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세계 경제와 우리경제를 바라볼 세 가지 관점 [조원경의 경제·산업 답사기]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지난 2년 동안 급격히 둔화되어 2%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선진국 시장이 완화적 통화 정책을 통해 경기 둔화 위험을 방지하는 상황이지만 경제 여건은 국가와 지역마다 다르다고 하겠다. 선진국 경제에서 미국만이 높은 경제 성장과 완전 고용 수준에 처한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년간 미국의 연착륙 여부가 시장의 내러티브를 지배했다면, 앞으로는 1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2.0 시대의 경제정책이 2025년 세계경제를 뒤흔들 핵심요인이라고 하겠다.
미국 통상정책의 급격한 전환과 세계 교역의 위축과 물가인상 가능성
2025년 교역 확대전망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 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모든 무역 대상국에 적용되는 10%의 균일 수입 관세율(현재 평균 2.7%에서 인상)을 부과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현재 13%에서 60%로 관세를 인상하고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중국산 전기 자동차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제안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약과 이민자 단속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 25%를, 중국 상품에는 추가로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순차적으로 중국 상품에 적용할 관세율은 전기자동차 100%, 태양광셀·반도체 50%,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배터리 부품·흑연 25% 등으로 예상한다. 트럼프의 추가 관세 부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품의 판로는 더 좁아질 것이다. 모든 중국 상품이 대상이라 그 파급 효과는 예언하기도 어렵다. 다만, 그는 미국 전체 수입품의 10%를 차지하는 중요 수입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품목에 따라 중국산 ‘대체효과’를 통한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효과도 있을 전망이다. 학계에서는 트럼프발 보편관세 및 중국산 고율관세 부과 시나리오 때 한국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품목으로 반도체·기계류를 들고 있다. 관세는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는 2024년 9월 ‘관세 인상의 경제 및 투자 영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미국 수입품에 전반적으로 적용되는 10%의 보편적 관세의 효과를 추정했다. 이 경우 1년 동안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 수준을 약 1.3% 상승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상품 수입은 GDP의 12.7%를 차지하므로 해당 수입품 가격의 10% 상승은 1.27%의 물가 상승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관세 인상 외에 이윤 감소를 전가하기 위한 가격 인상 효과도 감안한다면 인플레이션 상승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UBS는 이런 소비재를 완제품에만 국한하더라도 10%의 미국 보편적 관세가 물가 수준을 1.7% 상승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비교하기는 뭐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는, 대공황 당시인 1930년 미국이 ‘스무트 홀리 관세법’을 제정해 수입품에 때린 초고율 관세와 닮았다. 1930년대 미국이 불붙인 관세와 보호무역주의 전쟁으로 5년여 만에 전 세계 교역량의 70%가 증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미중 간의 갈등에 따라 반사 이익을 찾되 미국과 중국 이외에 제3국에서 활로를 적극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트럼프 1기에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은 우려만큼 높지는 않았다. 다만 2018년 물가 상승압력으로 금리를 인상한 기억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2기에도 일각에서는 관세로 인한 고물가 지속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며 유가 안정을 통한 물가 안정으로 상계할 수 있다고 보는듯하다.
채권 금리와 외환 및 주식 시장의 높은 변동성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채권, 외환,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미 국채 10년 물 금리는 4.5%에 가까워지기도 했으며 환율은 1400원을 넘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이런 경제 지표의 변동과 그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 같다. 트럼프 2.0 내각이 제시하는 감세, 큰 정부(채권 발행 증가), 관세 인상 등은 채권금리를 상승시키는 정책이다. 2016년 말 트럼프 당선 이후 금리는 100bp 이상 급등한 바 있다. 감세와 소위 일자리 법안 통과 이후에도 60bp가량 상승했다. 트럼프 2기 초기에도 금리 급등이 재현될 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2025년에는 미국 국채 금리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트럼프 2기의 재정정책은 장기금리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연내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이 없다면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인하 기조가 중립금리를 감안하여 유지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연준은 향후 금리 인하와 관련해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준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위원들은 중립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통화정책 평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고용을 최대화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을 가능하게 하는 실질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5년에는 국고채 발행 증가, 트럼프 재집권 등 우리 채권시장에 부정적 요인들이 많지만 금리 상승 우려는 높지 않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채 금리는 변동성이 심한 상황이나 우리의 경우는 성장 약화, 물가 안정 흐름을 고려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장기 국채 금리는 2025년 말로 갈수록 미국이나 한국이나 하락세를 보일 것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중 평균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올라가 달러 강세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위안화, 엔화, 원화 등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2기 취임 후에는 관세정책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면서 환율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체는 강달러론자가 아니다. 트럼프 1.0에서 그는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를 대상으로 해당국 통화의 조작을 감시하고 약세를 지적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의 수출 증대를 위한 환율 인하를 매서운 눈초리로 보았다. 트럼프 정부는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들을 대상으로 해당국 통화의 약세를 지적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미 재무부가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전년도의 38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늘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연간 경상수지 흑자도 국내총생산(GDP)의 3.7%를 기록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달러 강세 흐름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금리수준이 달러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당선 후 관세 인상 관련 리스크가 글로벌 증시를 덮쳤다. 유럽에 이어 아시아 증시까지 폭락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과 미중 무역분쟁의 실질적 피해 가능성에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취약성까지 한몫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를 회상하면 비관만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 취임 직전인 2016년 말 2000선에서 움직이던 코스피는 취임 첫해인 2017년 연말 2400선까지 올랐다. 2018년 4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안 좋았던 분기로 2000선으로 떨어지는 공포가 왔다. 하지만 2019년 말 2100선, 2020년 말 2800선으로 치솟았다. 퇴임 직전에는 코로나 유동성 랠리로 3100선을 돌파했다. 조심스럽게 지켜보되 선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결국 거시경제, 기업이익과 매출증가. 유동성이 증시의 향방을 가를 요인으로 중요하니 두려움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식시장을 매우 중시하는 대통령이다.
스태그플레이션 발생도 가능할까?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자국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심화, 대내외 악재에 따른 중국 경제성장 충격, 통화정책 전환기에서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실질부채 부담 증가 등은 앞으로 경제성장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출발과 트럼프 2기 출발은 금리나 물가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관세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 관세 인상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조장된다면 세계 경제는 비상상황에 이르게 된다. 물가가 올라 금리를 다시 올리게 되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어 경제성장률은 낮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특히 세계 교역량이 감소되어 세계 경제 성장률의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대중 관세율이 현행보다 더 높게 설정되고 동맹국을 포함한 광범위한 수입 규제가 도입된다면 중국 및 주요국들의 보복조치로 세계 교역이 급락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아가 신흥국들은 금융불안과 성장률 하락으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역시 트럼프 2.0 시대에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장벽 강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등의 정책이 전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견해도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1기보다 트럼프 2기가 훨씬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고 1기를 바탕으로 향후 4년을 추론해볼 수 있지만 위험이 더 크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중국 등 주요 수출국들이 미국 관세 정책에 보복하게 되면 미국 내 상품 수요가 위축되고 동시에 가격이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그는 미국의 채권 남발과 부채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으로 7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가 향후 10년 동안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고금리 사이클을 촉발하고 경제 둔화를 심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야기할 거란 이야기다. 가능성은 있지만 그런 혼돈은 없길 바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우리나라 성장전망을 2.2%에서 2.0%로 내렸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이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임은 분명해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은행이 현재 3.25%인 기준 금리를 향후 2.25% 수준까지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장률, 금리 모두 미국보다 낮아 환율의 급락은 어려워 보인다. 경기침체와 원화 약세 사이에서 2025년에도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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