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방어 안간힘…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위태’

김지현 기자 2024. 12. 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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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원화가치 추가 하락 등 외환·금융시장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는 환율 변동성 완화를 위해 외화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한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히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확대로 외환보유액 감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쇼크로 원·달러 환율이 연초 1200원을 돌파한 뒤 1400원대까지 치솟았던 지난 2022년 크게 감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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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당국, 변동성 관리 총력
환율 1410원대…추가상승 위기
韓銀 “외환스와프 확대 등 대응”
은행, 자기자본비율 하락 우려
기업 달러 여신관리 고삐 죌 듯
뉴스 듣는 딜링룸 코스피가 전일 대비 7.45포인트(0.30%) 상승한 2471.45에 장을 개장한 가운데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백동현 기자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원화가치 추가 하락 등 외환·금융시장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는 환율 변동성 완화를 위해 외화 유동성 공급 등 다양한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히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확대로 외환보유액 감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은행이 내준 외화대출의 환차손 증가를 예의주시하며 기업 여신 관리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12.4원에 개장하면서 2거래일 연속 1410원대로 출발했다.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국내 정국이 불안해진 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발언을 시사하면서 1400원대가 고착되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에서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면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치 리더십 부재로 미국 관세 정책 변화 대응 등이 늦어지고, 경기 인식 악화로 내수 부진이 심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모두 원화 가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환율 상황은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계속 팔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3억 달러로, 10월 말보다 3억 달러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자칫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지면 환율 신인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외환보유액은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쇼크로 원·달러 환율이 연초 1200원을 돌파한 뒤 1400원대까지 치솟았던 지난 2022년 크게 감소한 바 있다. 그해 1월 4615억 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12월 4232억 달러로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일,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가 깨지면 원화 자산의 추가 이탈을 불러올 수 있어 외환 당국은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며,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확대 등 다양한 대응 수단이 있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들도 고환율에 따른 걱정이 크다. 은행들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외화 자산 평가액이 줄어들면 자본 건전성 비율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고, 그만큼 위험가중자산(위험 수준을 감안해 금융회사 자산을 재평가한 수치)이 증가한다. 이는 은행 건전성 점검 핵심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구한다. 은행들은 외화 여신을 더 까다롭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달러 거래 비중이 높은 거래 기업들의 여신을 더 꼼꼼하게 보고, 외화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현·박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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