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버스 세계 최장거리 운행···"한국판 웨이모 도전" [스케일업 리포트]

김기혁 기자 2024. 12. 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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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희 라이드플럭스 대표
제주시~서귀포청사 왕복 116㎞
날씨·지역 제한없는 여객 서비스
변덕스러운 제주도 날씨도 거뜬
교통 혼잡구간 누적주행 49만회
국내 최초 '무인 자율주행' 허가
인력 부족 화물운송 시장도 공략
韓, 통신 인프라 덕 상용화 유리
[서울경제]

올해 7월부터 제주도에선 자율주행 노선버스가 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다. 왕복 116㎞에 달하는 이 버스의 운행 구간은 제주시청에서 서귀포제1청사로 전 세계 자율주행 대중교통 서비스 중 가장 길다. 버스는 제주도청 앞 대형 회전교차로 등 도심 생활권 내 일반도로뿐 아니라 최대 시속 80㎞ 고속화도로까지 운행한다. 그만큼 혼잡한 도심 장거리 주행은 물론 고속주행에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돼 있다는 것이다. 이 버스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운영하는 주인공은 바로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다.

박중희(사진) 라이드플럭스 대표는 4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오피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 5월 국내 최초로 완전 공개 자율주행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쏘카, 타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기업과 다양한 자율주행 공개 서비스를 운영하며 국내 자율주행 업계를 이끌고 있다”면서 “자율주행 대중교통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율주행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선입견 갖는 시민도 한번 타보면 안정성에 만족”

라이드플럭스는 올해 6월 국내 최초로 운전석에 안전요원이 타지 않는 무인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획득하며 자율주행 기술력을 입증했다. 무인 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주변 차량 및 보행자 △외부 충돌 및 통신 장애 △차량 시스템 고장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기술 안정성과 신뢰성이 요구된다. 그만큼 라이드플럭스가 수 년 간 다양한 도로 상황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해왔다는 얘기다. 지난 3월 기준 교통 혼잡 구간 누적 주행 횟수는 49만회를 넘겼으며 이용 고객 만족도는 5점 만점 기준 4.7점을 기록했다.

라이드플럭스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셔틀이 제주도청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제공=라이드플럭스

박 대표는 “자율주행에 대해 막연하게 무섭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 서비스를 통해 자율주행 셔틀이 미리 방어적으로 운행하는 것을 경험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면서 “인지·판단·제어 등 자율주행 구현에 필요한 모든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덕에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에서 날씨나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자율주행 여객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이 라이드플럭스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제주에선 갑자기 날씨가 바뀌는 곳이 많은데 이런 지역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쌓은 덕에 악천후 상황에서도 자율주행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이젠 국내 어디서든 자율주행차 운영이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으며 서울 상암, 부산 오시리아 등 전국 주요 도시로 서비스 지역 확대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라이드플럭스는 여객에 이어 자율주행 화물운송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자동차융합기술원(JIAT)에 자율주행 트럭을 공급하는 사업을 수주해 현재 25톤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이 트럭은 군산항과 전주물류센터 사이 61.3㎞ 구간을 오가는 유상 화물운송 서비스에 투입된다.

박 대표는 “화물운송 시장은 정해진 노선을 반복 주행한다는 점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보다 빠르게 상용화될 수 있는 시장”이라며 “기사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인 데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시장 문제를 자율주행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라이드플럭스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차종에 호환될 수 있어 택시, 버스, 카셰어링 등 모빌리티 기업뿐만 아니라 물류·유통 기업, 완성차 기업 등과도 협력이 가능하다”면서 “자율주행 기술이 과로 문제에 따른 화물 사고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종 자율주행 기업이 국내 시장 주도해야 한다는 공감대 있어”

라이드플럭스는 올 10월 말 26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주주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주도로 진행된 이번 투자는 유안타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뮤렉스파트너스, IBK기업은행, 아이엠투자파트너스, 프렌드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증권, 엔베스터가 참여했다. 이번 투자로 라이드플럭스의 누적 투자금액은 552억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상장 목표 시점은 2026년이다.

여러 투자사의 관심을 받은 데 대해 국내 자율주행 시장을 주도하는 토종 정보기술(IT) 기업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박 대표는 진단했다. 그는 “해외 거대 기업이 자국 시장을 장악한 후 한국에 진입하게 되면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미국도 중국 자율주행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세계 각국이 데이터 보안 정책을 깐깐히 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시장은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자율주행을 확산하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상용화하기 유리하다”고 평했다.

“급변하는 자율주행 분야서 기술 스타트업 오히려 유리”

박 대표가 창업에 나선 것도 기술을 앞세운 스타트업이 변화무쌍한 자율주행 시장에서 충분히 입지를 넓힐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받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LG전자에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사업부의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자율주행 전문성을 쌓아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포용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려면 스타트업이 유리하다”면서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철학 아래 전체 직원 중 80% 가량을 개발자로 두며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미국에서 로보택시를 상용화한 구글 웨이모와 같은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현재 미국에선 한 주에만 약 15만명이 웨이모 무인 로보택시를 이용할 정도로 자율주행 시장이 성장해있다”면서 “자율주행 기술력을 개선해 국내에서도 웨이모나 테슬라 못지 않은 자율주행 기업이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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