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낫는다" 지병 치료하려 몰려들어 몸살 앓을 정도…최장수 마을 품은 이곳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2. 5. 09:03
[종횡만리,성시인문(縱橫萬里-城市人文)] 겨울만 되면 치료와 요양 인구로 북적대는 중국 서남부의 도시 : 광시 허츠(河池) (글 : 한재혁 전 주광저우 총영사)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萬里路)'고 하였던가? 장자(莊子)의 큰 새(鵬)는 아홉 개의 만 리(萬里)를 날아올랐다. 시성(詩聖) 두보(杜甫)가 가장 많이 쓴 두 자(字) 시어(詩語)는 '만 리(萬里)'였다. 만 리 길은 무한한 상상(想像)의 영역인 동시에 현실이자 생활이었다. 20여 년간 중국 땅 위에서 일하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들어가고 나옴 중에서 마주했던 같음과 다름을 지역과 사람, 문화로 쪼개고 다듬어 '종횡만리, 성시인문(縱橫萬里 城市人文)'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나누고자 한다.
중국의 서남부, 베트남과 인접한 광시성(廣西省)에 허츠(河池)라는 지역이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구이린(桂林, 계림)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독특한 모양의 산과 구릉, 맑고 잔잔한 강과 시내 등 구이린 못지않은 풍광을 자랑한다.
이 허츠시(河池市)의 야오족(瑤族) 자치 지역인 바마현(巴馬縣)은 중국 최고 '장수의 고장(長壽村)'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 인구 센서스에서 약 23만 명의 전체 현 주민 중 80-99세 노인 인구가 1,958명, 135세의 최고령자를 포함한 100세 이상의 '장수 스타(壽星)'가 69명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100세 이상 인구가 10만 명당 30명이 넘는 수치로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이었다고 한다.
장수 인구가 많은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는데, 대체로 겨울에도 온화한 기후, 적절한 세기의 햇볕과 일조량,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 유기질이 풍부한 토양과 여기서 생산되는 곡물과 채소 및 과일, 채식 위주의 식습관 등으로 조사되었다. 장수 노인들은 쌀과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여 야채와 나물, 고구마 등을 주로 먹었고 육류는 소량 섭취하여, 저염, 저당, 저지방, 저동물 단백질, 고섬유의 '4저(低)+1고(高)' 식단을 실천하고 있었다.
일본 연구진의 현지 조사 결과, 토양 중에 망간과 아연의 함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높았고, 비피더스균과 락토바실러스균도 다량 함유되었다고 한다. 특히, 노인들 머리카락의 아연 함량이 일반인에 비해 10배 이상 높으며, 대부분의 이곳 장수 노인들이 임종까지 뇌혈관이나 심혈관 질환 발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음이온, 자기장, 적외선, PH 지수 등이 원인으로 주장되었는데, 과학적 차원에서는 아직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이 바마현 중에서도 특히 경관이 좋고 장수 인구가 몰려있는 자좐진(甲篆鎭) 웨포촌(月坡村)은 평소에도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가을이 되면 중국 전역, 특히 북방 지역에서 지병 치료와 건강 요양을 위해 몇 달씩 이곳에 임시 거주하며 겨울을 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다. 이들을 이름하여 중국어로는 '철새 거주자(候鳥人)'라고 한다. 이 마을에 등록된 상주인구 수는 8,466명인데, 매년 겨울을 지내러 오는 이들은 상주인구의 5배에 달하는 4만 명에 이른다. 단기 관광객도 매일 평균 8,000명, 1년에 2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20여 년 전부터 이 장수 마을에 대해 알려졌지만, 특히 최근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요양 수요가 늘고, 이 지역에서 요양하며 효과를 봤다는 글과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마을에는 때아닌 요양용 주택과 호텔 건축 붐이 불고 외래 인구 대상 식당과 상점도 늘어났다. 현지 지역 발전 차원에서는 좋지만, 작은 지역에 사람이 몰리고 도시화되면 장수 마을을 이루었던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허츠시는 인구 335만 명 규모의 도시로 2002년에 시(市)로 독립되었다. 과거 공산혁명 시 광시농민운동이 일어났고 덩샤오핑(鄧小平)이 전투를 이끌었던 지역이다. 지금은 전국 최대 규모의 잠사(蠶絲) 산업과 실크 생산 기지로 성장했다.
전체 시 면적의 65%가 카스트 지형으로 특이한 형태의 지질공원과 자연유산이 산재해 있고, 곳곳에 동굴, 삼림, 습지도 많다. 좡족(壯族), 먀오족(苗族), 야오족(瑤族) 등 여러 민족이 거주하고 있으며, 아열대성 기후 지역으로 연평균 기온이 16~21도이다. 장수 지역이란 특성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올해 10월 초 국경절 연휴 기간에 시 전체 인구 수를 넘어서는 360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했다. 인근의 성도(省都)인 난닝(南寧)을 통해 베트남 등 동남아 각국과의 교류와 교역도 활발하다.
허츠시 남쪽에 위치한 난단현(南丹縣)은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주(白酒) 저장 동굴로 유명하다. 이 동굴은 길이 4.5km로, 약 3억 5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1년 내내 일정한 16-17도의 온도와 80-95%의 습도를 유지한다.
