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스]은행 IRP로 몰리는 퇴직연금…`13월의 월급` 노려볼까
'퇴직연금 실물이전(갈아타기)' 서비스가 시작된지 한 달 만에 은행으로 1000억원이 순유입됐다. 당초 증권사로 자금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예상 외로 은행에 다수의 자금이 몰렸다. 은행들이 증권사와 퇴직연금 상품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대폭 확대한데다 가수 아이유, 안유진 등 유명 연예인을 퇴직연금 브랜드 모델로 기용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연말정산에 앞서 '13월의 월급'을 받기 위한 직장인들이 여전히 퇴직연금 갈아타기를 고민하고 있는 분위기다.
◇5대은행, 한달새 1000억원 유입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퇴직연금 실물이전제가 도입된 지난 10월31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실물이전을 통해 총 954억원의 퇴직연금이 순유입됐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금융소비자가 다른 금융사로 이탈한 반면, 은행들이 확정급여형(DB) 영업에 나서면서 전체적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퇴직연금을 세부유형별로 살펴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DB형은 5대 시중은행 합산 2556억원이 유입됐다. 1092억원이 유출되면서 순유입은 1462억원으로 집계됐다. DC형의 경우 전입은 1372억원, 전출은 1478억원으로 순유출 106억원, IRP는 전입 1776억원, 전출 2180억원으로 404억원의 순유출을 각각 나타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제는 기존 퇴직연금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제도다. 다만 DB형이나 DC형, IRP 등 같은 유형의 퇴직연금만 실물이전이 가능하다. DB형과 DC형 간 이전은 금융소비자가 속한 회사(계약 주체)가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사업자 사이에서만 이전할 수 있다.
5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은 179조1077억원에서 지난달 28일 180조8028억원으로 한 달 새 1조6951억원이 늘었다. DB형, DC형, IRP에서 모두 적립금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이 보유한 퇴직연금 계좌 수도 총 695만2298개에서 700만8180개로 약 5만5000개 증가했다.
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이 DB형에 많이 가입하기에 은행은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서 퇴직연금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개인 고객들이 퇴직연금 상품도 많고,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증권사로 이동하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3월의 월급' 노려볼까
그동안 퇴직연금 계좌를 바꾸려면 기존 상품을 해지하거나 만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는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만기 이전에 해지할 경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하고자 금융사끼리 가입자 수익률 경쟁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로 이전할 때 가입자 요청에 따라 기존에 운용 중인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이전받을 계좌로 실물 그대로 이전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 소비자에게는 복잡한 절차를 줄여주고 노후 대비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도록 기획됐다. 퇴직연금 계좌를 이전하려는 가입자는 다른 금융기관에 새 계좌를 개설한 뒤 이전 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
연말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환급액을 늘리기 위해 직장인들이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말에 여윳돈이 생기면 연금계좌에 넣는 것도 효과적인 절세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연금계좌 납입액은 연 600만원까지 세액공제된다. 회사에서 근로자를 위해 적립해 주는 퇴직연금과 별도로 개인형 IRP에 추가 납입할 수 있다. 연금계좌 납입액과 합해 최대 연간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이 공제 대상액에 종합소득이 4500만원(근로소득만 있으면 총급여 5500만원) 이하라면 공제율 우대자로 16.5%, 일반의 경우 13.2%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된다. 한도까지 납입 시 공제율 우대자는 최대 약 148만원, 일반은 최대 약 118만원의 직접적인 납부 세액 감소 효과가 있다.
연금계좌는 최대 연 1800만원을 납입할 수 있는데 공제 한도인 900만원보다 더 넣어도 유리하다. 단 최대 49.5% 세율이 적용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세전 이자·배당 합계 연 2000만원 초과) 대상 판단 시 연금계좌 운용수익은 제외된다.
◇금융사, 연말 막판 이벤트 봇물
아직까지 퇴직연금 갈아타기를 하지 않은 고객들을 잡기 위해 금융사들이 각종 이벤트를 연일 출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개인형 IRP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오는 27일까지 이벤트를 진행한다. 해당 기간 중 개인형IRP를 신규 가입하고 300만원 이상 입금한 고객 선착순 5000명에게 GS25 모바일 상품권 2만원권을 제공한다. NH농협은행도 개인형IRP 연금지급고객대상 수수료를 면제하고 내년 2월 28일까지 '오늘부터 우리는! 농협은행과 함께'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 대상은 △개인형IRP 연금지급 등록 고객 △개인형IRP 5만원 이상 신규가입고객 △타 기관 연금저축계좌 및 개인형 IRP에서 농협은행 개인형IRP로 이전 (실물이전 또는 계좌이체) 완료고객이다.
NH투자증권도 퇴직연금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투자 이벤트를 내년 1월31일까지 진행한다.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선정·보유 이벤트도 오는 20일까지 실시한다. 퇴직연금 순입금·이전 이벤트도 내년 1월까지 진행한다.
보험사도 고객 유치에 나섰다. 미래에셋생명은 개인형 IRP 순매수에 따른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퇴직연금 IRP 계좌를 통해 미래에셋생명의 대표 펀드 22종 중 대상 상품을 매수한 선착순 500명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품은 순매수 금액 기준으로 △100만원 이상 신세계 상품권 3만원권 △50만원 이상 2만원권 △20만원 이상 1만원권 △10만원 이상 5000원권이 제공된다.
한편 금융사들의 이벤트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자 과열 경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최근까지 연금저축과 IRP에 동시 연금 이전 및 퇴직금을 입금할 시 각기 최대 103만원, 73만원의 상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다 중단했다. IRP의 경우 특별이익 제공 한도가 3만원이지만, 연금저축은 한도가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업계의 이런 마케팅 대전을 자제하라며 경고장을 날리곤 했다. 증권사들이 IRP 계좌이동에 대한 한도를 지키더라도, 한도가 없는 연금저축 상품의 혜택을 늘리는 방식으로 IRP 가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이 집중된 연말이 도래하면서 관련 경쟁이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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