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둘’ 마무리, 여전히 태극마크를 꿈꾸다
“(김)서현이가 잘 던지더라고요.”
주현상(32·한화)은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 숙소에서 프리미어12 한국 야구대표팀 경기를 챙겨봤다. 그는 국제대회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지던 후배 김서현에 대해 “스트라이크도 잘 던지고 긴장도 안 하더라. 국제용 투수인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내심 아쉬움도 느꼈다. 최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주현상은 “올해 태극마크 유니폼에 욕심이 났다”고 속내를 전했다.
2024시즌 한화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주현상은 65경기(71.1이닝) 8승4패 2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 2.65의 성적을 거뒀다. 50이닝 이상 던진 구원 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0점대 이닝당 출루허용률(0.84·WHIP)을 기록했다. 리그에서 손꼽는 성적을 냈지만, 아쉽게도 프리미어12 한국 야구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60명이 이름을 올린 예비 명단에도 빠졌다.
주현상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 번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잡았다”고 이야기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부터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다음 국제대회가 열리는 시점에 주현상은 30대 중반에 접어든다. 그는 “가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단 리그에서 꾸준히 잘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래도 마음 속엔 꿈을 품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대표팀에 선발되진 못했지만, 주현상의 가치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투수 전향 5년 차인 주현상은 2021시즌부터 4년 연속 50이닝 이상 책임지며 한화의 핵심 불펜 투수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엔 55경기(59.2이닝) 2승2패 12홀드 평균자책 1.96의 성적을 남겼다. 2023시즌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50이닝 이상)을 기록한 투수다.
주현상의 큰 장점은 정교한 제구력이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의 완성도도 높다. 야수 출신인 주현상은 “어렸을 때부터 공 던지는 걸 좋아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항상 베팅 볼을 많이 던졌다”며 “많으면 하루에 200개도 던졌는데, 자연스럽게 연습이 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현상은 다음 시즌에도 팀의 핵심 불펜 투수로 활약할 전망이다. 4년 연속 긴 이닝을 소화한 터라 이번 마무리 캠프에선 회복에 주력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고, 다음 스프링캠프 때까지 기존 루틴대로 몸을 만들 예정이다. 그는 내년을 바라보며 올시즌 아쉬웠던 점들을 떠올렸다. 23개의 세이브보다 6개의 블론 세이브가, 8승보다 4패가 더 크게 보였다.
주현상은 “올해도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블론 세이브를 덜 했다면, 4패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내년엔 새로운 구장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꼭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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