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통제' 포고령에 "비상대기"…KBS와 MBC 현장 분위기 어땠나
[비상계엄] 구성원들 자발적으로 사옥 지키려 복귀…사측 공지 없거나 늑장 대처 사례도
[미디어오늘 노지민, 윤유경, 김예리 기자]
3일 심야 시간대에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언론을 통제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까지 발표되면서 혼란상이 벌어졌다. 예상치 못한 계엄 정국에 언론 현장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됐는데, 국가기간 방송·뉴스통신사에선 회사 차원의 발빠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오후 10시23분 이후, 서울에 위치한 주요 방송사 구성원들은 회사로 모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군이 주요 방송사를 통제한 사례가 확인되진 않았으나,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대장이 오후 11시부로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포고령을 발표한 이래 위기감이 고조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해제되기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에는 국회를 통제하려는 군병력과 경찰력, 계엄 해제 결의를 하려는 국회의원과 이를 지원하는 시민들이 모여 혼란을 겪었다. 국가기간방송사로 국회 인근에 있는 KBS도 주요 출입문을 제외한 쪽문을 폐쇄했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상황을 봐야 해서 국회에 잠시 나갔다가 군인들이 방송사로 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복귀했다. (노조) 집행부도 모이고, 전 조합원들에게 군 저지를 위해 나올 수 있는 분들은 나와 달라고 해서 일부 조합원이 왔다. 도중에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가 이뤄져 소집령은 취소했다”고 전했다.
KBS는 4일 국회 계엄해제 결의(오전 1시3분), 윤 대통령의 해제 발표(오전 4시23분께) 등 긴박한 상황이 종료된 오전 9시29분에야 보도본부 직원 휴가를 불허하는 등의 비상근무지침을 공지했다. 오후엔 KBS 비상계엄 특보도 참사 수준이라며 책임자가 사퇴하라는 KBS본부 피켓시위가 진행됐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본사가 있는 MBC에도 심야 시간대 구성원들 복귀가 이뤄졌다. 회사나 보도국 차원의 공지는 없었다. 이호찬 MBC본부장은 “각 지역의 지부장들도 각 회사로 출근을 해 비상대기했다. 포고령에 언론에 대한 통제가 담겨 있어 해제가 안 되면 MBC로 들어올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계엄 자체가 불법적이고 언론사가 포고령에 따라 그냥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이니 저항을 할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MBC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로 여권으로부터 압박 받아왔기에 여타 언론사보다 먼저 장악될 거란 구성원 우려도 있었다. MBC 서울 본사와 각 지역에선 언론노조 본부·지부 조합원들이 “민주주의 짓밟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헌법유린 내란획책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 문구의 피켓을 만들어 사옥 내부에 붙였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SBS에선 계엄 선포 직후 회사 경영국이 <계엄선포에 따른 직원 대응방안>을 공지했다. 사장 이하 본부장·국장 등이 3일 밤부터 회사에 모여 비상상황에 대응 중이고 직원은 회사나 본부 지침에 따라 행동해 달라며, 군 진입 등 특이사항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조기호 SBS본부장은 “다행히 150분 안에 계엄이 철회가 돼서 크게 동요하진 않았는데 초반에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우왕좌왕했던 건 사실이다. 보도본부 내에서 (군부대가) 들어오면 바로 알려준다고 공유 체계는 마련해 놨다”며 “계엄령과 같은 준 전시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성원 매뉴얼을 노조 차원에서 만들고 회사에도 건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SBS 맞은편에 위치한 CBS는 전사원이 모두 출근해 사옥을 사수해야 한다는 회사 공지와 노조의 협조가 이뤄졌다. 김중호 CBS지부장은 “(출입구 별로) 오목교쪽은 시건장치, SBS쪽 정문은 회전문과 출입문을 잠그고 불침번을 서고, CCTV 보고 특이사항이 있으면 전달하고 사수대가 출동하는 것으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CBS는 역사가 올해 70년이다 보니 별의별 짓을 다 당해봤다”며 “2017년 공개된 논란의 계엄문건(박근혜 정부), 역대 계엄 시 1순위 조치대상이 방송사였다”고 회고했다.
한편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4일 오전 통상적인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경영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이날 오전 임원회의와 편집총국 정례 회의가 열린 뒤에도 관련 공지는 없었다. 국가기간방송사이자 재난주관사인 KBS와 더불어 비상계엄 이후 상황에 대한 적극적 대비책을 보이지 않았다.
뉴스1과 뉴시스도 회사 차원의 조치보다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대처가 이뤄졌다. 뉴스1 고충처리인은 “회사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편집국에 자발적으로 들어와 밤을 샜고 공지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뉴시스 사측은 언론노조 뉴시스지부의 요청으로 정상 출근 여부와 정부 출입처 폐쇄 시 방침 공지를 고려했으나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 이를 내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뉴스1 공지'라며 SNS·메신저 등을 통해 확산된 메시지는 아시아경제 편집국장의 메시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공지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저와 편집국 리더들은 중심을 잃지 않고 언론인의 사명을 다할 것이다. 국장 및 에디터들의 지휘에 집중하고 일사불란하게 따라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경우 군이 사옥 출입을 통제한 현장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으로 이어진 '명태균 게이트'를 첫 보도한 뉴스토마토 기자,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재판 중인 뉴스타파 기자들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피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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