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시민에 거듭 고개 숙인 계엄군… “시민 공격 말라” 복무 아들에 호소한 어머니

주현우 기자 2024. 12. 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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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을 국회가 해제한 3, 4일 밤사이 곳곳에서는 계엄군과 시민들 사이에 뭉클한 장면이 포착됐다.

상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국회에 투입됐던 계엄군이 철수 과정에서 시민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는가 하면, 군 복무 중인 아들을 향해 "시민을 공격하지 말라"고 당부한 어머니도 있었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과 같은 부대(제707특수임무단)에서 복무했던 배우 이관훈 씨(44)가 계엄군을 설득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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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계엄’ 후폭풍]
부대 선배 “명령 받았겠지만 진정을”
“軍복무중인데 연락 안돼” 애간장도
얼굴 가리고, 고개 숙이고 철수하는 계엄군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한 계엄군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을 국회가 해제한 3, 4일 밤사이 곳곳에서는 계엄군과 시민들 사이에 뭉클한 장면이 포착됐다. 상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국회에 투입됐던 계엄군이 철수 과정에서 시민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는가 하면, 군 복무 중인 아들을 향해 “시민을 공격하지 말라”고 당부한 어머니도 있었다. 특수부대를 전역한 한 배우는 현장에서 만난 후배 병사들에게 다가가 시민을 해하지 말 것을 설득하기도 했다.

4일 유튜브 등에 올라온 한 현장 영상에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뒤 철수하는 한 계엄군의 모습이 담겼다. 한 시민은 철수하는 계엄군을 따라가며 “여러분이 들고 있는 총은 국민들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사용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를 들은 계엄군들 중 한 명이 뒤를 돌아보더니 연신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검은색 헬멧을 쓰고 마스크를 눈 밑까지 올린 계엄군은 유튜브 촬영 중인 시민을 향해 연거푸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곤 앞서간 다른 계엄군 행렬을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군인 자녀를 둔 부모로서 눈물이 난다”, “어쩔 수 없이 복종할 텐데 얼마나 힘들까” 등의 댓글을 달았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과 같은 부대(제707특수임무단)에서 복무했던 배우 이관훈 씨(44)가 계엄군을 설득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퍼졌다. 한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는 국회 현장에 온 이 씨가 계엄군에게 다가가 “나는 707 선배다. 제대한 지 20년 됐지만 진짜 너희 선배다. 이관훈 중사다”라고 소개하는 장면이 담겼다. 그는 1999년 입대해 2004년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명령 받아서 온 것을 아는데 진정해야 한다. 너무 몸을 쓰고 막지 말라”고 충고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어머니가 보낸 것으로 보이는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 화면이 올라왔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시민한테 총 겨누는 건 아니다. 무기도 없는 민간인에게. 이 상황이 내가, 엄마가 될 수도 있다”며 거듭 당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된 사진과 영상이 실시간으로 퍼지면서 군인을 가족으로 둔 시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직장인 임모 씨(32)는 “사촌 동생이 최전방에서 육군으로 복무 중인데 연락이 안 돼 가족들이 애간장을 태웠다”고 했다. 동생이 복무 중이라는 박모 씨(28)는 “군인은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사람들이라 지금 상황이 더 혼란스러울 텐데 부디 아무 일 없길 바란다”고 전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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