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 제주항공 날고, ‘블루’ 바탐·빈탄 맞고…‘빨강’ 열기찬 여심(旅心), ‘샛노랑’ 기대찬 여정(旅程)[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4. 12. 4. 21:36
제주항공이 인도네시아 바탐(인도네시아 북부 리아우 제도)에 지난 10월 신규 취항했다. 바탐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와 가깝다. 여행지로는 빈탄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인도네시아 3대 관광지다. 제주항공은 매주 4회(수·목·토·일) 새로운 세상을 여는 셈이다. 연중 온화한 날씨와 세계 100대 골프 코스로 꼽히는 높은 수준의 골프장(6개)이 즐비하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막상 그 여정의 출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미한 출발의 속사정과 창대한 결말의 바탐·빈탄 여정, 롤러코스터와 같던 드라마틱 여행의 판도라 속 숨겨진 이야기.
하늘길 막은 폭설과 그 길을 연 인간…여행을 역사로 만든 순간~
11월 말 첫눈은 인천국제공항에 공항(?) 장애를 만들었다. 세계적인 인천공항도, 패기 넘치는 제주항공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본발 전 여객기에 인천공항 착륙 금지가 취해졌고, 모든 여객에 나비효과는 이어졌다. 그나마 바탐행 제주항공이 6시간 지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던 것은, 인천국제공항을 숙박시설로 만든 대자연의 심술을 어르고 달래며 끝내 바탐·빈탄 여행의 빈틈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1시간 지연이 6시간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여행객은 초긴장에 빠졌다. 간절함이 통한 덕일까, 끝내 바탐·빈탄 여행에 나서며 반전의 추억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여행이 있으려고~
여정은 시간만 축낸 것이 아니라 여심(旅心)의 의욕마저 훔쳐 갔다. 밤잠마저 돌려받지 못한 채 바탐 여행 일정은 코앞에 다가왔고, 비몽사몽간에 마음 준비를 할 새도 없이 ‘파란’다이스 바탐의 문은 활짝 열렸다.
우리 비행기는 바탐 공항에 내렸지만, 인근 여행객은 배를 이용한다. 1만80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 바탐은 작은 섬이다. 125만여 명이 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도 거리다. 싱가포르 사람들의 주말 여행지로 가성비 ‘갑’ 생필품 구입과 레저를 즐기려는 인파가 차고 넘친다. 가이드의 “여긴 인도네시아라 거리서 담배 피울 수도 있거든요”라는 말처럼, 생활 규범이 엄격한 싱가포르인들에게는 해방구와도 같다. 씀씀이도 ‘해방’됐을터니, 바탐은 인도네시아에서 발리와 자카르타 다음으로 생활 수준이 높다.
바탐·빈탄, 그대 이름 부르니…“블루 블루스, 그대와 춤을”
이번 여행을 채운 첫 빛깔은 하늘빛의 신산함을 닮은 ‘블루’다.
구릿빛 바탐 이슬람 사원(Grand Mosque Batam)은 리모델링 사원이다. 대사원(Masjaid Agung)으로 불리던 모스크는 2년여의 보수 공사 후 지난 9월 라자 하미다(Rsja Hamidah) 대사원이란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라자 하미다는 리아우링가 왕국 술탄의 부인 이름이다. 왕국의 주권 수호에 역할을 한 여성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
사원은 메카의 모래색을 닮은 누런 건강미를 벗고 새초롬한 파란색 하늘빛으로 갈아입었다. 스카이블루를 모두 내준 탓에 속살 들킨 하늘은 구름 가운으로 자기 몸을 급히 가렸다. 그 모습이 배경색 없이 캠버스를 채운 풍경화를 닮았다. 스카이블루는 하늘에서 지상에 내려앉았다. 하늘 신앙은 지상에 내려 신심 가득한 사람과 공존했다. 하늘은 자기 몸을 모두 내줬고 그 스카이블루는 땅 위를 촘촘히 채웠다.
그 파랑은 이번엔 이교도의 눈을 채울 차례다. 하늘과 모스크에 이어 방문객의 눈으로 날아든 파랑새는 방문객의 입에 감탄사를 흘리게 만든다. 아잔(기도를 알리는 소리)과 다를 바 없는 울림이다. 세상은 그렇게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여행은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을 알려준다.
‘건기’ 바탐의 ‘이상 강우’는 심드렁한 구름 빛으로 아쉬움을 쌓았지만, 모스크와 그곳을 채운 하늘색 아라베스크는 끝내 눈 호강을 선물한다. 예상치 못한 이상 강우는 세상을 적시고 뜻밖의 색채 마술은 한 움큼 감동이 돼 내 눈마저 적신다. 이 모스크는 다른 곳과 달리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에게도 내부 탐방의 기회를 제공한다. 신발을 벗는 것으로 금단의 장막은 걷혔다.
또 다른 블루는 동남아 최대의 수영장인 빈탄의 트레저베이(Treasure Bay)에 거했다. 바탐에서 40분 정도 쾌속선을 달리면 만날 수 있다. 하늘이 내렸는지, 바다를 담았는지 파랑이 파랑했다. 길이만 1.6㎞에 이르는 이 수영장의 또 다른 이름은 블루라군이다. 케이블 튜브, 맹그로브 카약, 양궁, UTV, ATV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액티비티 여행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최고 수심 6m의 이곳은 바닷물과 민물이 섞인 인공풀이다. 물장구치는 수영객과 맞장구치는 블루라군은 추억이란 물보라를 선물했다.
