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정주의 경제터치] 노사협력 증대되면 일자리는 얼마나 늘까
(시사저널=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장)
최근 출근길이 너무 힘들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준법투쟁(태업)에 설상가상으로 서울교통공사노조의 태업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력충원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태업에 나선 데 이어 곧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시민들의 발을 담보로 노조의 실력행사는 종종 있어왔다.
우리나라의 노사협력수준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뒤처져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행하는 '글로벌 경쟁력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사협력지수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연 평균 3.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노사협력지수는 1~7점까지 분포돼 있고, 7점에 가까울수록 노사관계가 협력적이다는 의미다. OECD 국가 중 노사협력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스위스로 6.1점을 기록했다. OECD 국가의 평균은 4.8점으로 우리나라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만약, 우리 노조가 스위스처럼 사측과 보다 협력적으로 행동하면, 어떤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까.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은 최근 노사가 협력하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 불평등이 감소할 것이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이끌어냈다. 우선 노사협력이 1% 증가하면 일자리는 10만개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사관계 개선으로 노사분규가 줄어들면, 과도한 임금 상승이 억제돼 기업이 신규 채용을 늘릴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예측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루카스의 모형을 기반으로 개발한 동태일반균형모형(거시경제모형)을 통해 도출된 결과다. 여기서 노사협력이 1% 정도 증가한다는 것은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사협력수준(노사협력지수 3.6점, 141개 국가 중 130위)을 브라질 수준(노사협력지수 3.64점, 128위)으로 끌어올린다는 의미다.
또 노사협력이 1%만 증가해도 소득 불평등은 0.2%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사관계 개선으로 기업이 신규 채용을 늘리게 되면, 실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은 계량경제학에서 인과관계분석을 위해 많이 사용하는 '하우스만-테일러 추정법'을 통해 도출된 것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수준은 심한 상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수준을 나타내는 지니계수 값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연 평균 0.36으로 OECD 국가 중 3위를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0~1까지 분포돼 있고,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소득 불평등수준이 악화된 상황 하에서 노사협력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역대 정부에서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경직성은 매우 심각하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행하는 '글로벌 경쟁력지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융통성은 141개 국가 중 97위다. 전체 국가경쟁력수준이 13위인데 반해 너무 취약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64개 국가 중 28위를 기록했으나 노동시장 관련 순위는 39위로 상대적으로 낮다. 이렇게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하게 나타나는 배경에는 호전적인 노조가 있다. 노조가 사측과 보다 협력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면, 일자리도 늘고 소득 불평등도 줄 것이다. 이를 위해선 노사 모두 노력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정부에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임단협 교섭을 노사분규 없이 마무리한 노조에게 임단협 준비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대만의 경우 노사분규 없이 단체협약을 체결한 노조가 준비비용을 신청하면 최대 약 1400만원까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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