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오픈소스 AI, 반년마다 새 모델 내겠다”

이해인 기자 2024. 12. 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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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4년’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오픈AI의 챗GPT, 메타의 라마, 구글의 제미나이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모델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연구원이 있다. LG그룹이 AI 원천기술 확보와 난제 해결을 위해 2020년 만든 AI 전담조직 ‘LG AI연구원’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오픈소스 AI 모델 ‘엑사원 3.0’을 공개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뒤처지지 않는 결과를 보여줬다.

지난달 27일 만난 배경훈(48) LG AI 연구원장은 ‘엑사원 3.0’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이유에 대해 “메타, 구글과 같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빅테크와 성능으로 붙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LG가 공개한 모델은 코딩, 수학 등 일부 영역에서는 경쟁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는 “한 기업이 패권을 잡으면 그걸 사실상 뒤집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헤게모니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경쟁력 있는 AI를 공개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며 “LG는 다른 빅테크처럼 앞으로 6개월마다 한 번씩 업데이트된 모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7일 LG AI연구원은 출범 4주년을 맞는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무실에서 만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지난 8월 오픈소스로 공개한 엑사원 3.0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LG AI연구원은 오는 7일 출범 4주년을 맞는다. /김지호 기자

◇잭슨랩과 알츠하이버 치료제 개발 중

LG AI의 특징은 오픈소스, 경량화, 전문가AI로 요약된다. LG AI연구원도 출범 초기에는 구글이나 오픈AI와 같은 초거대 AI 모델 개발을 목표로 시작했다. 다양한 곳에 쓰일 수는 있지만 처리 시간이 오래 걸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가벼우면서도 특정 목적에 특화된 전문가AI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LG AI연구원은 올 3월부터 세계적 유전체의학연구소 잭슨랩과 함께 알츠하이머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잭슨랩은 암, 대사 질환, 선천성 기형 등과 관련한 유전체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 기관으로 1929년 설립 이후 2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배 원장은 “처음 잭슨랩에서 메일을 보내왔는데 잘 모르는 회사 이름이라 스팸 처리를 했더니 론 카돈 CEO가 한국으로 직접 찾아왔다”며 “잭슨랩이 구글과 MS를 찾아갔는데 범용 AI에 관심이 많다 보니 특화된 분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우리 연구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잭슨랩과 공동 연구를 한다고 하니 글로벌 제약사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LG AI연구원은 이후 글로벌 빅파마 2곳과 병리 이미지를 분석하는 모델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배 원장은 “잭슨랩과 연구를 트고 나니 완전히 시선이 바뀌면서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진영

◇“AI로 그룹 내 반도체 공정 무인화 성공”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AI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지만 배 원장은 당장 최우선 과제로 LG그룹의 AI 전환을 이끌어내는 것을 꼽았다. 그는 “LG 계열사에 AI를 접목해 실제 난제를 해결하고 업무 생산성 혁신과 효율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해 LG이노텍 반도체 공정의 한 라인을 자동화해 무인화에 성공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제조업 기반의 회사인데도 5년 넘게 데이터 정비를 해왔다”며 “이제는 AI를 적용해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8만명에 달하는 LG 그룹사 사무직군의 AI 업무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당장 이달 임직원들이 쓰는 기업용 AI 에이전트 ‘챗엑사원’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예컨대 직원이 “브라질 시장에서 세탁기를 판매하려고 하는데 지역 사람들의 생활 패턴은 어떤지 분석하고 경쟁 현황을 리포트로 작성해달라”고 제안하면 LG의 보고서 형식에 맞게 제안해주는 식이다. 배 원장은 “업무 생산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조 기반의 기업이 AI 혁신을 어떻게 이뤄내는지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배경훈 원장 (48)

광운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데이터 신호나 멀티미디어 처리 등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로 공부했다. 컴퓨터비전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서던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고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빅데이터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2020년 LG AI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올해 1월 공학 기술 분야 석학 단체인 한국공학한림원에 정회원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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