바탐의 라노 아일랜드(Ranoh Island)는 파릇파릇한 2년 차 신생 여행지다. 바탐 남쪽에 위치한 이 섬은 청정지역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해양스포츠(스노클링, 바나나보트, 수상자전거) 등을 즐길 수 있다. 바탐에서 배로 20여 분 거리다.
바탐·빈탄, 그대와의 포옹…달아오른 볼 빨간 기대, 황금처럼 빛날 샛노란 추억
바탐은 벽돌이란 뜻이다. ‘바타메라’가 바탐이 됐다. 한창 개발 중인 파탐은 온통 공사판이다. 그 헤집어놓은 땅은 붉은 황톳빛이다. 그 위에 지어질 시설은 땅의 정기를 이어 바탐의 미래를 붉게 타오르게 할 터다.
동남아 여행의 백미는 야시장이다. 바탐에서는 나고야 야시장이 압권이다. 바탐 시내 메인 스트림인 ‘나고야시티’는, 말처럼 일본의 그곳에서 따왔다. 옛날 일본의 군사기지가 있던 자리다. 애초 지명은 ‘루북바자’지만, 누구나 나고야라 부른다. 근데 야시장에서 파는 음식은 중국식 일색이다. 메뉴는 손가락으로 셀 수가 없다. 따지면 머리 아프지만, 즐기면 흥이 된다. 푸드코트처럼 분위기가 깔끔하다. 다양한 맥주 광고판이 이채롭다. 빨갛게 달아오른 나고야의 뜨거운 열기는 매일 밤 황금처럼 빛나고 있다. 평일 오전 1시, 주말 오전 2시까지 문전성시다.
빈탄 니모 아일랜드는 스노클링 성지다. 말 그대로 빨갛고 노란 문양의 ‘니모를 찾아서’가 눈앞에서 현실화된다. 수상 가옥에서 낚시를 할 수도 있다. 이번 여행의 동료는 30㎝는 족히 넘는 복어를 잡았다. 즐길 시간에 따라 비용은 달라지지만, 카야킹도 즐길 수 있다. 식사도 메뉴의 차이지만 해산물 조리 솜씨가 수준급이다.
마하 비하라 두타 마이트레야 수도원(Maha Vihara Duta Maitreya Monastery)은 바탐 시내에 있는 중국식 불교사원이다. 온갖 황금과 붉은 기원 초가 줄을 잇는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이다.
대웅보전에 석가모니불과 아미타불, 약사불이 모셔져 있다. 이를 삼세불(三世佛)이라 하는데, 조선 시대 우리나라 큰 사찰의 불상 배치도 이렇다. 삼세불은 과거, 현재, 미래의 부처다. 과거불은 연등불(燃燈佛), 현재불은 석가불, 미래불은 미륵불이다. 시간의 개념에 공간이 더해져 서방의 부처로 미타불, 동방의 부처로 약사불을 앞세웠다. 결국 가운데는 석가불, 그 좌우는 약사불과 미타불이다. 약사불은 손에 약그릇을 들고 있어 구별하기 쉽다.
앞선 시기 많이 등장하는 삼신불은 법신 비로자나불·보신 노사나불·화신 석가모니불이다. 보신은 보살·나한 등을 이름이고 비로자나불과 석가불은 각각 화엄경과 법화경의 주요 부처다. 삼신불은 앞선 시기 불상이나 불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사원은 대웅보전을 사이에 두고 좌우에 두 개의 불당이 있다. 한쪽에는 관운장이, 다른 쪽에는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다. 그 중 관운장이 제일 크고, 양 옆으로 장비와 유비를 거느린 구성이 이채롭다. 의형제 중 맏형인 유비의 모습이 초라하다. 이 사원엔 휴식과 공부를 즐기는 어린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찰 일대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있는 화교 커뮤니티인 덕이다. 바탐 인구의 30%는 중국계로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다.
바탐·빈탄, 그대 만나니…황금색 눈부신 감동
인생샷 핫플은 황금색 가득한 소금사막이다. ‘구룬 파시르 부숭’은 소금사막이라고 불리는데, 빈탄을 찾는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인증샷 명소다. 황금빛 모래언덕과 신비로운 에메랄드 빛깔의 블루라군이 경이롭다.
모래 채석장이었으나, 수년간 사용하지 않아 사막과 같은 토루를 형성하게 됐다. 모래 결정이 굳어진 모습이 태양에 반짝이며 마치 소금처럼 보여서 소금사막이라는 별칭을 가지게 됐다. 이 이색적인 풍광은 사진작가들을 통해 알려져 인증샷 명소가 됐다. 더불어 모래사막 안쪽의 블루레이크도 인생샷 명소다.
바탐의 발레발레 원주민 마을에선 문화체험을 할수있다. 바탐은 원주민이 전체의 20% 정도밖에 없다. 굳이 발레발레 마을을 찾는 이유다. 발레발레는 바다 건너 도심 풍광이 보이는 한적한 시골이다. 야자수 숲속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마을 앞엔 맹그로브와 수상 덱이 있다. 동화 속 같은 풍경이다.
가는 곳마다 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닌다. 과자 정도 준비하면 좋다. 관광객을 위해 전통춤 공연이 펼쳐진다. 해변에서 약 300m 떨어진 바다에 해산물 식당이 있다. 한국식 음식 덕에 입맛을 살릴 수 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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