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부모들 분노 폭발…“계엄에 아들 이용한 자 용서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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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지난 3일 저녁, 군 복무 중인 아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잠자리에 들기 전 잠시 휴대전화를 본 엄마 이아무개씨는 화면 속 속보를 믿을 수 없었다.
현역 군 장병은 일과 시간 이후인 오후 6시부터 휴대전화를 쓸 수 있어, 대부분 부모는 계엄 선포 뒤 이날 오후까지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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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지난 3일 저녁, 군 복무 중인 아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잠자리에 들기 전 잠시 휴대전화를 본 엄마 이아무개씨는 화면 속 속보를 믿을 수 없었다. 손이 떨리고 가슴이 조였다. 급기야 국회로 진입하는 계엄군의 모습이 티브이에 나오자, 이씨는 두려움과 걱정에 서지도 앉지도 못했다. 흐르는 눈물조차 닦을 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부터 국회가 계엄을 해제한 4일 새벽까지 ‘서울의 밤’은 군 장병 부모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밤’이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군 장병 가족들은 “우리 아들들은 국민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간 것이지, 헌법을 유린하는 개인의 일탈을 지키고자 간 것이 아니”라며 “대체 어느 나라 군 통수권자가 이런 행동을 함부로 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경기 양주시의 한 육군 부대에서 복무하는 아들을 둔 이은영(48)씨는 “군인들이 다 제 아들 같다. 그 아들들이 국회에 가서 시민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는 기사를 봤을 때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며 “군사 독재 시대도 아니고, 서울 바닥에서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어젯밤은 너무너무 공포스럽고 끔찍했던 밤”이라며 울먹였다.
현역 장병 부모들로 이뤄진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회원 진은영(55)씨도 전날 다른 부모들과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밤을 꼬박 새웠다. 공수부대가 국회에 진입해 시민들과 대치하기에 이르자, 부모들이 ‘아들을 데리러 가겠다’ ‘내가 국회로 가서 총알받이가 되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두려움과 분노에 ‘패닉’에 빠졌다는 게 진씨의 말이다. 진씨는 “위기에 몰린 권력이 자신의 이기적·반헌법적 목적을 위해 평온한 일상을 준전시상태로 만들어놨다”며 “우리 아들들을 그 수단으로 이용한 자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부모님들의 분노가 굉장히 크다”고 전했다.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에 이어 계엄 선포까지, 군인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 분노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올해 둘째 아들을 해병대로 보낸 이나경(54)씨는 “채 상병 사건 때문에 아들의 해병대 입대를 절대 반대했지만, 훈련소 수료식 때 아들을 보니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또 이런 일이 벌어지니 배신감이 크다”며 “저희는 아이 낳아서 나라 지키라고 군대 보내는 걸 정말 자랑스럽게 여기는데, 이런 식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위정자들은 얼른 탄핵을 시키든, 내란죄로 긴급 체포를 하든, 정치하시는 분들이 빠르게 대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역 군 장병은 일과 시간 이후인 오후 6시부터 휴대전화를 쓸 수 있어, 대부분 부모는 계엄 선포 뒤 이날 오후까지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네이버 군인 아들 부모님 카페 ‘군화모’에는 ‘아들들 연락받으셨나요?’, ‘이제 한 걱정 내려놓아도 되겠죠?’ 등 아들을 걱정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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