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선포 20분 뒤 국회 폐쇄… 계엄군, 우원식·한동훈·이재명 체포 시도한 듯 [비상계엄 후폭풍]

이도형 2024. 12. 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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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6시간 재구성
민주 “박찬대·김민석·정청래 등
시민단체 포함 10여명 대상자”
“707 특임단 2일부터 출동대기”
새벽 1시 계엄해제 결의안 가결
尹, 3시간 27분 지나 해제 선언

44년 만에 ‘계엄’이 대한민국에 내려왔지만, 이번에 머무른 시간은 6시간 남짓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영화관이 아닌, 현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군의 이동 및 국회 진입이라는 뉴스를 들었다. 국민은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계엄군을 막으려 국회 보좌진들이 의자, 탁자 등으로 쌓아올린 ‘바리케이드’ 등도 생중계로 보았다. ‘현실’로 내려온 계엄에 국민은 국회 앞 정문으로 나아가 경찰, 군 등과 마주섰다.

◆尹 ‘비상계엄’ 선포에 뒤집힌 국회

3일 오후 10시23분. 윤석열 대통령이 생중계 긴급 담화를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와 예산 감액 시도를 비판한 윤 대통령은 29분쯤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계엄 선포 후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고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다.

시선은 헌법이 계엄 종료의 유일한 권한을 부여한 국회에 쏠렸다.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 연합·뉴스1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은 상황 종료 뒤인 4일 브리핑에서 경찰이 10시57분부터 의원들의 출입을 막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경찰버스와 경찰 인력들이 동원되어 국회 출입을 막았는데 복귀가 막힌 의원실 보좌진들 사이에서 “왜 국회 문을 걸어 잠그나. 미친 것 아니냐”는 항의가 잇따랐다.

실랑이 끝에 경찰은 직원들의 신분 확인 후 출입을 허용했다. 한남동 공관에서 계엄 선포 소식을 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곧바로 국회로 향했고 국민의힘 추경호,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모두 국회로 의원들을 소집했다.

11시25분이 지나면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이 본관 3층 본회의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민주당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은 “이건 분명 영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軍 출동에 국회 ‘술렁’

군 헬기 3대가 국회 경내에 착륙했다는 전언에 본관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계엄군은 11시48분부터 헬기로 24차례에 걸쳐 병력 230여명을 경내에 투입했다. 4일 0시39분. 계엄군이 국회 본청 우측 국민의힘 당 대표실의 유리창을 깨고 본청으로 진입했다. 소식에 본청 안에 있던 의원실 직원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본회의장 앞으로 집결했다. 의자와 가림막, 소파 등을 끌어모아 출입문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3중 4중으로 방어선을 구축해 군의 접근을 막았다.

0시45분엔 계엄군 50여명이 추가로 국회 담장을 넘어 진입했다. 한 직원은 “헬기에서 내린 군인들이 본관 진입을 시도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막았다”고 전했다.
국회사무처가 계엄군의 국회 본관 진입 과정이 담긴 CCTV를 4일 공개했다. 김민기 국회사무총장은 국방부가 헬기로 24차례에 걸쳐 무장한 계엄군 230여 명을 국회 경내로 진입시켰다며 0시 40분에는 계엄군 50여 명을 추가로 국회 외곽 담장을 넘어 진입시켰다고 전했다. 사진은 계엄군이 탄 헬기가 국회 내에 착륙하는 모습. 국회사무처 제공
‘계엄 정국’ 과정에서 정부가 우 의장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 의장과 한 대표, 그리고 제가 (체포 대상자)였었다고 알고 있다”고 했고, 당 계엄정보 상황실장을 맡은 안규백 의원은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의원, 정청래 의원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 의원들을 포함해 시민단체까지 10여명의 체포 대상자 리스트가 있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제보를 받았다며 계엄군으로 출동했던 707특임단 등에겐 2일부터 출동대기 명령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여의도 온 국민… 새벽 1시 계엄해제

경찰이 국회를 둘러쌌다는 소식에 여의도 국회 앞으로 국민들이 몰려들었다. 40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시민들은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던 대학생부터 야근하던 직장인, TV를 보다 달려온 60대 부부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국회를 향하는 군 헬기와 완전무장한 계엄군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국회 정문으로 들어가려는 시민들과 이를 막는 경찰, 군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0시47분 우 의장은 국회 본회의를 개의했다. 국회의원들은 혹시 모를 계엄군 진입에 대비해 본회의장 문을 안에서 잠갔다. 안의 의원들은 밖의 보좌진으로부터 전화로 외부 상황을 전달받았다. 새벽 1시. 우 의장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상정을 알렸고, 본회의장에 착석한 190명의 의원들은 전원 찬성 버튼을 눌렀다. 윤 대통령은 새벽 4시27분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6시간에 걸친 ‘계엄의 시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도형·배민영·이예림·김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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