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가 바다에 갔는데 고래한테 잡아먹히면 어떡해?"

전아름 기자 2024. 12. 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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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추천도서 발표..「고래에게 잡아먹히면 어떡하지?」 등 8권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작은 탐험 : 꼼은영 그림책」 꼼은영 지음, 2023. ⓒ산책길

파도 너머 흔들리는 섬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 세 아이는 탐험을 시작한다. 강아지와 함께 바다를 건너 도착한 섬은 마치 누군가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착한 탐험지에서 아이들은 서로 도우며 산을 오르고, 동굴로 들어가고, 수풀을 헤엄친다. 뛰고, 오르고, 매달리다가도, 어느샌가 철퍼덕 누워 쉬는 모습은 미소를 짓게 한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 안에서 두려움 없이 자유로운 아이들의 움직임이 해방감을 주는 작품이다.

책 속에 숨겨진 것들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바다 게와 갈매기, 산양과 사슴, 그리고 각종 곤충들까지... 다양한 생물들이 페이지마다 담겨 있다. 아이들과 함께 섬 이곳저곳을 살피느라 정신이 팔려 꼬리만 겨우 보이는 반려견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세 어린이와 강아지는 선으로, 자연물들은 다채로운 색감의 면으로 표현되어 서로 다른 느낌을 주면서도 잘 어우러진다.

탐험이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결국 탐험하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과 연결됨을 작가는 말한다. 거창하거나 대단한 모험이 아니라 가까운 곳을 살피는 따뜻한 탐험을 그리고 있기에 책의 제목이 '작은 탐험'이 아닐까. 곁에 있는 이들의 온기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펭귄 탐험대의 모험 : 남쪽 섬의 비밀」 사이토 히로시 글, 다카바타케 준 그림, 김숙 옮김, 2023. ⓒ창비

기다란 카누를 타고 열 마리의 펭귄이 따뜻한 남쪽 섬에 도착한다. 펭귄들은 "에야디야 에야디야 영치기 영차"를 외치며 기운차게 언덕을 오른다. 열심히 걷다가 무서운 사자를 만나도 "우리는 펭귄 탐험대다," 라고 대답할 뿐 거들떠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펭귄을 보고 궁금증이 든 사자는 펭귄들을 뒤따라간다. "에야디야"를 외치며 앞으로 나아가다 풀숲에서 몸이 긴 비단뱀을 만난다. 계속해서 펭귄들은 앞으로 전진한다. 뒤로는 사자와 비단뱀이 뒤 따르며 넓은 강에 도착한다. 강에는 악어가 살고 있었지만 펭귄 탐험대는 신경쓰지 않고 물에 뛰어들어 강을 건넜고 그 뒤로 사자와 비단뱀과 악어가 뒤따른다. 그들은 섬에 사는 사자도 비단뱀도 악어도 처음 와보는 산꼭대기에 도착하지만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무서운 공룡이 나타나고 화산이 터진다.  숨어버린 사자, 비단뱀, 악어와 달리 펭귄들은 무던히 섬을 둘러보고 다시 길을 나선다. 펭귄 탐험대의 모험에는 장애가 없고 일상적인 것에서도 새로운 다른 발견이 이어지며 그것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된다.

일본에서 동화 시리즈로 유명한 펭귄시리즈를 각색하여 나온 그림책으로 다채로운 원색의 색감은 그림책에 몰입감을 더한다. 동물들의 특징을 잘 살린 묘사와 표정들은 하나하나 자세히 볼수록 새로운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댄 야카리노 지음, 김경연 옮김, 2023. ⓒ다봄

어린 시절, 공부가 하기 싫을 때면 책이 사라져버리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책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이 상상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이다. 책이 사라진 세계에 살고 있는 주인공 '빅스'와 그의 용기 있는 모험을 통해 책이 우리 삶에 주는 의미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빅스가 사는 세상은 책도 개성도 사라진 세상이다.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헬멧을 쓰고, 눈들의 존재에 의해 도움과 통제를 받는다. 어디론가 이동하는 과정부터 학교에서 읽을 것을 고르는 것, 심지어 양치질까지 눈들의 도움을 받고, 누구와 무얼 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감시받는다. 편안해 보이는 사람들과 달리 빅스는 이런 세상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그는 자신을 향한 감시를 피해 도망가다가 지하 도시라는 뜻밖의 공간을 발견한다. '책'이라는 것을 처음 본 빅스는 수많은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잃어버린 주체성과 자율성을 찾아가는 모험을 시작한다. 빅스의 모험은 어떻게 될까? 

각자의 스마트폰 속 세상과 알고리즘이 익숙한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작가가 보여주는 책이 사라진 세상은 꽤 현실감 있게 읽힐 수 있다. 선택의 연속인 삶 속에서 가장 좋은 선택으로 이끌어주고, 나와 주변 환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빅스의 모험을 함께 하며 스스로 찾을 수 있길 바란다.

「고래에게 잡아먹히면 어떡하지?」 수산나 이세른 글, 로시오 보니야 그림, 김정하 옮김, 2024. 우리학교

낯선 곳에 가거나 새로운 일을 하며 불안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 어른은 그럴 때,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상상력이 풍부한 '마르틴'은 지나치게 많은 걱정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여러 번 포기한다. 불안해진 마르틴은 '그런데 만약에?'라고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언제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지만 마르틴은 안심하지 못한다. 아이들이라면 손꼽아 기다리는 소풍날이지만 마르틴은 만약 자신의 머리에 솔방울이 떨어질 수 있다며 소풍을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엄마는 마르틴의 질문에 눈높이를 맞춰 다람쥐들이 내려와서 머리에 도토리 연고를 발라주고 멋진 곡예도 보여 줄 거라 답해준다. 만약에 고래가 자신을 삼켜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에 엄마는 고래 배속에는 커다란 도시가 있으며 그 도시에는 색색의 물고기들과 바다의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제페토를 찾고 있는 피노키오도 만날 수 있을 거라 말해준다. 계속된 마르틴의 상상에 엄마의 답변은 즐거운 모험이 되어 돌아온다.

