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대표 "우주전시회마다 찾아가 '5분만 달라'···근성으로 투자 받아냈죠" [CEO&STORY]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2024. 12. 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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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컨텍 대표 겸 AP위성 대표
항우연 근무 중 加 우주생태계 보고 창업
"돈 안되는 사업" VC서 줄줄이 퇴짜맞아
조선소 건설 위해 뛰어다닌 정주영처럼
해외 수주의향서 받아 투자유치 이끌어
이젠 전시회마다 초청받아···ISS 주최도
美·핀란드 등 9개국 10여개 지상국 운영
위성시스템·통신폰 기업 'AP위성' 인수
밸류체인 구축···양자암호화로 보안강화
AI·사이버안보 접목 확대로 경쟁력 키워
에어버스D&S 견줄만한 우주기업 될것
이성희 컨텍 대표 겸 AP위성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삼원가든에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 앞서 글로벌 우주 스타트업으로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조태형 기자
[서울경제]

5월 우주항공청이 개청하며 뉴스페이스를 부쩍 강조하고 있으나 국내 100개 이상의 우주기업 중 실제 돈을 버는 곳은 드물다. 발사체는 말할 것도 없고 위성 분야에서도 세계시장에서 매출을 올리는 곳은 손꼽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2개의 코스닥사를 운영하며 내년에 연결기준 약 1000억 원의 매출을 목표하는 글로벌 강소 우주기업이 있어 화제다. 위성·발사체 정보를 지상국에서 수신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깨끗이 처리하는 컨텍과 위성통신단말기와 위성시스템 제작에서 우수한 역량을 갖춘 AP위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성희 컨텍 대표 겸 AP위성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대면·화상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차지하는 국내 우주시장 비중은 1%도 채 안 된다”며 해외시장 공략을 강조했다. 그는 “창업 뒤 처음부터 해외 전시회와 콘퍼런스를 찾아 3~5분이라도 발표 기회를 달라고 매달리고 현지 기업들에 계약의향서를 써주면 투자받아 지상국을 지어 서비스하겠다고 했다”며 당시 고충을 털어놓았다. 1970년대 초 정주영 현대 회장이 조선소 건설비를 마련하기 위해 영국 은행을 설득할 때 그리스 선주한테 하자 발생시 ‘리콜+α’를 조건으로 받은 계약서를 보여주며 설득했던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 대표는 우주 연구개발(R&D), 글로벌 시장 개척은 물론 우주 인재 교육, 우주 엔터테인먼트사업까지 융합을 꾀하겠다는 청사진도 피력했다.

이 대표는 올 들어 거의 3분의 2가량은 해외에 체류하며 약 200곳의 협력·고객사를 만나고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최근에만 카자흐스탄·영국·미국·독일·영국·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UAE)·홍콩 등을 방문했으며 현재 대만에 체류 중이다. 이런 그의 광폭 행보로 컨텍은 국내(제주도와 경기도 시흥)는 물론 미국(알래스카),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9개국에서 10개의 지상국을 운영 중이며 칠레·카타르·포르투갈 등 4곳에 추가로 지상국을 구축하고 있다. 컨텍은 위성과 발사체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깨끗하게 처리해 정부·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서비스한다. 데이터 처리는 10여 명의 AI 연구원이 한다. 자동차와 선박 경로 파악, 해양오염과 적군·무기 파악, 도시·산림·하천 관리 등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컨텍은 우주 지상국 시스템도 만들고 위성 운영·관제도 한다.

컨텍은 자회사로 광학위성 탑재체를 개발하는 컨텍스페이스옵틱스(CSO), 온실가스 모니터링·분석사인 컨텍얼스서비스(CES), 위성·위성통신단말기 제조사인 APSI, 지상국 안테나와 모뎀 제조사인 미국 텍사스스페이스커뮤니케이션(TSCOM)를 운영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고 있다.

올 6월에는 634억 원을 들여 AP위성 지분 24.72%를 취득해 경영권을 획득하며 위성 통합 서비스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해 매출만 보면 컨텍이 158억 원, AP위성이 494억 원이었다. AP위성 창업주인 류장수 회장이 대기업의 인수 제안에도 컨텍의 기업가정신과 사업 모델을 좋게 봐준 덕분이다. 이로써 컨텍은 지상국 서비스와 장비 개발, 위성 영상 서비스 활용, 위성과 서브 시스템, 플랫폼 제작, 위성 광학카메라 제조 등 발사체를 빼고 우주 밸류체인을 사실상 구축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유럽 위성 기업인 에어버스 D&S,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에 견줄 만한 우주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200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들어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구원으로서 지상국 시스템 설계·운용, 데이터 분석 업무를 했다.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10년 우주 선도국인 캐나다 칼턴대에서 1년간 방문연구원을 했을 때다. “캐나다는 이미 우주청과 기업이 협력해 뉴스페이스를 진행하고 있었죠. 토론토대와 요크대에서 인공위성을 설계·제조해 기업에 팔거나 우주청 출신 연구원들이 창업하더라고요. 당시 한 우주 프로젝트에 옵서버 자격으로 제안서를 썼더니 여러 명이 현지 우주기업에 추천서를 써주기도 했지요.” 그는 귀국 후 항우연 위성운영실에 근무하다 2015년 창업의 돛을 달았다. 마침 정부에서 출연연 창업을 권유하던 시점이라 과감히 휴직계를 내고 항우연의 사무실과 장비를 무료로 쓰며 R&D에 나섰다.

