계절 풍경을 담은 연작 시리즈로 3위를 받았다. 루마니아에서 가장 큰 자연댐 호수인 쿠에델 호수의 겨울을 비롯해 루마니아의 생물 다양성 보호 지역인 바나토리 국립공원의 초가을, 아푸세니산맥의 부유한 마을이었지만 이제는 산업폐기물 투기를 위해 수몰된 게아마나 마을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출품했다.

◇딱 한 번만 볼 수 있는 빛의 궤적, 춤추는 나무들

빛의 궤적(Traces of light) /이리에 료헤이/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

한 작품만 평가하는 ‘올해의 국제풍경사진상’을 받은 일본 출신의 이리에 료헤이(Ryohei Irie) 작가는 일본 혼슈 최서단의 야마구치현의 죽은 나무들의 숲에서 반딧불이들이 내뿜는 빛을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는 선 채로 죽은 나무들과 반딧불이가 자아내는 신비로운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사진을 찍으려고 수년 간 반딧불이 성체가 나타나는 8~9월 같은 장소를 찾았는데 매번 빛 강도와 길이, 나는 위치가 달라서 전혀 다른 작품이 나온다는 점에 더 매료됐다고 했다.

어머니의 보살핌(Mother Care Framing) /저스티누스 수코조/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흐름(The Flow) /히마드리 부얀/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

2위를 차지한 인도네시아 출신의 스티누스 수코조(Justinus Sukotjo)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왈라키리엔 해변에 늘어선 수십 그루의 맹그로브 나무를 찍었다. 동화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말도 하고 행동하는 나무처럼 보인다. 해마다 이 해변에는 이들 나무를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매일 일몰 때면 바닷물이 빠지면서 나무의 뿌리가 드러나는데 마치 사람이 몸을 기괴하게 흔드는 것처럼 보여서 ‘춤추는 나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마주한 인도 동부 소라 지역은 강과 폭포, 동굴과 안개의 땅이다. 현지인은 체라푼지라고 부르는 이곳은 비가 많이 오지만 꽤 인기 있는 관광지로 떠올랐다. 인도 사진 작가 히마드리 부얀(Himadri Buhyan)은 인도에서 가장 높은 폭포이자 이곳의 명물인 노칼리카이 폭포(높이 340m)가 자아내는 한밤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다.

◇ 노을에 물든 사막, 하룻밤 동안의 우주쇼

햐안 넥타이 어페어(White Tie Affair) /프리츠 럼프/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최후의 모래언덕(The final dune) /벤야민 바라캇/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국제풍경사진공모전 선정위원회는 ‘올해의 사진가와 작품 외에도 흑백사진·항공·눈과 얼음·숲·흥미 진진한 하늘 부문의 특별상도 선정했다. 흑백사진 부문에서 특별상을 받은 미국의 사진가 프리츠 럼프(Fritz Rumpf)는 ‘죽음의 사막’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모래 언덕들의 경사면에 나타난 빛과 그림자를 예술적으로 포착했다. 경사면에 따라 사막에 내리꽂힌 햇빛과 그림자의 명암이 뚜렷하게 대비된 모습이 이색적이다.

스위스 사진 작가 벤야민 바라캇(Benjamin Barakat)은 깊은 밤이 찾아오기 전 아프리카 서부 나미비아 사막을 카메라에 담았다. ‘최후의 모래언덕’으로 이름 붙은 이 작품은 해 질 녘 노을빛이 마지막으로 모래언덕을 물들이는 모습을 담고 있다. 깊은 사막의 밤이 찾아오기 전 수평선 너머로 끝없이 이어진 모래언덕이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얼음 소용돌이(Isþyrlu, Ice Swirl) /예로엔 반 니에우벤호프/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아이슬란드 사진가 예로엔 반 니우벤호프(Jeroen Van Nieuwenhove)는 눈과 얼음 부문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그린란드 동부의 외딴 지역인 스코어스비 순드는 험난한 자연과 웅장한 빙산의 땅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여행하기란 매우 어려워서 7월부터 9월까지만 접근이 허락된다. 작가는 지난 2023년 8월 어렵게 팀을 이뤄 이곳으로 탐험 여행을 떠났고 이곳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얼음 소용돌이 현상을 포착하는 행운을 얻었다.

안개 속을 나는 반딧불이(Fireflies flying in the misty) /셜리 웡/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오로라와 별똥별쇼, 그리고 다른 멋진 것들(Aurora, meteor shower and other cool stuff) /페데리코 델루치/2024 International Landscape Photographer of the Year

숲 부문 우승은 대만의 사진 작가 셜리 웡(Shirley Wung)이 대만 북부 산악지역인 신주 우펑의 한 숲에서 안개가 피어 오른 가운데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촬영한 사진에 돌아갔다. 흥미 진진한 하늘 부문 특별상 수상자인 페데리코 델루치(Federico Delucchi)는 하룻밤 동안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대인 로카 라 메하 하늘에서 벌어진 모든 천문 현상을 사진 한 장에 담았다. 장시간 노출 방식으로 촬영된 사진에는 수많은 별을 배경으로 오로라를 비롯해 별똥별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참고 자료

국제풍경사진전 웹사이트 https://www.internationallandscapephotographer.com/index.php/previous-years/2024-top-202-ent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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