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기관투자자들, 두산에너빌리티 분할·합병 반대…국민연금에 촉각
캐나다 연기금 등 국외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오는 12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와 국외 기관 투자자 표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표결 행방을 좌우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국내 대표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은 4일 두산에너빌리티에 투자한 주요 국외 기관 투자자들이 회사가 추진 중인 두산로보틱스와의 분할·합병에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반대 의결권 행사 의사를 공식화한 곳은 캐나다공적연금 투자위원회(CPPIB), 브리티시 컬럼비아 투자공사, 모건스탠리 산하 캘버트 리서치앤매니지먼트, 뉴욕시 5개 연금 등 5곳이다.
특히 캘버트 리서치앤매니지먼트는 “비핵심 지분을 분할하는 데 전략적 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며,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에너빌리티 주주에게) 불리해 보인다”라며 구체적인 반대 논거를 제시했다.
이들이 반대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 안의 요지는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 부문 존속 회사와 두산밥캣 지분 46%를 보유한 신설 투자회사 2개로 쪼갠 뒤(분할), 후자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건 합병 비율이다. 이번 분할·합병 비율은 1대0.043이다. 기존에 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갖고 있던 주주라면, 구조 개편 뒤 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신설 투자회사와 합병한 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받게 된다.
이번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같은 비율이 두산로보틱스 주주에게 유리하고, 두산밥캣과 에너빌리티 주주에게 현저하게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분할·합병 비율을 산정하면서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는 저평가되고, 두산로보틱스 가치는 주가 고평가로 인해 과대평가 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에너빌리티 이사회에 보낸 주주 서한에서 얼라인은 “두산밥캣은 세계적인 우량기업으로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연결기준 매출액 55.48%와 영업이익 94.72%를 차지하는 핵심 종속회사”라며 “(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46.06%를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면 분할·합병의 조건보다 훨씬 높은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얼라인이 산정한 두산밥캣의 적정 주당 가치는 12만9347원인 반면, 두산그룹이 평가한 두산밥캣의 주당 가치는 7만2729원이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아이에스에스(ISS)는 지난달 29일 이번 분할·합병이 소액주주를 희생시키면서 지배주주가 이익을 보는 “중대한 이해 상충”에 해당한다며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분할·합병이 이뤄지면 ‘알짜 회사’인 두산밥캣에 대한 그룹 지배주주인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크게 증가한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반면, 또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자문사인 한국이에스지(ESG)기준원과 한국이에스지(ESG)연구소 등은 찬성을 권고한 바 있다. 에너빌리티가 대형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등 핵심 사업인 에너지 사업에 집중할 수 있고,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등을 통한 로보틱스와 밥캣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시선은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으로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에너빌리티 주식 6.85%(9월 말 기준)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경제개혁연대는 “두산의 사업구조 재편 방향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주주 이익 침해와 같이 부작용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보다 신중하게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임시 주총에서 분할합병 안건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지배주주의 이익에 충실하게 추진되는 자본거래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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