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대혼돈] 최악 면했지만… `尹 리스크` 이제 시작
외인 순매도·환율 급등에 불안
"내년 상반기까지 경제한파 지속"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계엄 디스카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엄 해제 이후 정상적으로 개장한 금융시장이 예상보다 리스크를 크게 반영하지 않았지만, 탄핵 정국과 정책 불확실성 확대 등이 이어질 수 있어 향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6.10포인트(1.44%) 내린 2464.00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2% 약세로 문을 연 뒤 장중 낙폭이 소폭 줄었다. 채권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외국 신용평가기관인 S&P가 신용등급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히면서 10년물 국채금리는 6bp(1bp=0.01%포인트) 상승한 2.7660%, 30년물은 1.7bp 상승한 2.5950%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시장 상황에 안도하면서도, 향후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54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들이 이날 하루 만에 4000억원 순매도로 돌아선 것과, 전날 장 마감 대비 10원 가까이 높아진 환율 레벨에 대한 우려가 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경제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며 "그동안 무디스 기준 상위 세 번째인 'Aa2' 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해당 등급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주식을 보는 해외 투자자 시각도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는 14주 연속 코스피 순매도세를 나타내고 있다. 순매도 규모는 약 19조원에 달한다. 신용등급 우려와 함께 원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며 외국인의 한국 증시 회피 현상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에서도 우리나라가 계엄령을 시행했다는 것을 '국가 리스크'로 일부 볼 수 있을 수도 있어 조달, 비용, 코스트 등 리스크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대외 불확실성으로 IMF, 한국은행도 줄줄이 성장률을 낮추고, 수출 의존도마저 높아 이러한 상태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과거 탄핵 사례와 비교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제가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우리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계엄으로 인한 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에도 채권시장이 그나마 안정을 보인 것은 외국인들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한 번에 몰아쳐 나가는 장세는 아니라는 의미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두려음은 여전히 상존하고, 이는 탄핵 이슈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두 차례 탄핵 시기에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매수 우위를 보였다"며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고 있던 영향인데 지금은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이 굳이 매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과 시장의 펀더멘털도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현재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5배 수준으로 바닥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이슈와 함께 경기에 대한 우려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 연구원은 "외국인이 오늘 매도를 했지만 쇼크 수준까지 다다르지 않은 것은 결국 경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제한적인 매매를 했다는 의미"라며 "탄핵 정국이 끝날 수 있는 내년 상반기 이후 경기 부양에 힘쓸 수 있는 여력이 생길 때까지는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그동안 과도하게 낮아진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사람에 대한 불확실성보다는 지금까지 이어오던 정책이 끊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며 "다만 갑자기 수출을 못하게 된다거나 기업의 이익이 갑작스럽게 줄어들 상황은 아닌 만큼 단기적인 이슈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과도하게 빠졌던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하방을 받쳐줄 수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정책 근간은 여전히 남아있고 매력적인 가격에 외국인 투자자도 다시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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