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하지만 속을 확 풀어줄 시원한 만둣국 같은 가족영화 '대가족'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여러 사람이 마주앉아 만드는 게 제격인 음식이 있다. 만두가 그렇다. 여러 재료를 쫑쫑 자르고, 석석 갈고, 힘껏 짜낸 뒤 조물조물 섞어 만두속을 한아름 만들어 쌓아 놓는다. 그때부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둘러앉아 만두피에 만두속을 튼실하게 채워 넣고 예쁘게 여미면 된다. 양껏 만들어 냉동실에 얼려두면 무척이나 뿌듯한 음식, 만두. 영화 '대가족'은 주인공이 만드는 만두만큼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따스하고 정감 가는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2000년 어느 겨울,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오래된 가게 '평만옥'. 소문난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은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찾지만 심기가 좋지 않다. 하나뿐인 외아들 문석(이승기)이 승려가 되어 출가했기에, 이대로라면 자신의 대에서 이 함씨 집안의 대가 끊길 것이기 때문. 6.25전쟁 때 여동생을 잃고 전쟁고아가 되어 하루 18시간 노동하는 기계처럼 돈을 벌어온 무옥은 이젠 서울 곳곳에 빌딩 여러 채를 지닌 '갓물주'지만 인생의 낙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똘망똘망한 소년이 여동생의 손을 잡고 평만옥을 찾는다. 함문석이 자신들의 아빠라고!

알고 보니 문석은 의대에 다니던 시절, 여자친구 가연(강한나)의 아버지이자 교수님(최무성)의 강권으로 무려 517번이나 정자를 기증했고, 어느 부부에게서 태어난 민국(김시우)과 민선(윤채나) 남매가 문석의 생물학적 자식이란 것. 이미 출가해 주지스님이 된 문석의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말거나 무옥은 기쁘기 한량이 없다. 휴지 한 칸 쓰는 데도 발발 떨던 구두쇠가 손자손녀들에게 젊게 보이려고 머리를 단장하고 옷을 차려 입고, 아이들이 현재 머물고 있는 보육원 원생들까지 모두 데리고 놀이공원에 갈 만큼 사람이 바뀐다. 물론 여전히 남의 아이에게 돈을 쓰게 되자 입버릇처럼 '만둣국 하나 팔아 400원 남는데'란 소리가 나오지만, 그게 뭐 대수랴. 끊길 뻔 했던 가문의 대를 이을 아이들이 나타났는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손녀가 자신을 '할아버지'라 부르는데.
어린 남매를 정식 절차를 밟아 보육원에서 데려오기 위해 친자 확인 검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매일 손주들을 보러 보육원을 찾는 무옥의 변화는 코믹하면서도 어쩐지 짠하다. 이미 그 전에 출가한 아들 문석과 무옥의 사이가 멀어질 대로 멀어진 사이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석은 어머니를 여읜 뒤, 가문과 돈만 아는 아버지에 질려 출가한 인물이다. 자신의 영원한 화두를 어머니로 삼을 만큼 부모에 대한 애증이 뒤섞여 있는 문석, 그리고 그런 아들에게 서운함이 너무 커 애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 무옥. 그런 그들이 어린 남매의 출현과 그들의 출생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진짜 가족의 의미를 찾게 된다.

배우 김윤석의 코믹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등 중량감 있는 역을 주로 맡아온 그는 '대가족'에선 힘을 뺐으나 그럼에도 든든하게 기둥을 받치는 듯한 할아버지 같은 존재감을 발휘하며 극을 이끈다. 평만옥의 살림을 책임지는 총지배인 방 여사(김성령)나 문석을 수행하는 시봉인 인행스님(박수영)과 붙어 코믹 케미를 발산하며 재미를 준다. '대가족'과 비슷한 계열인 '과속스캔들'과 비교해 보면 전체적인 코미디 타율이 높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몇 장면은 유효타를 뽑아낸다. 무옥이 인행스님과 진미채에 대해 논할 땐, 제법 웃겼다. 문석을 맡은 이승기는 무난하다. 오히려 문석의 전 여자친구 가연을 연기한 강한나가 돋보인다. 치트키는 민국, 민선 남매를 연기한 김시우와 윤채나. 천하의 구두쇠 무옥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무장해제당할 만하다.
'대가족'은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다. 그 메시지를 오롯이 들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어찌나 강한지 투박하고 직선적인 방법도 서슴지 않는다. 특히 무옥이 부모에게 제사를 지낼 때 부모가 그에게 육성으로 말을 건넬 때는 '이렇게까지 투박할 일인가'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러나 어느 장면에 다다르면, 그 투박함이 담은 진정성이 확 와닿긴 한다. "아이에게 부모는 우주다. 부모에게 아이란 신이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그럼에도 평생을 섬기는 신"이란 큰스님(이순재)의 말씀이 화면에 울려 퍼질 때, 그 담담한 이야기가 가슴에 주는 울림이 제법 묵직하다.

각자도생의 시대, 가족의 의미도 그 옛날과는 달라진 지 오래다. 피를 나눈 가족도 데면데면하거나 혹은 남보다 못하게 사는 이들도 많다. 이런 시대에 '대가족'은 가족의 의미를 짚고, 그 의미를 확장하며 한결 따스한 세상이 되어보자고 말한다. 영화 속 대사처럼 '나로 인해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면, 영화가 던지고자 한 메시지가 유효한 것. 줄 서서 찾을 만한 트렌디한 음식은 아니지만, 언제 먹어도 따스하게 속을 풀어주는 만둣국 같은 맛을 느껴 보시라.
'변호사' '강철비'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러닝타임 107분으로, 쿠키 영상은 없다. 오는 12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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