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동화속으로3] 이런 때, 대동마을 ‘노을 멍’ 어때?

함영훈 2024. 12. 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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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대동 하늘마을의 낭만
대전 동구 대동하늘마을 풍차 앞 노을[오원호 작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정리] 12월초 서울에서 벌어진 희대의 사건에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이런 때엔 동산에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도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한국관광공사의 12월 추천 가볼만한 곳 중 하나인 대전 대동하늘공원에서는 대도시와 어우러진 눈부신 석양을 만날 수 있다.

빌딩 숲 너머로 기울면서 하늘은 점점 진한 주황색으로 물든다. 도시는 어느새 산 능선에 다다른 해가 토해내는 황금빛 햇살로 눈부시게 빛난다.

대동하늘공원으로 오르는 길에는 수십 년 전 오밀조밀 서로 벽을 기대 지은 대동 하늘마을이 있다. 6.25 전쟁으로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이 대전에 이르러 산기슭을 따라 집을 지어 살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동네를 이루었다. 보따리 하나만 들고 나선 길이니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집을 지었다.

대동하늘마을 벽화 [오원호 작가]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는 추억으로 잊힌 동네 풍경을 이곳에서 만난다. 주거 밀도가 높았던 탓에 텃밭 대신 다랑논처럼 계단마다 고무 대야를 놓고 파와 상추, 배추 같은 식용 채소를 키우기도 했다. 흐른 세월만큼 집도 그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지만, 곳곳에 그려진 벽화 덕에 마을 분위기는 포근하고 아기자기하다. 대동 하늘마을 벽화에는 이야기를 담았다.

대동천에 사는 수달 캐릭터 하늘이를 시간 루프에서 구해주는 내용이다. 하늘이를 위해 황금열쇠를 찾아보라 권한다. 황금열쇠를 찾으며 벽화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마지막에는 강으로 돌아가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사는 하늘이 그림을 만날 수 있다.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한 편의 동화를 본 느낌이다. 가게 문을 여닫는 셔터에 그린 하늘마을 전경 그림은 2014년 하늘동네 벽화 그리기 대회에서 1등을 수상했다.

하늘동네에 거주하면서도 불편한 거동으로 인해 공원에서의 풍경을 감상하지 못하는 주민을 위해 그렸다는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최첨단 AR(증강현실) 트릭아트 벽화도 만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스펀지AR 앱을 설치하고 실행시킨 뒤 카메라로 벽화를 바라보면 화면 속 벽화가 움직인다.

대동천

돌고래와 코끼리, 기린, 판다 등 동물 그림과 천사 날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천사 날개가 펄럭이며 날갯짓하는 AR 화면을 볼 수 있다. 날개 사이에 서면 움직이는 날개와 함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신통방통한 벽화다.

AR 벽화를 지나 풍차 반대편 방향으로 대동하늘공원에 오르면 연애바위를 볼 수 있다. 연애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재미있다. 좁은 집에서 대가족을 이루며 살다 보니 젊은 부부나 연인들이 사랑을 나눌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그럴 때마다 연애바위에서 사랑을 속삭이곤 했다. 그 이유는 연애바위에서 보면 밑에서 사람이 올라오는 것이 잘 보이지만 아래에서는 연애바위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동하늘공원에는 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풍차가 서 있다. 여기가 노을 명소로 소문난 곳이다. 그러니 해가 지기 전에 풍차에 도착해야 한다. 풍차가 돌아가는 동산에 서서 도시 너머로 노을이 지는 풍경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되면 강아지와 산책 나온 주민이나 손을 꼭 잡은 연인들이 하나둘 풍차 주변으로 모여든다. 대동하늘공원으로 오르는 계단 끝에는 노란색 별 모양 조형물과 함께 색색의 수많은 바람개비가 반겨준다. 2024년 11월에 대동하늘공원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생긴 조형물이다. 나무로 만들어졌던 풍차는 꿈돌이로 장식된 빨간색 풍차로 바뀌었다.

풍차 앞에서 바라보는 도시 풍경은 이곳까지 올라온 수고에 비해 과분하다. 서울이라면 남산이나 북한산에 오르는 수고를 감내해야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전망대 난간 앞에 나란히 서서 석양을 바라보는 연인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12월 31일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해를 떠나보내기에 이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 뉘엿뉘엿 기운 해가 도시의 산 너머로 모습을 감추면 도시는 하나둘 불빛을 밝힌다.

왠지 바빠 보이는 낮 풍경과 달리 도시의 밤 풍경엔 낭만과 여유가 묻어난다. 풍경을 감상한 뒤에는 카페에 들러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철도관사를 리모델링한 카페

대동 하늘마을에서 나고 자란 원주민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면 마을의 옛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대동하늘공원에 가면 이제는 만나기 힘든 옛 동네의 정겨운 풍경, 동화 속 이야기 같은 벽화, 낭만적인 분위기의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석양을 만날 수 있다.

대전역 동쪽 광장으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대동천이 흐르는 소제동을 만난다. 1900년대 초반, 일제가 소제호수를 매립하고 한옥마을을 파괴해 철도종업원과 기술자를 위한 관사촌을 만든 것이 지금 소제동 풍경의 시작이다. 이제는 당시 건물을 리모델링한 감각적인 분위기의 카페와 식당이 곳곳에 들어서 카페거리를 이루었다. 9월에는 대전 빵 축제도 열리는 곳이다.

남간정사는 조선 숙종 때 고위관직을 두루 거쳤던 우암 송시열이 1683년에 건립한 서당이다. 마당에는 작은 연못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건물 뒤쪽에 출입문을 낸 독특한 형태를 가졌다. 남간정사 건물 뒤로 돌아가면 송시열이 직접 심었다 전해지는 배롱나무가 남아있다. 우암사적공원에서 송시열의 문집과 연보 등을 집성한 송자대전의 판목도 볼 수 있다.

송자대전 판목[오원호 작가]

문충사는 우암 송시열의 9세손인 송병선과 송병순 형제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송병선은 1905년에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을사5적을 처형하고 일제를 경계하는 상소를 올리다 망국의 현실을 개탄하며 자결한 인물이다. 사당 입구에 홍살문과 충신 정려각이 있고 사당 내부에 형제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지금도 형제의 후손이 거주하며 사당을 관리한다.

한국관광공사의 의뢰로 현장을 다녀온 오원호 여행 작가는 당일 여행코스로 소제동 카페거리→남간정사→문충사→대동하늘공원(석양&야경)을, 1박2일로는 첫날 소제동 카페거리→남간정사→문충사→대동하늘공원(석양&야경), 둘째날 숨두부체험관→판암동마을(은진송씨쌍청당제실)→대전중앙시장 코스를 권했다.

숙박지로는 베니키아호텔 대림, 더휴식아늑호텔, 먹러리로는 성심당 대전역점, 감화칼국수, 별난집을 추천했다. 주변 볼거리로는 대전중앙시장, 대청호자연수변공원, 명상정원 등이 있다.

[한국관광공사 12월 추천 가볼만한 곳, 오원호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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