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농사서 탄소 줄이고 크레딧 거래까지…그리너리가 바꿀 세상

박수현 기자 2024. 12. 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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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는 농업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기관, 민간기업, 서울대와 협업해 경기 파주시와 전라남도 해남군 논 13만6847평에서 논물관리를 하는 저탄소 농업을 장려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 감축량을 산정하기로 했다.

황 대표는 "기후위기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게 물이다. 물은 지역 간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한 지역에 있는 자원을 아껴서 나눠쓸 수밖에 없다"라며 "한국은 논농사 뿐만 아니라 산업 자체가 물을 많이 쓴다. 한 지역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오면 주변 논이 쓸 물을 다 끌어와서 쓰기 때문에, 저탄소 농업은 산업과 농업의 공생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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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식 그리너리 대표 인터뷰
기후테크 기업 그리너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등과 함께한 논물관리 저탄소 농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기 파주시의 한 논에 설치된 논물수위 센서. /사진제공=그리너리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는 농업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농업은 수렵과 채집으로 떠돌던 인류를 정착시켰지만, 동시에 온실가스를 발생시켜 기후 변화를 앞당기기도 했다. 특히 한국은 메탄 발생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논농사가 전체 식량작물 재배면적의 78%를 차지한다. 이에 국내에서도 2030년까지 농업 분야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정부기관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행동에 나섰다. 저탄소 농업을 장려하고 농민들이 관련 사진을 찍어 제출하면 직불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탓에 논물관리도, 정확한 온실가스 감축량 측정도 어려웠다.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하고 탄소 크레딧 발행까지 계획해 저탄소 농업 프로젝트에 나선 황유식 그리너리 대표를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그리너리의 저탄소 농업 프로젝트, 논물관리에서 탄소 크레딧 발행까지
그리너리 연혁.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2021년 설립된 그리너리는 탄소 감축 프로젝트 기획을 비롯해 △탄소 크레딧 인증센터 △기후 컨설팅 △LCA(전 과정 평가) 시스템 제공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후테크 기업이다. 2022년 4월22일에는 지구의 날을 맞아 국내 최초로 자발적 탄소 크레딧 인증센터인 팝플(POPLE)을 오픈,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논물관리를 통한 저탄소 농업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지난 6월부터였다. 정부기관, 민간기업, 서울대와 협업해 경기 파주시와 전라남도 해남군 논 13만6847평에서 논물관리를 하는 저탄소 농업을 장려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 감축량을 산정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데이터 플래그십 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비를 지원했다.

그리너리는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던 논물관리를 온라인으로 끌어왔다. 온실가스 감축량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위해 논에 논물 수위 센서를 설치, 센서로 실측한 데이터로 물의 높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물'이다. 황 대표는 "논농사에서 메탄이 생성되는 주원인은 상시담수(물을 채운 상태) 농법"이라며 "전통적인 농사에서는 논에 물을 채워 담수 상태를 유지하는데, 물이 논 표면을 덮으면 산소가 차단돼 토양 내부가 무산소 상태로 변하면서 메탄이 생산된다. 이때 생성된 메탄이 대기로 방출되거나 논 토양과 물 계면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저탄소 농업에 참여하는 농민들은 중간물떼기(벼 생육 중간 단계에서 논물을 일시적으로 빼서 논을 건조시키는 것)와 논물 얕게 대기를 통해 메탄을 감축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중간 물떼기는 상시담수 대비 온실가스를 약 25.2%, 논물 얕게 대기는 63%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황 대표는 "논 1헥타르(약 3025평)당 메탄가스 0.9톤을 감축할 수 있다"고 했다.

탄소 감축뿐만 아니라 물 절약 효과도 크다. 황 대표는 "기후위기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게 물이다. 물은 지역 간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한 지역에 있는 자원을 아껴서 나눠쓸 수밖에 없다"라며 "한국은 논농사 뿐만 아니라 산업 자체가 물을 많이 쓴다. 한 지역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오면 주변 논이 쓸 물을 다 끌어와서 쓰기 때문에, 저탄소 농업은 산업과 농업의 공생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리너리는 이달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논물관리를 통해 저탄소 농법을 실천할 수 있는 플랫폼인 논365를 출시할 예정이다. 플랫폼을 통해 농민들은 실시간 논물 수위를 확인하고 논물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수집하는 논물 수위, 기상 및 토양 데이터가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에 활용돼 탄소 크레딧 발행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리너리 "선제적인 탄소 감축으로 '한국형 감축 시장' 모델 만들겠다"
황 대표는 '트럼프 2.0 시대'에도 친환경을 향한 기업들의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행정부가 세계적인 흐름인 2050 넷제로(Net Zero)를 완전히 바꿔놓을 순 없을 것"이라며 "미국 지역기업이 일부 편승할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저탄소 산업으로 가는 흐름을 유지하는 유럽과 아시아를 고려해 그와 별개로 대비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리너리는 프로젝트와 별개로 지난 10월 탄소 감축을 향한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내놨다. 제품의 원료 채취부터 제조, 운송,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전과정 평가 시스템인 '엔비온'이다. 그리너리는 기후 컨설팅 경험을 담아 만든 엔비온에서 기업들이 제품 생애주기별 환경영향평가와 공정별 탄소 배출량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황 대표는 "지금까지 국내 기업은 기후 변화 대응 요구에 보수적인 입장이었다"며 "그리너리는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도우면서, 선제적인 탄소 감축을 통해 '한국형 감축 시장'이라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 이것이 글로벌 모범 사례가 돼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리너리의 장기적인 목표"라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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