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위탁생산 세계 1위 론자 잡는다”
다음 주 연구중심 CRDMO 사업 정식 발표
인수합병 대신 연구인력 뽑아 역량 키울 것”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기업에서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기업으로 도약을 발표했다. 목표는 이 분야 1위인 스위스 론자를 잡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전 세계에 연구소를 만들고, 연구인력만 최대 600명을 새로 뽑겠다고 밝혔다. CRDMO는 바이오 의약품 제조 공정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위탁개발생산(CDMO)에 연구까지 추가한 것이다.
서 회장은 5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열린 ‘2024 생명연 연례 콘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한 뒤 조선비즈와 단독으로 만나 이 같은 CRDMO 사업 구상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앞서 서 회장은 지난달 27일 홍콩에서 열린 투자자간담회에서 “파트너사에서 CRDMO 서비스를 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셀트리온 100% 자회사로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대신 자체 연구능력 키우기로
CRDMO는 기존의 CDMO에 치료제나 신약에 대한 사전 조사부터 연구, 개발, 생산까지 전 주기를 책임진다. 스위스 론자와 중국 우시 같은 기업이 CRDMO 분야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서 회장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셀트리온의 100% 자회사로 CRDMO 사업을 책임질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다음 주 중에 자회사 설립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CDMO다 CRDMO다 말이 많던데 우리가 하는 건 리서치(research, 연구)에 방점을 둔 CRDMO가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론자는 다른 회사 인수합병(M&A)을 통해서 성장했는데 우리는 연구원을 직접 뽑아서 내부 역량을 키우는 식으로 사업을 콤팩트(compact, 조밀)하게 키울 것”이라며 “CRDMO 사업을 위해 연구원만 500~600명은 추가로 뽑으려고 한다”고 했다. CRDMO 사업을 위해 이미 여러 파트너사와 논의를 진행했다고 했다.
서 회장은 “CRDMO 사업을 위해서는 우리의 고객인 전 세계 병원에 작은 연구소를 다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 외에도 미국과 유럽, 인도에도 연구소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연구소를 세울 곳으로 세계적인 의료기관인 미국 메이요 클리닉을 들었다. 그는 “론자가 하는 분야에는 우리가 모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론자와 셀트리온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 한계 극복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CRDMO 사업 진출 선언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매출 목표를 3조5000억원을 잡았다. 내년에는 5조원, 2027년에는 10조원까지 키운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바이오시밀러 사업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 회장은 이날 생명연 콘퍼런스 기조강연에서 이런 고민을 좀 더 상세하게 털어놨다. 서 회장은 “단일 항체를 만드는 매출 조(兆) 단위의 바이오 의약품이 전 세계에 35개 정도 있고, 그중 우리가 바이오시밀러로 개발한 게 10개”라며 “2030년까지 12개 정도를 더 할 수 있는데, 이제는 새로운 대상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새로운 바이오시밀러 대상을 찾더라도 환자가 많지 않아 시장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서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 대상이 없다 보니 기존 바이오 의약품을 대상으로 효능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기 위해 이중항체, 삼중항체 같은 것들이 나오는 것”이라며 “우려먹을 수 있는 건 거의 다 우려먹고 있다고 해도 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이 주목한 CRDMO는 복제 대상이 바닥을 드러내며 나타난 바이오시밀러의 한계를 바이오 신약 연구로 돌파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기존의 CDMO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CRDMO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반은 2017년 90억9000만달러(약 12조8696억원)에 그친 전 세계 CRDMO(CDMO 포함)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670억9000만달러(94조986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론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10조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성장했고, 우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 회장은 “미국이나 중국에만 시장을 뺏길 수 없다”며 “전 세계 연구자들을 만나보면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기 어렵다. 나는 우리 연구자들의 실력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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