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라가 이 모양인데 파업이라고?” 멈춰선 철도 파김치 출근길

안효정 2024. 12. 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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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첫차 운행부터 철도노조 무기한 총파업 돌입
시민들 “나라판이 엉망” “이 시국에 파업까지? 눈치없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해 출퇴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역 1호선 승강장.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박지영 기자] “이 시국에 파업까지 겹쳐다니…. 다들 국민만 볼모로 삼고 있는 것 아닌가요?”

5일 오전 8시 30분께 서울역에서 부산행 고속철도(KTX) 탑승을 기다리는 이장송(78)씨가 역사 내 전광판을 보면서 볼멘소리를 냈다. 이씨는 “혹시 내가 타려는 기차표가 취소됐을까봐 계속 전광판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데 파업을 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1년 3개월 만에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이날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철도노조는 임금인상과 임금체불 해결, 성과급 정상화 등을 요구했다. 전날 사측(코레일)과 철도조노가 막판 실무교섭을 벌였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KTX와 새마을호 등 여객열차와 수도권 지하철 1, 3, 4호선 등 일부 구간에서 운행 편수가 줄며 시민 불편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역 지하철 1호선에선 ‘코레일 노동조합 파업으로 열차가 지연될 수 있으니 고객 여러분께서는 유의해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역사에서 1호선을 기다리던 한모(24) 씨는 “파업 소식에 오늘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나왔는데도 방금 지하철 한 대를 떠나보냈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한씨는 “이런 식이라면 내일은 1시간 더 이르게 나와야 할 것 같다”면서 “아무리 그래도 출퇴근길에는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날 파업 관련 뉴스를 보고 출근길에 올랐다는 차모(60) 씨는 “파업하면 누가 힘들겠느냐. 차 갖고 다니는 사람은 하나도 안 힘들고 우리같이 ‘없는’ 사람만 힘들다”면서 “이번엔 노조가 더 강하게 파업할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해 출퇴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종로3가역 내 계단을 오르는 출근길 시민 모습. 안효정 기자.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지하철 1·3·5호선이 교차하는 종로3가역에서도 시민들은 파업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하는 구간에서 만난 신모(45) 씨는 “철도노조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평일 출근길마다 사람들이 얼마나 바삐 움직이는지 뻔히 알고 그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0대 직장인 김민아씨는 “저번주에도 때아닌 폭설로 출퇴근길이 아주 힘들었는데 오늘도 그렇다”면서 “무기한 파업이라고 해 더 걱정이다. 이게 언제까지 갈지 도통 모르는 상황 아니냐”라고 했다.

특히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로 혼란한 정국 속에 철도노조마저 파업했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대전을 가기 위해 이날 오전 서울역을 찾은 김모 씨는 “나라가 이 모양인데 파업이 웬말이냐. 너무 어이가 없다”면서 “오전 9시 28분 열차였는데 갑자기 취소됐다는 문자가 와서 표를 다시 끊기 위해 급히 역으로 달려나왔다”고 토로했다. 종로3가에 직장이 있다는 최모(51) 씨는 “시국을 생각해서 노사가 하루 빨리 합의를 했으면 좋겠다. 서로서로 양보하면 될 것을 이 시국에 각자 입장만 내세워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서울역 고속철도(KTX) 전광판에 철도파업으로 인한 열차 ‘중지’ 안내가 나오고 있다. 박지영 기자.

탑골공원 인근에서 만난 60대 이숙영씨는 “나라판이 개판”이라면서 “꼭 이 시국에 철도노조까지 이렇게 나왔어야 됐나 싶다. 사람들이 기한도 없이 출퇴근길마다 고생하길 원하는 것이냐”라고 목소리 높였다.

인파를 예상해 출근길 교통수단으로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택했다는 이은지 씨는 “노조도 노조 나름의 입장이 있겠지만 엄중한 시국을 고려하면 그 입장이 타당할지언정 과연 국민들이 곱게 보고 공감해주겠느냐”면서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너무 간과한 것 아닌가 싶다. 눈치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코레일은 노조 총파업 돌입에 따라 이미 구축해둔 비상 수송체계 시행에 들어갔다. 코레일은 정정래 부사장을 중심으로 24시간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하는 한편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열차 이용객의 혼란을 막기 위해 모바일 앱 코레일톡과 홈페이지, 역(驛) 안내방송, 여객안내시스템(TIDS), 차내 영상장치 등을 통한 안내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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