처음에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2019년 16억 원 규모의 첫 투자 유치를 하기까지 사재를 털어넣고 정부·공공기관의 용역 과제를 받아 버텼으나 마이너스통장·카드론을 2억 원이나 썼다. “월급으로 이자 감당도 힘들었어요. 2018년에만 투자 유치 기업활동(IR)을 86번이나 했는데 ‘우주사업으로 무슨 돈을 버냐’는 반응뿐이었지요.”

우여곡절 끝에 기술보증기금에서 20억 원을 빌리고 운 좋게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3000만 원을 투자받고 액셀러레이터(AC)를 소개받아 이듬해 첫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해는 인류의 첫 달 착륙 50주년이 되던 해로 국내에서 막 우주에 대한 관심이 생기던 때였다. 제주에서 7년간 쌓은 인맥으로 용암해수단지의 장비실과 옥상에 2020년 첫 지상국을 완성, 16개 위성에 대한 서비스에 들어갔다. 한 번 물꼬가 트이자 이후에는 투자 유치가 수월해져 과거 IR 했던 투자사들로부터 120억 원을 투자받았다. 그 돈으로 미국(알래스카), 스웨덴, 아일랜드, 남아공, 핀란드 등에 지상국을 구축했고 그다음 단계 투자를 받아 카타르·호주·브루나이·칠레·그리스까지 지상국을 설치했다. 2022년에는 610억 원의 투자를 받는 등 지난해 11월 상장 전까지 총 746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첫 지상국도 구축하지 못했던 2018년께부터 미국·프랑스·독일 등의 전시회와 콘퍼런스를 연 20~25회나 쫓아다녔다. “콘퍼런스에서 ‘잠깐만 발표하자’고 거듭 요청해 처음으로 프랑스 마르세유 우주항공전시회에서 유럽우주국(ESA)과 프랑스 우주청 수장 앞에서 5분간 발표했죠. 이후 에어버스·탈레스에서도 보자고 했습니다. 해외 기업들에는 ‘컨텍이 지상국을 지으면 계약할 의향이 있다’고 써달라고 했는데 그것이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됐지요.”

그렇게 동분서주하자 이제는 국제 콘퍼런스에서 단골로 초청받고 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는 해외 우주 관계자들을 국내로 초청해 대규모 국제우주포럼도 연다. 6월 사흘간 34개국 360개 우주 기관·기업·대학 전문가를 초청해 ‘국제우주컨퍼런스(ISS) 2024’를 서울경제신문 등과 공동으로 주최했다. 내년에는 세 번째로 ‘ISS 2025’를 6월 3~5일 대전에서 열 예정이다.

아시아 기업 중 자체 지상국을 세계적으로 구축한 곳은 컨텍이 유일하다. 미국·유럽에는 컨텍과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14~15개 있는데 이들과는 경쟁도 하지만 상호 지상국을 공유하며 협력한다. 컨텍은 위성과 지상국 간 데이터 병목 현상을 줄이고 통신 속도가 무선 데이터보다 10~100배나 빠른 레이저 광통신 지상국을 내년에 구축할 방침이다. 특히 보안 강화를 위해 양자암호화통신 기법을 위성과 지상국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자암호화 탑재체를 실은 위성이 양자암호화키를 내려주면 그것을 지상국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뒤 데이터를 안전하게 처리해 수요자에게 전송하는 것이죠. 암호화를 거치니 정부·기관, 국가정보원, 군, 금융권 등에서 좋아할 것입니다. 다만 70~100㎞마다 양자암호화키 광케이블통신망 중계기를 달아야 해 비용이 많이 들죠. 현재 미국·중국의 정부기관에서만 하는데 민간에서는 저희가 세계 최초로 하려고 합니다.” 그는 이어 “노르웨이 케이셋, 스웨덴 스페이스 코퍼레이션 같은 지상국 선두주자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며 “미국·프랑스·노르웨이·카자흐스탄 등 10개국 이상에서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나오는데 동유럽·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AP위성의 위성단말기폰은 현재 UAE의 위성통신사인 뚜레아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데 영국 인마셋, 멕시코 멕시코셋 등과 협력해 세계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다. AP위성의 위성시스템 제작 능력도 강화해 현재 항우연과 국가과학연구소 등의 위성 수요뿐 아니라 해외와 미래 6G 위성통신까지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컨텍의 자회사인 CSO는 컨텍이 장차 지상 약 300㎞ 궤도에 쏘아 올릴 30~40개의 초소형 군집위성에 카메라를 부착해 지상의 초고해상도 영상을 얻고 적국 위성 정보 등을 파악하는 데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자회사인 CES는 2026년 말 저궤도에 직접 쏘아올리는 위성으로 탄소를 모니터링해 세계 탄소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상국은 한 번 구축하면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카메라 등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릴 수 있다”며 “컨텍의 경우 올해 연결기준 500억 원 가까운 매출이 예상되며 내년에는 그동안의 투자 효과가 나타나고 기존 룩셈부르크 해외법인 외 영국과 미국에 지사 설립으로 인해 흑자 기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He is... △1975년 강원도 태백 △아주대 우주전자정보공학 박사 △2000년 동원시스템즈 연구원 △200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2010년 캐나다 칼턴대 방문연구원 △2015년~ 컨텍 대표 △2024년 AP위성 대표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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