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차 취소" 전광판엔 매진·매진…발 묶인 시민들 당황[르포]

이혜수 기자, 김호빈 기자, 김지은 기자 2024. 12. 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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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5일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 돌입
5일 오전 9시 서울역 KTX 승차권 매표소 앞. 줄을 서는 시민들 위로 전광판엔 '매진' 글자 여러 개가 적혀있다. 이날 취소된 기차들로 인해 기존 예약된 기차를 환불받고 기차표를 다시 예매한 시민들도 보였다 /사진=이혜수 기자


"갑자기 기차가 취소됐대요."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첫날인 5일 오전 9시쯤.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KTX 승차권 발매 전광판을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전주, 남원, 순천, 여수 등으로 가는 기차에 모두 '매진'이 적혀 있었다.

호주에서 온 푸트리씨(20)는 기차가 돌연 취소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서울역에 도착해서 전광판을 보고 알았다"며 "부산에 오후 1시쯤 도착해 가족 여행을 하려고 했는데 모두 틀어졌다"고 말했다.

경북 영주로 가던 권혁준군(18)은 출발 전날 철도노조 파업으로 기차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남은 좌석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오전 11시 기차표를 환불하고 급하게 9시 기차를 겨우 예매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총파업으로 고속철도(KTX)를 비롯한 여객열차와 수도권 전철 1, 3, 4호선 일부 구간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열차를 타려던 시민들은 갑작스런 파업 소식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5일 오전 9시 영등포역 지하철 1호선 신길방향 승강장. 전광판에 "철도노조 파업으로 전동열차 운행조정 및 지연 예상"이라는 문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김호빈 기자

철도노조 무기한 파업… 서울역·영등포역 시민들 "어안이 벙벙"

철도노조는 이날 9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4조 2교대 근무체계 개편 △성과급 지급률 개선 △임금 인상 △안전 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8월부터 4개월 동안 총 17차례 협상을 벌였다. 전날 막판까지 사측과 교섭했으나 결국 결렬됐다. 철도노조 파업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3개월만이다.

이날 서울역 앞에는 '철도 민영화 중단하고 안전인력 확충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시민들은 서울역 경의중앙선에서 오지 않는 열차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7개 열차가 운행을 중지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채모씨(21)는 집까지 1시간 넘게 열차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당혹스럽다고 했다. 이른 아침부터 세종시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하던 노모씨(38) 역시 "파업인 줄 몰랐다"며 "곧 진료 시간이라 얼른 가야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대합실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날 기차역에서 만난 70대 이모씨는 어머니 생신을 맞아 경남 창원으로 가는 KTX를 예약했지만 열차가 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열차가 중지됐다고 문자가 와서 어안이 벙벙하다"며 "70% 정상 운행을 한다고 해도 일을 해야 하니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고 했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길에 나선 시민도 보였다. 직장인 김모씨(66)는 "평소보다 40분 일찍 나왔다"며 "추운 겨울에 매일 열차가 변동되고 지연된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이모씨(61) 역시 "새벽 4시에 일어나 부산에서 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늦게 나왔을 것"이라며 "조직 이익을 위해 시민들 불편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5일 오전 10시쯤 파업으로 인해 조정된 열차 시간표를 보는 시민 둘. 이들은 "10시50분 열차 운행이 취소됐대"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사진=이혜수 기자

코레일, 비상수송대책 시행… 평시 인력이 60% 수준 인력 운용

철도노조는 이날 낮 12시 서울역 인근에서 출정식을 열고 "외주화와 인력감축에 열중하는 사이 30대 젊은 철도노동자 두명이 부모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외주화 인력 감축으로 추락한 공공철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국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비상수송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평시 인력의 60% 수준인 총 1만4861명을 운용 중에 있다. 열차 운행률은 △수도권전철 75%(출근시간대 90% 이상) △KTX 67% △새마을호 58%, 무궁화호 62% △화물열차 22% 수준을 보이고 있다.

파업 예고 기간 중 승차권을 반환 또는 변경하는 경우 모든 열차의 위약금은 면제된다. 운행이 중지된 열차 승차권은 따로 반환신청을 하지 않아도 일괄 전액 반환된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철도노조 파업 강행으로 열차운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24시간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해 철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5일 서울역 역사 내에 알림판엔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에 따른 일부 열차 운행중지 알림'과 함께 변동된 시간표가 안내돼 있다. 알림판 뒤 전광판에도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 중지 및 지연되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이혜수 기자


이혜수 기자 esc@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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