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반대에도 尹 “내가 책임지겠다”…그날 저녁 살벌했던 국무회의, 어땠길래
육사 4인방이 軍출동 주도
3일밤 9시 긴급 국무회의 열어
장관 다수 반대했지만 못막아
무장병력 국회 진입했지만
본회의 개최 적극 저지 안해
尹, 4일 일정 취소 후 칩거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를 넘어 용산 대통령실에서 계엄 선포 안건을 심의하기 위해 국무회의가 긴급히 소집됐다. 국무회의 의장은 대통령, 부의장은 국무총리이며 19개 부처 장관이 국무위원을 겸하고 있다.
이날 밤 국무회의에는 한 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김 장관과 이 장관 등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국무위원들은 이날 회의 안건이 계엄인지도 모른 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절반가량의 국무위원들이 참석했으나 안건을 파악하자 한 총리와 최 부총리 등은 화들짝 놀라 윤 대통령을 설득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헌법은 대통령의 긴급명령·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 또는 계엄 발령·해제는 국무회의에서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제처 해석에 따르면 계엄과 해제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심의만 하면 될 뿐 의결이 필요한 사항이 아니다. 이에 따라 다른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윤 대통령이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형식적 심의 절차가 끝나자 윤 대통령은 방송사 생중계를 통해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오후 10시 25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출입기자단은 브리핑룸 앞에서 대기했으나 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 생중계로만 이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일부 각료들의 반대까지 무릅쓰고 시행한 계엄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국회는 계엄이 선포된 지 불과 2시간30여 분 만에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고, 완전무장 상태로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은 표결을 제지하지 않았다.
기관단총과 야간투시경 등으로 무장한 계엄군들은 상당수 여야 의원들보다 늦게 국회에 도착했고, 진입 과정 등에서 창문이 깨지는 등 일부 충돌이 있었지만 국회 본회의 개최 등 국회의 의사결정 활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
4일 계엄사무 관련 부대를 지휘했던 전직 군 장성들은 매일경제에 “윤 대통령과 군 당국이 급조된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시대착오적으로 군을 동원했고, 군사적인 준비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계엄군 국회 투입에 대해 “군의 지휘체계는 혼선을 빚었고 출동 명령을 받은 군인들도 잘못된 명령을 받고 인간적인 고뇌를 한 부분이 있었다”고 풀이했다. 김 전 사령관은 “계엄군으로 투입된 병력도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에야 임무 내용을 알았을 정도로 준비가 안 됐고 계엄을 시행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에 대한 군 내부의 낮은 신망이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한편 4일 오전 1시께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에도 윤 대통령은 한동안 계엄을 해제하지 않았다. 그사이 한 총리를 비롯한 일부 장관들이 대통령실을 다시 방문해 윤 대통령에게 수용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계엄 선포를 ‘충암고 라인’이 주도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행 계엄법상 국방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 발령을 건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 장관과 이 장관이 충암고 출신이다. 계엄에 관여할 수 있는 최고위층은 모두 충암고 라인이었던 셈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오전에 예정돼 있었던 마약류 점검회의 일정을 순연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이 계엄 파문 이후에 어떤 일과를 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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