중국에서는 우수한 바이주는 '30%의 양조와 70%의 저장으로 결정된다(三分釀, 七分臟)'고들 하는데, 이 동굴은 이런 바이주 원액의 저장과 숙성에 매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동굴 안에서 제조되는 바이주 생산량은 매년 1.5톤, 현재 저장량은 약 8톤 정도로, 시가로 따지면 400억 위안(한화 약 8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萬里路)'고 하였던가? 장자(莊子)의 큰 새(鵬)는 아홉 개의 만 리(萬里)를 날아올랐다. 시성(詩聖) 두보(杜甫)가 가장 많이 쓴 두 자(字) 시어(詩語)는 '만 리(萬里)'였다. 만 리 길은 무한한 상상(想像)의 영역인 동시에 현실이자 생활이었다. 20여 년간 중국 땅 위에서 일하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들어가고 나옴 중에서 마주했던 같음과 다름을 지역과 사람, 문화로 쪼개고 다듬어 '종횡만리, 성시인문(縱橫萬里 城市人文)'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나누고자 한다.
중국의 서남부, 베트남과 인접한 광시성(廣西省)에 허츠(河池)라는 지역이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구이린(桂林, 계림)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독특한 모양의 산과 구릉, 맑고 잔잔한 강과 시내 등 구이린 못지않은 풍광을 자랑한다.
이 허츠시(河池市)의 야오족(瑤族) 자치 지역인 바마현(巴馬縣)은 중국 최고 '장수의 고장(長壽村)'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 인구 센서스에서 약 23만 명의 전체 현 주민 중 80-99세 노인 인구가 1,958명, 135세의 최고령자를 포함한 100세 이상의 '장수 스타(壽星)'가 69명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100세 이상 인구가 10만 명당 30명이 넘는 수치로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이었다고 한다.
장수 인구가 많은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는데, 대체로 겨울에도 온화한 기후, 적절한 세기의 햇볕과 일조량,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 유기질이 풍부한 토양과 여기서 생산되는 곡물과 채소 및 과일, 채식 위주의 식습관 등으로 조사되었다. 장수 노인들은 쌀과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여 야채와 나물, 고구마 등을 주로 먹었고 육류는 소량 섭취하여, 저염, 저당, 저지방, 저동물 단백질, 고섬유의 '4저(低)+1고(高)' 식단을 실천하고 있었다.
일본 연구진의 현지 조사 결과, 토양 중에 망간과 아연의 함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높았고, 비피더스균과 락토바실러스균도 다량 함유되었다고 한다. 특히, 노인들 머리카락의 아연 함량이 일반인에 비해 10배 이상 높으며, 대부분의 이곳 장수 노인들이 임종까지 뇌혈관이나 심혈관 질환 발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음이온, 자기장, 적외선, PH 지수 등이 원인으로 주장되었는데, 과학적 차원에서는 아직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이 바마현 중에서도 특히 경관이 좋고 장수 인구가 몰려있는 자좐진(甲篆鎭) 웨포촌(月坡村)은 평소에도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가을이 되면 중국 전역, 특히 북방 지역에서 지병 치료와 건강 요양을 위해 몇 달씩 이곳에 임시 거주하며 겨울을 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다. 이들을 이름하여 중국어로는 '철새 거주자(候鳥人)'라고 한다. 이 마을에 등록된 상주인구 수는 8,466명인데, 매년 겨울을 지내러 오는 이들은 상주인구의 5배에 달하는 4만 명에 이른다. 단기 관광객도 매일 평균 8,000명, 1년에 2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20여 년 전부터 이 장수 마을에 대해 알려졌지만, 특히 최근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요양 수요가 늘고, 이 지역에서 요양하며 효과를 봤다는 글과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마을에는 때아닌 요양용 주택과 호텔 건축 붐이 불고 외래 인구 대상 식당과 상점도 늘어났다. 현지 지역 발전 차원에서는 좋지만, 작은 지역에 사람이 몰리고 도시화되면 장수 마을을 이루었던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허츠시는 인구 335만 명 규모의 도시로 2002년에 시(市)로 독립되었다. 과거 공산혁명 시 광시농민운동이 일어났고 덩샤오핑(鄧小平)이 전투를 이끌었던 지역이다. 지금은 전국 최대 규모의 잠사(蠶絲) 산업과 실크 생산 기지로 성장했다.
전체 시 면적의 65%가 카스트 지형으로 특이한 형태의 지질공원과 자연유산이 산재해 있고, 곳곳에 동굴, 삼림, 습지도 많다. 좡족(壯族), 먀오족(苗族), 야오족(瑤族) 등 여러 민족이 거주하고 있으며, 아열대성 기후 지역으로 연평균 기온이 16~21도이다. 장수 지역이란 특성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올해 10월 초 국경절 연휴 기간에 시 전체 인구 수를 넘어서는 360만 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했다. 인근의 성도(省都)인 난닝(南寧)을 통해 베트남 등 동남아 각국과의 교류와 교역도 활발하다.
허츠시 남쪽에 위치한 난단현(南丹縣)은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주(白酒) 저장 동굴로 유명하다. 이 동굴은 길이 4.5km로, 약 3억 5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1년 내내 일정한 16-17도의 온도와 80-95%의 습도를 유지한다.
중국에서는 우수한 바이주는 '30%의 양조와 70%의 저장으로 결정된다(三分釀, 七分臟)'고들 하는데, 이 동굴은 이런 바이주 원액의 저장과 숙성에 매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동굴 안에서 제조되는 바이주 생산량은 매년 1.5톤, 현재 저장량은 약 8톤 정도로, 시가로 따지면 400억 위안(한화 약 8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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