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속 날벼락 맞은 재계, 대책 마련 골머리
대한상의 토론회 등 줄취소
재택근무·시차 출근 권고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충격파에 재계도 비상이다. 주요 대기업과 경제단체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상계엄이란 돌발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4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HD현대는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각 계열사 대응 전략을 수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 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환율 등 재무 리스크를 집중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SK그룹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주요 경영진 회의를 열었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네이버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 차원에서 최수연 대표 주재로 회의를 진행했다. 전날 비상계엄 선포 이후 트래픽이 몰리며 한때 네이버 카페, 뉴스 댓글에서 장애가 발생했다가 복구됐다.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 등 임원진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가 향후 경영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하는 비상경영회의를 열었다.
한 대기업 인사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가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만큼 이번 사태가 최대한 빨리, 안정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외부 환경이 워낙 급변하고 있어 경영 및 투자계획 수립의 지연이나 혼선이 당분간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도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이날 임원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한국무역협회도 긴급 경영진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경제 관련 주요 행사는 줄줄이 취소됐다. 대한상의는 이날 국회에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과의 상법 개정 토론회를 취소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이 취소되면서 6일 예정된 국내 석유화학 및 배터리 기업 CEO들과의 면담이 무산됐다.
비상계엄 사태는 출근길에도 영향을 줬다. LG는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근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넥슨,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등 게임사도 시차 출근제와 자율 재택근무제를 시행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업황 부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돌덩이를 만난 꼴”이라며 “단기적 충격도 있겠지만 한국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장기적으로 한국의 대외 신인도나 이미지 추락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병한·노도현·권재현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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