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30주기 추모 문집 발간

문익환 목사(1918~1994) 별세 30주기를 기념하는 추모 문집 <반드시 돌아올 계절, 늦봄>(다산책방)이 출간됐다.

구약학자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문 목사는 59세가 되던 1976년 ‘3·1민주구국선언’을 주도하면서 재야 활동을 시작했다. 반독재·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문 목사는 총 6차례 투옥됐다. 투옥 기간은 10년 3개월이 넘는다.

1993년 3.6 사면 복권조치에 대한 재야인사 기자회견 당시의 문익환 목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번에 출간된 30주기 추모 문집에는 신학자, 시인, 목사, 재야운동가로서 살았던 문익환을 다각도에서 조명한 글들이 실렸다.

문익환의 아들이자 배우인 문성근의 고교 동창으로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시절 문익환의 동지이기도 했던 시인 김정환은 추모글을 통해 1970년대 문 목사가 주요 번역자로 참여한 공동번역 성서를 두고 “걸작 장편을 능가하는 문학이고 큰 시인이라는 호칭도 어쭙잖다”고 평가했다. 공동번역 성서는 기존 성경의 난해한 한자어 어휘와 생경한 고어투를 지양하고 성경 구절을 현대적이고 읽기 쉬운 한국어 문체로 번역했다.

황지우 시인은 ‘당신은 목소리였어요’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실었다. 시는 민주화 운동 열사들의 장례식에서 열사들의 이름을 뜨겁게 부르던 문 목사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목사님! 당신 가신 지 어언 30년./당신께서 불러낸 이들 열사의 목숨으로 괸 이 땅의 민주주의가 어처구니없게도 지금 밑둥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습니다···(중략)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모두가 어안이 벙벙할 뿐인 지금/다시금 당신의 목소리가 뼈 아프게, 절절하게 그립습니다.”

문 목사는 1989년 북한을 방문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거침없이 포옹해 화제가 됐다. 목사인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이는 국가보안법과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부수기 위한 행동이었다면서 “우리를 옥죄는 터부를 깨뜨려 버린 문익환 목사의 자유·정의·평화정신, 그 뜨거운 목소리가 몹시 그립다”고 적었다.

소설가 정도상은 문 목사가 방북 당시 김 주석에게 제안해 시작된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의 경과를 정리했다. 윤동주의 친구였던 문 목사는 모국어의 역사성과 총체성이 분단으로 인해 갈라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한 남북공동편찬회의는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2015년 25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다만 2021년 30만7000여개의 올림말을 수록한 가제본까지는 만들어진 상태다.

<문익환 평전>을 쓴 김형수 작가는 문 목사의 평화사상에 주목했다. 그는 “문익환의 통일운동은 이 같은 (분단) 과정이 민족을 ‘죽임’의 상태로 내몰기 때문에 거행된 것”이라면서 “그는 공동체적 내면, 즉 한민족의 집단감정을 치유하는 운동으로서의 통일운동에 투신해온 셈”이라고 평가했다.

책에는 이외에 둘째아들 문의근씨와 막내아들 문성근씨가 쓴 글, 만화가 박건웅씨가 그린 30주기 헌정만화가 함께 실렸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