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시끄러운데 파업까지"···연말연시 멈춰선 철도에 시민들 발동동 [르포]

정다은 기자 2024. 12. 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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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계엄 사태로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파업 때문에 열차가 지연된다는 방송을 계속 듣고 있자니 가슴이 더 답답하네요."

사측과의 막판 교섭에 실패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가 결국 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바쁜 연말연시 시민들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9시께 찾은 KTX 용산역도 열차 운행 중지 안내방송이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등 파업 여파가 상당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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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오늘(5일)부터 총파업 돌입
KTX·일반열차 다수 취소···시민 '발동동'
서울역·용산역 등 주요 기차역 '혼란'
"계엄에 파업까지 세상 뒤숭숭" 원성도
서교공 노조도 내일 파업···불편 더 커질듯
6일 KTX 서울역에서 한 시민이 파업 안내문을 정독하고 있다. 박민주 기자
[서울경제]

“안 그래도 계엄 사태로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파업 때문에 열차가 지연된다는 방송을 계속 듣고 있자니 가슴이 더 답답하네요.”

사측과의 막판 교섭에 실패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가 결국 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바쁜 연말연시 시민들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이날 오전부터 서울역 등 고속철도(KTX)가 지나가는 주요 기차역과 일부 지하철역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5일 오전 8시 30분께 찾은 KTX 서울역 매표소는 파업 소식 여파인지 평소보다 유독 썰렁했다. 매표소 앞에 게시된 철도 시간표를 유심히 들여다보던 채 모(61) 씨는 본인이 찾는 기차가 취소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채 씨는 “부산에서 중요한 손님이 오기로 했는데 파업한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서 직접 확인하러 새벽같이 왔다”며 “계엄이다 뭐다 세상이 시끄러운데 갑자기 파업까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승차권 반환·변경 창구 앞에는 파업 영향으로 교환·환불을 하러 온 사람들이 20명 넘게 줄을 서 있었다. 김대수(72) 씨는 “늦게 와서 다음 열차를 타려 했는데 10시까지 동대구역 가는 열차가 죄다 취소됐다”며 “파업 때문에 지장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열차가 취소되지 않은 승객들도 전광판 앞에서 철도 스케줄만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 텍사스에서 남편과 함께 여행을 온 애나 챙(61)씨는 “비행기에서 ‘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비상계엄이 선포돼서 당황스러웠다”며 “오늘은 9시 33분 열차 타고 부산으로 내려갈 예정인데 아침이 돼서야 파업 소식을 알게 돼 놀랐다. 다행히 아직까진 기차가 취소되지 않았다”며 상황을 전했다.

박민주 기자

9시께 찾은 KTX 용산역도 열차 운행 중지 안내방송이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등 파업 여파가 상당한 모습이었다. 춘천행 열차를 끊었다는 60대 김길수 씨는 “원래 9시 몇분 차를 타려고 했는데 오늘은 파업 때문에 차가 없어서 대신 10시 58분 차를 끊었다”며 “파업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춘천을 가긴 해야해서 일단 와봤다”고 설명했다.

대천을 가는 70대 노부부는 “9시 14분 새마을호 익산행이 중단돼서 야단났다. 이거 타고 가다가 온양에서 지인 만나야 하는데 그것도 못 타게 생겼다”며 “국민 발을 이렇게 묶어둬도 되는 건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일부 지하철역도 운행 지연으로 인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평소보다 크게 붐볐다. 신도림역은 1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방향 계단에 사람들이 빽빽 들어찼다. 평소 2호선보다 1호선에 사람이 더 많지만, 이날은 1호선이 파업 여파로 배차가 원활이 되지 않으면서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1호선은 서울역↔청량리 구간만 서울교통공사가, 나머지는 코레일이 운영한다.

신도림 바로 다음 역인 1호선·KTX 영등포역에서도 인파가 밀집한 가운데 “밀지 말라”는 아우성이 연신 역사 안에 울려퍼졌다. 열차에 겨우 몸을 구겨넣은 사람들은 썰물이 빠지듯 신도림에서 하차했다. 일본에서 온 한 30대 남성은 “영등포에서 바이어를 기다리고 있는데 늦는다”며 “오늘 기차 파업하는 줄 몰랐는데 전광판에 빨간색으로 취소라고 써있어서 당황했다”고 전했다.

5일 오전 8시 30분께 신도림역 1호선→2호선 환승 방면에 사람들이 빽빽 들어차 있다. 채민석 기자

다만 이날은 ‘파업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1노조)가 이날 사측과의 본교섭이 결렬될 경우 당장 내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인 까닭이다. 6호선 보문역에서 2호선 역삼역으로 출근하는 20대 이 모 씨는 “내일은 한시간 일찍 일어나서 버스타고 출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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