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통보하면 땡?"…출근길 오른 시민들, 초조한 발걸음[르포]
코레일, 지하철은 90% 이상 운행 방침
KTX 등 기차 지연·취소에 따른 불편↑
[이데일리 이영민 박동현 정윤지 기자] “며칠 전에 파업한다고 통보했으면 그만이가요? 환불하고 입석표만 주면 그만이냐고요.”
서울시 내 지하철역과 기차역에는 이날 첫차부터 시작되는 철도노조의 무기한 총파업과 이에 따른 열차 지연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반복해서 방송됐다. 역사 전광판에는 지연되거나 운행이 중지된 기차와 지하철의 운행 상황이 나왔고, 승객들은 초조한 눈빛으로 이를 바라보며 급히 통화를 시도하거나 열차 노선을 검색했다.
철도파업의 여파는 오전 7시부터 눈에 띄게 나타났다. 영등포역에서 목포역으로 향하는 무궁화호를 예매한 직장인 권혁찬(47)씨는 “7시 46분 차를 예매했는데 취소돼서 다시 예매를 시도하고 있다”며 “안내문자를 받아서 파업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게 내 차가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급히 휴대전화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한 권씨는 “늦었다”며 말을 끊고 급히 역사 사무실을 향해 뛰어갔다.
용산역에서 만난 장지호(72)씨는 “익산으로 가는 표가 취소됐다고 한다”고 했다. 장씨는 “공공기관이 이렇게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친구가 아프다고 해서 가려고 하는데 시간이 1시간 20분이나 떠버렸다”고 했다. 또 다른 승객 이모(67)씨는 “표가 어그러졌으면 미리 말을 해야지 이렇게 닥쳐서 이야기하는 게 어디 있느냐”며 안내원에게 큰 소리로 항의했다.
열차 지연으로 속을 끓인 것은 지하철 승객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8시쯤 서울역 1호선 구로 방면 지하철은 한때 기존 열차운행과 실제 열차의 간격이 6개 역이나 벌어질 정도로 지연이 발생했다. 이 일로 필리핀에서 온 라켈(45)씨는 이날 아침 서울지하철 1호선 병점행 열차를 25분 넘게 기다렸다. 그는 “(파업을) 미리 알아서 일찍 왔는데 열차가 안 와서 기다리고 있다”며 “파업, 가끔이면 괜찮은데 계속하니까 불편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승객들은 열차 지연만큼 혼잡도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온 원동식(66)씨는 “많이 기다리지는 않았는데 평소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며 “나이가 든 사람은 힘이 없으니까 넘어지면 큰일인데 사고가 안 나게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의중앙선으로 경기도 일산에서 5호선 서대문역으로 출근하는 김진혜(29)씨도 “원래도 잘 안 왔는데 오늘은 더 안 와서 미치겠다”며 “파업이 길어지면 출퇴근길이 더 지옥이 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4일 오후 9시 30분에 코레일과의 교섭 결렬로 오는 5일 오전 첫차 운행 시간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4조 2교대 전환 △기본급 2.5% 정액 인상 △231억원 체불임금 해결(기본급 100% 성과급 지급) △개통노선에 필요한 인력 등 부족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사측은 기본급 2.5% 인상과 기본급 100% 성과급 지급에 난색을 표해 노사 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고속철도 경부선과 호남선을 비롯해 수도권 전철 1호선, 3호선, 4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등의 운행 지연이 예상된다. 코레일은 파업 기간 중 수도권전철의 운행률이 평소의 75%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출근 시간대의 경우 90% 이상 열차가 운행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차의 운행률은 △KTX 67% △일반열차 새마을호 58% △무궁화호 62%일 것으로 전망된다.
코레일은 열차의 안전 운행을 위한 비상수송체제에 돌입하고, 외부인력 등 동원 가능한 자원을 투입해 열차운행 횟수를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파업으로 운행이 중지된 열차 승차권을 예매한 고객에게는 12월 3일 오후 6시부터 개별 문자메시지와 앱으로 알림을 발송하고 있다.
이영민 (yml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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