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 투표 앞둔 尹, ‘계엄’ 전모 밝히고 수습책 제시해야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위기는 155분 뒤 국회가 재석의원 190명 찬성 190명으로 계엄 해제 결의안을 가결하고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하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지금부터 어떻게 이 사태에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가 정상화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다. 이날 밤 한덕수 총리,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1시간 동안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항의했고, 윤 대통령은 “계엄 포고령 위반으로 체포하려던 게 뭐가 문제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6시간 만인 4일 새벽 계엄을 해제하면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이 다수인 국회 과반의 의결만으로 계엄이 해제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통령이 무엇을 위해 계엄을 선포하고 해제했는지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다. 무책임한 일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과 법률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헌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를 계엄의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이 도를 넘는 예산과 탄핵 폭주를 했더라도 이 상황이 전시나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는 보기 어렵다. 헌법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권한이 명시돼 있고, 계엄법에 국회 활동은 정지시킬 수 없게 돼 있는데도 계엄 포고령에서 국회 활동을 금지한 것도 위헌 소지가 크다. 포고령 중에 전공의 등 파업 의료인들의 현장 복귀를 명하며 “위반 시 처단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이번 계엄 선포가 법적 정당성 논란뿐 아니라 그 인식 자체가 시대착오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한 사람의 독단적 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국회는 여야가 함께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국민도 밤새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동요하지 않고 헌정 질서 회복에 힘을 보탰다. 우리 민주주의와 국가 시스템의 복원력을 보여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면서 대통령과 국방부,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죄로 형사고발하고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방침이다. 위헌적 계엄 선포와 군인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은 것은 헌법상 내란죄와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 6당은 이날 소속 의원 191명 전원 명의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5일 국회 본회의에 탄핵안을 보고하고, 6일 또는 7일에 탄핵안을 표결할 계획이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국민의힘 의원 8명 이상의 동조가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와 지도부 회의를 통해 탄핵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내각 총사퇴와 국방장관 해임에도 의견을 모았다.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 탈당을 요구했지만 당내 반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총사퇴 의사를 밝혔고, 대통령실도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의 궤도 이탈로 초래된 위기인 만큼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국회의 탄핵과 사퇴 요구에 직면한 윤 대통령은 회피만 하는 것으로 넘어갈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먼저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해명하고 수습책과 함께 어떻게 책임질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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