엄마의 사랑이 담긴 반응은 마르틴의 불안을 즐거운 호기심으로 변화하게 한다. 마지막 마르틴의 변화를 기대해도 좋다. 불안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해답 같은 이야기다.

「달빛초등학교 귀신부」 임정순 글, 김푸른 그림, 2023. ⓒ웅진주니어 : 웅진씽크빅

100년 된 초등학교 화장실에 잠들어 있던 '측신'이 깨어났다. 귀신에 대한 호기심 많은 달빛초등학교 '귀신부' 아이들이 어느 날 화장실 귀신이 적어놓은 낙서를 발견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수세식으로 바뀐 화장실이 싫어 창고로 바뀐 뒷간에 머물러 살던 측신이 더 이상 아무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자 지루함에 못 이겨 아이들을 유인한 것이었다. 자신을 찾아오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낙서를 보고 과연 아이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오싹함을 불러오는 화장실 귀신과 펼치는 아이들의 아찔한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작은 실수와 오해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어려운 집안 사정에 남몰래 고민하던 아이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무서움을 무릅쓴다. 그리고 제 발로 귀신을 찾아가 용기 있는 고백을 전한다. 작가는 소원을 이루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결국은 자기 자신임을 보여준다. '측신'이라는 낯선 이름의 귀신 소재 이야기이지만 단순히 무서운 존재는 아니다. 알고 보면 겁 많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개구쟁이에다 아이들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못하는 정 많은 캐릭터로 그려낸 점이 신선하게 읽힌다. 책장을 다 넘기고 나면 무섭기만 했던 화장실 귀신이 어느새 친근하게 느껴질 것이다.

「구불구불 지도의 역사가 궁금해」 글터 반딧불 지음, 방승조 그림. 2024. ⓒ꼬마이실 : 이론과실천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 익숙하지 않은 장소를 처음 찾아갈 때, 먼저 찾는 '지도'. 오늘날 우리가 보는 지도는 끝없는 호기심과 용기를 가지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 모험가들에 의해 차곡차곡 기록된 결과물이다. 는 지도가 무엇이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보여준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진흙판에 그려진 지도부터 그리스의 프톨레마이오스 지도, 중세 유럽과 이슬람 문화권, 중국의 지도, GPS 등 현대의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폰의 지도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지도의 발전사를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축척, 방위, 위도와 경도, 등고선 등 지도를 만들 때 필요한 규칙을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지도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대항해시대와 식민 지배의 역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조선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등 우리나라 지도의 역사까지 아우른다. 차례대로 읽기 어렵다면 목차를 보고 궁금한 점을 다룬 부분만 찾아서 읽어도 좋다.

가보지 않은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 탐험가들에 의해 탄생된 지도는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었다. 직접 땅을 밟고, 바다를 항해하며 지도를 만드는 것이 희미해진 시대, 지도의 가치를 되짚어보며 또 다른 모험을 향한 도전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지도 밖의 탐험가」 이사벨 미뇨스 마르틴스 글,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 최금좌 옮김, 2021. ⓒ위즈덤하우스

이 책은 지도가 없던 시절에도 새로운 세상을 향해 용기 있게 모험을 떠났던 탐험가들의 이야기로 2019 볼로냐 라가치 상 논픽션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지구를 탐험했던 수많은 탐험가 중 출신 국가와 활동 시기, 타문화의 가치 존중 여부 등을 다양하게 고려하여 11명의 탐험가를 선정했다. 상인 집안의 후손으로 아버지, 숙부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마르코 폴로', 남장을 하고 승선하여 여성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한 '잔 바레', 지구를 위대한 생태계로 본 과학자이자 탐험가 '홈볼트', 탐험의 경험을 바탕으로 『종의 기원』을 쓴 '다윈' 등 각각의 탐험가들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났던 모험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탐험을 하게 된 계기, 여행 경로, 여정의 결과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사실, 탐험가의 목소리를 강렬한 그림과 삽화로 함께 표현하여 내용을 풍성하게 했다. 탐험가를 영웅화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그들의 삶과 여정을 기술하고 있으며, 11명의 탐험가들과 함께 세계사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재미를 준다. 청소년이라면 유익하면서도 흥미롭게 모험기를 읽고 세상에 대한 탐구심을 키울 수 있는 작품이다.

「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최정원 글, 2023. ⓒ비룡소

천재 음악가를 꿈꾸며 자신감 넘치는 소년 '원호'와 완벽을 추구하는 모범생 '나래'. 평소처럼 집과 학원으로 향하던 그들은 우연히 지구에 남겨진 외계인 아기 '보보'를 만나게 되고 함께 집 찾아주기에 나선다. 두 아이의 무지개 외계인 집 찾아주기 과정은 예상 외로 험난한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르다고 여겨 거리를 두었던 원호와 나래는 함께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비슷한 점을 발견한다. 이를 통해 자신을 더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외계인이 남긴  '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라는 메시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기보다 구별하고 분리하려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는지, 혹은 나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의 평화를 깨뜨리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 그럼에도 지구를 제대로 탐험한 유일한 외계인 보보가 홀로 남아 있던 것은, 어쩌면 지구인 친구에게 행복의 기회를 남겨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빛처럼 아름다운 보석은 아이들의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은 자신을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서로를 보고 웃을 줄 아는 아이들로 변해간다. 작가는 이것이 왕관보다 더 빛나는 진정한 전리품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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