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한계…'尹 출당' 타이밍 놓치고 친윤계에 휘말려
"위법한 계엄"이라더니…친윤계 돌파 못한 韓 정치력
대통령 탈당 요구도 거절 당해…출당, 탄핵 저울질하다 둘 다 놓쳐
국민의힘이 5일 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많아 한동훈 대표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은 상태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을 내린 직후 "위법하다"고 했던 한 대표의 말과는 사실상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한 대표로서는 탄핵에 쉽사리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었다.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시도에 동참했다가 여권의 분열을 자초하면서 정권을 넘겨줄 것이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탄핵에 반대한 이날 결정으로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는 모순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 대표가 흔들리면서 명실상부한 탄핵용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던 친한계 역시 당내 주류인 친윤계의 벽에 가로막히게 됐다. 쇄신을 부르짖다가 좌초되는 듯한 모습이 계엄 국면에서도 되풀이되면서 한 대표에 대한 실망감은 다시 한 번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내 탄핵에 반대하는 관성이 생기면서 종국적으로는 계엄 사태에 대해 동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당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비장했던 韓…'분열하면 진다'는 친윤계 설득에 '주춤'
한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안이 가결되는 과정에서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 "자유민주주의를 반드시 지키고 국민과 함께 잘못된 계엄 선포를 반드시 막겠다"라고 하는 등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쇄신을 강조하면서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던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계엄 해제안에 가결표를 던지면서, 한때 '탄핵안 통과는 시간 문제'라는 예측도 쏟아졌다.
한 대표는 4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 탈당 요구, 김용현 국방장관 해임,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한 대표의 기세는 그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의총에서 대통령 탈당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친윤계 의원들을 필두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거론됐다고 한다.
친윤계 중진의원들이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탄핵해서는 안 된다", "분열하면 또 지게 된다"는 취지로 한 대표 설득에 나섰고, 결국 한 대표도 수긍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실시된 2017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득표율 41.08%로 당선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4.03%,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1.41%,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6.76%를 기록했다. 단순 산술로는 보수 진영 후보가 단일화했다면 대선에서 이겼을 수 있기 때문에, 이날 의총에서도 '단합'을 강조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논리는 보수 진영의 차기 대선주자인 한 대표로서는 외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날 밤 의총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하기로 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용현 국방장관 탄핵안에 대해서도 "하나하나씩 논의하지 않았다. 또 이야기 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김건희 특검법처럼…친윤계 압박 못 견딘 韓
한 대표가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상황에 당초 입장보다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윤 대통령은 더욱 완고한 입장을 견지했다.
한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비서실장에게 윤 대통령 탈당 요구를 전했지만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련 기사: 한동훈 "총리 통해 尹 대통령 탈당 요구"…사실상 거절)
친윤계의 호위에 힘입은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대해 '야권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경고였다'는 적반하장식 인식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탄핵에는 선 긋고 대통령 탈당만 요구하는 어정쩡한 정국을 자초한 데 대해 "총선부터 특검 재표결 국면과 달라진 게 없다"는 자조도 나온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증폭될 때마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왔고 최근에는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이탈표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 이전에는 윤 대통령에게 개각과 대통령실 인사 쇄신을 요청해놓고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선에서 타협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다.
한 대표가 정무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되풀이하는 데 대해 친한계 내에서도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일부 나온다. 계엄 해제안에 상당수 국민의힘 의원들이 동참하면서 윤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에 선을 그을 수 있었는데, 이날 결정으로 비상 계엄에 일부 면죄부를 주는 듯한 인상을 남기게 됐기 때문이다.
한 친한계 초선의원은 "타협점을 모색해야 할 때와 싸우고 승부를 걸어야 할 때를 분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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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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