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1승 응원하는 영화”…돌아온 송강호표 코미디도 1승 거둘까
- “엄청난 에너지·세심한 전략
- 배구의 매력이 그대로 담겨
- 선수역 배우들 고생 많이해
- 감독 역할인게 다행일 정도
- 무겁지 않게 위로하는 영화”
오랜만에 송강호가 웃음과 희망을 주는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한국 영화 최초로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 ‘1승’(4일 개봉)에서 루저의 삶을 살고 있는 배구선수 출신 감독 역을 맡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1승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신연식 감독님과 배우들이 일반 시사에서 무대 인사를 했는데 다들 좋아하시고, 어르신들도 많이 계시더라. 특히 어렵고 고민하는 영화가 아니다 보니까 굉장히 표정이 밝으셔서 기분이 참 좋았다”고 개봉에 앞서 시사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을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 도전에 나서는 영화다. 송강호는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직을 맡는 김우진 역을 맡아 새로운 괴짜 구단주의 1승 공약을 이루기 위해 선수들과 땀을 흘린다.
‘1승’은 다이내믹한 배구 장면이 계속해서 등장하며 스포츠 영화의 재미를 준다. 송강호는 “평소 배구를 좋아한다. 배구라는 스포츠가 엄청난 스펙트럼이 있고, 막강한 에너지와 파워, 아주 디테일한 작전과 그에 맞는 다양한 공격과 수비가 있다. 우리 영화에는 이런 것들이 세세하게 담겨 있어 정말 깨알 같은 재미가 있다”고 영화의 매력을 짚었다.
영화 촬영 과정도 마치 오합지졸 선수들이 1승을 위해 단합하는 것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배구 선수를 맡은 배우들은 모델 출신의 장윤주 장수임 차수민, 비치발리볼 선수로 활약하는 시은미, 현대무용을 전공한 송이재 등 다채로운 경력을 지녔다. 송강호는 “다양한 경력을 지닌 배우들이 입체적인 캐릭터를 맡아 ‘1승’ 팀이 됐다. 오합지졸이었던 핑크스톰 선수들이 하나씩 맞춰가며 힘을 발휘하는 영화의 이야기가 마치 실제처럼 잘 맞아 들어갔다. 그런 점에서 다른 스포츠 영화들과 차별점이 있다”고 영화적 재미를 설명했다.
송강호는 배우들이 배우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하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응원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선수 역할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구경하다가 빨리 도망갔다. 너무 무서워서(웃음). 배우들이 선수가 되기 위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훈련에 임했고, 그래서 대역 없이 다 해낸 것”이라고 자랑했다.
‘1승’은 최초의 배구 영화여서 배구인들의 관심도 높았고, 도움도 많이 줬다. 송강호는 “배구협회를 비롯해 전 배구인들이 발 벗고 도와주셨다. 상대 팀 감독으로 특별출연해 주신 신진식 김세진 감독님, 이숙자 해설위원, 이동근 아나운서, 김연경 선수 등이 두루두루 많은 도움을 주셨다. 전 GS칼텍스 차상현 감독님은 합숙 훈련을 할 때 오셔서 선수들에게 스파이크를 비롯해 배구 기술을 가르쳐 주셨고, 한유미 해설위원은 정말 혹독하게 훈련시켰다”고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렇게 애쓰면서 도와준 분들과 배구인들에게 누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한편 ‘1승’은 송강호가 출연한 ‘거미집’의 각본을 맡았고, 그의 첫 드라마인 ‘삼식이 삼촌’의 각본·연출을 맡은 신 감독과 세 번째 만남이다. 사실은 개봉은 늦었지만 촬영 순서로 따지면 ‘1승’이 첫 번째 영화다. 한 배우가 한 감독과 연달아 세 번이나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신 감독의 대본에는 남다른 시선이 있다. 그가 대본을 쓴 ‘동주’를 보면 우리는 윤동주 시인의 아름다운 시는 기억하지만 삶의 뒤안길이나 발자취를 잘 모르지 않나. 그런데 몰랐던 것을 통해 역사의 아픔을 끄집어내는 시선이 참 좋았다. 그래서 한번 꼭 만나보고 싶었다. ‘1승’ 때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눴고, 그때 ‘거미집’도 이야기했다. 이후 ‘삼식이 삼촌’도 함께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최근 한국 영화의 성적이 좋지 않고, 송강호가 최근 출연한 영화도 흥행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희망을 주는 영화 ‘1승’이 어떤 모멘텀이 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지난 30년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안전한 선택을 한 적은 없다. 배우로서 검증이 안 되고 위험할 수 있지만 도전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해 왔다. 어느 구간에서는 뭘 해도 잘 됐지만 어느 구간에서는 소통이 안 되기도 했다. 그것이 인생인 것 같다”고 흥행보다는 도전을 선택해 온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리고 “‘1승’은 배구라는 스포츠를 담고 있지만, 우리에게 1승이라는 것은 집에 돌아갈 때 맛있는 통닭을 두어 마리 사서 가족들과 맛있게 먹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자주 못 했는데 작은 위안이 되는 1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모여서 관객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줄 수 있다면 충분한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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