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광화문~삼각지 4㎞ 도보 행진…"내일 또 만나요"(종합)
전국 촛불집회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8년만…내일도 예고
(서울=뉴스1) 정윤미 남해인 기자 = 45년 만에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를 계기로 4일 오후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촛불집회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8년 만이다. 서울에서도 이날 밤늦게까지 촛불을 든 시민들의 시가지 행진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아면세점 앞 광장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민중행동 등 시민들이 운집해 90분간 촛불을 들고 대통령 퇴진 및 규탄 발언을 했다. "내란죄 윤석열 퇴진" "퇴진 광장을 열자" 등의 플래카드를 든 인파는 조선일보 사옥 앞까지 계속됐다. 대다수는 노조 조합원 등 중년층이었지만 20명 중 1명꼴로 2030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날 참가 인원을 1만 명(경찰 추산 2000명)으로 추산했다.
쌍둥이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 이미현 씨는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따른 군인 복부 연장 소식에 개탄하면서 "자식이 군대에서 죽을까 두렵고, 군대에 간 아들들이 전쟁으로 죽을까 부모들은 두려워한다"고 호소했다. 이 씨는 "제발 다치지 말고 갈 때 그 모습 그대로 집에 돌아오기만을 바란다"며 끝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윤석열은 고작 5년짜리 임기로 대한민국이 자기 것인 줄 알고 불법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꼬집으면서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는데 엄마로서 이 자리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며 거리에 나온 이유를 밝혔다.
8년 전 고등학생 때 이곳에서 촛불을 들었던 대학생 신재현 씨는 전날 뉴스를 보고 허망하고 참담한 마음이 들어 다시 왔다고 했다. 신 씨는 "(윤 대통령이) 어제는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유례없는 일을 벌였다"면서 "왜 국민이 반국가세력이란 누명을 써야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제에서 조선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김형수 씨는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밤잠 설치게 한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채원 씨도 "국민을 적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은 국가수반의 자격이 없고 그가 곧 반국가 세력"이라며 "국민에게 받은 권력을 내려놓고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맞은편 프레스센터로 이동해 동아일보 앞까지 줄지어 서서 오후 7시 50분부터 2개 차로를 이용해 행진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 체포하라"는 연호는 서울역을 거쳐 삼각지역까지 약 4㎞ 거리에서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촛불 행렬을 마주친 지나가던 시민들은 이들 연호에 같이 입을 맞추기도 했다. 행진은 오후 9시가 다 돼 마무리됐다. 이들은 내일(5일) 오후 6시를 집결을 기약하고 자진 해산했다.
집회 과정에서 60대 여성 참가자 A 씨가 길을 지나가던 2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A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B 씨가 길을 비키지 않아서 한 대 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날 오후 5시쯤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범국민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주최 측인 더불어민주당은 참가자들에게 촛불을 나눠줬다. 촛불이 없는 시민들은 휴대전화 플래시로 대신했다. 본관 앞 계단부터 중앙 분수대까지 늘어선 600~700여명은 "국민이 이긴다" "촛불이 이긴다"를 연호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A 씨(59)는 오늘 아침 계엄 소식을 듣고 속에서 천불이 났다면서 새벽 일이 끝나자마자 전철 타고 국회로 달려왔다고 했다. 국회 밖에서 촛불을 들고 서 있는 취업준비생 허 모 씨(23)도 "계엄령으로 골절상을 입은 시민들, 국회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군인들 그냥 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한숨을 내쉬었고 서울 소재 대학에서 수업을 마치고 국회를 방문한 조 모 씨(21) 역시 "어제오늘 상황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오늘 집회 현장에 와봤다"고 소회를 밝혔다.
민주당 등 야 6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위법이라는 사유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다음날(5일) 본회의를 열어 보고하고 오는 6~7일에 표결할 예정이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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