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0만원? 베일에 싸인 광장시장 노점 임대료의 비밀 [視리즈]

최아름 기자 2024. 12. 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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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광장시장의 이면 1편 임대료
베일에 싸인 음식 노점 임대료
권리자가 다른 사람에게 임대
월세 1000만원에 달한다는 말도
종로구는 내년 등록제 정책 추진

# 2019년 글로벌 OTT 서비스 넷플릭스에 광장시장과 시장 상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가 올라왔다. 그 이후 광장시장은 '글로벌 장터'로 우뚝 섰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영상 속에서 본 음식과 문화를 즐기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다.

# 그렇다고 따뜻한 조명만 받은 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위 '바가지'를 씌운다는 음식값 논란이 시시때때로 일었다. 음식 가게와 다른 가게의 상황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나타난 양극화도 씁쓸함을 던졌다.

#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문제들도 숱하다. 광장시장의 인기를 견인하는 음식 노점의 불편한 현주소, 터무니없는 월세에 허덕이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다. 더스쿠프가 광장시장의 이면을 1편과 2편에 걸쳐 들여다봤다.

광장시장 음식 노점은 내년부터 실명제로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 | 뉴시스]

"음식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오명에 쇄신을 각오했던 서울 광장시장의 노점. 하지만 싸잡아 비판만 하기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음식값에 영향을 미치고, 사장을 예민하게 만드는 임대료다. 대부분 국유지에 있는 광장시장 음식 노점의 임대료도 어찌 된 영문인지 베일에 싸여 있다. 그 때문에 임대료 수준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더스쿠프가 이 문제를 들여다봤다.

"비싸다. 바가지다." 광장시장은 지난해 말 소란을 겪었다. 적은 음식을 비싼 값에 판다는 논란에 광장시장 상인회는 자체적으로 정량을 표기하고 가격표를 외부에 게시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찾아와 당부하기도 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시장인 만큼 가격 대비 제공하는 음식량에 문제가 없도록 해달라는 거였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상인이 물건을 비싸게 팔 수밖에 없는 말 못할 이유는 없을까." 지난 1월 소상공인진흥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5.8%가 '경영이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심리 위축'이 71.2%로 가장 큰 원인이었고 '부채 증가 등으로 인한 금융비용 상승' '고물가에 의한 원가 상승'이 55.8%로 다음이었다.

이밖에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줄어들었다(22.0%)' '최저임금인상 등으로 인력 확보가 어렵다(19.2%)' '임대료 등 임차 비용이 부담스럽다(18.8%)' 등의 답변이 나왔다. 물론 이 결과를 광장시장에 그대로 접목할 순 없겠지만, '임대료'만은 따져볼 만한 여지가 있다. 자! 이제 광장시장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 노점의 실체 = 종로4가에서부터 걸어가면 광장시장의 서쪽 입구가 나온다. 옷감을 파는 포목점부터 생선가게·반찬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4개의 큰길이 얽히는 광장시장 전골목의 사거리로 들어가면 많은 인파가 붐비는 '음식 노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양옆으로 앉을 수 있게 만들어진 노점은 점심시간이면 사람들로 꽉 찬다. 지난해 말 있었던 '바가지 논란'도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음식 노점에는 사장이 있다. 그럼 노점의 소유주도 사장일까. 아니다. 그렇다면 광장시장 주변의 건물을 소유·관리하는 광장시장 주식회사가 소유주일까. 이 또한 아니다. 광장시장 주식회사 관계자는 "음식 노점들은 회사와는 관계가 없는 곳"이라며 "그 노점은 개개인이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음식 노점은 동문B·동부A·모사 등의 구역으로 구분되고 각 호號로 다시 나뉜다. 다만, 노점의 실체를 부동산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 대장에선 찾을 수 없다. 법적으로 건축물이 아니어서다.

행정에서는 이런 형태의 노점을 '가두판매대'란 이름으로 관리한다. 서울 영등포구나 종로구에 있는 복권 판매점, 신문 판매점, 구두 수선점, 분식점 등이 가두판매대에 속한다.

광장시장 내 일부 국유지를 표시한 지도.[사진 | 네이버지도 캡처]

■ 관리 사각지대 = 그럼 광장시장의 음식 노점들도 '가두판매대'란 이름으로 종로구청에서 관리하고 있을까. 아니다. 광장시장 속 음식 노점 대부분은 '국유지(종로5가 194-1번지)'에 둥지를 틀고 있지만 다른 지역처럼 지자체에 등록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상인들이 국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불법 영업을 하는 건 아니다. 엄연히 월세를 내면서 운영하기 때문이다. 광장시장의 노점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소유주와 임대차 계약서를 쓰고 들어왔다"며 "노점에서 장사하는 사람 대부분은 사업자 등록을 마쳤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합법이든 다른 방법이 있든 지자체에서 관리하지 않는 광장시장의 노점은 태생적으로 '베일'에 싸여 있다. 그곳에 어떻게 입주하는지, 노점이 매물로 나왔을 때 어떻게 거래되는지는 비밀의 영역이다.

또다른 상인의 말을 들어보자. "공개적인 시장에서 노점을 거래하지 않는다. 아는 사람이 있어야 노점의 상황을 알 수 있다." 광장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했다는 상인도 "자리가 났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워서 '공인중개사와 이야기를 잘 나눈 사람만 여기에 들어올 수 있다'는 말도 있다"고 귀띔했다.

■임대료의 덫 = 노점 자체가 안갯속에 있으니 그곳의 임대료도 확인하기 어렵다. 얼마 전 운영을 중단한 한 매대 인근의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최근 장사를 접은 곳은 월세가 1000만원에 육박했다. 도저히 임대료 수준을 감당할 수 없어서 몇 개월 버티지 못한 채 발을 뺐다."

제품이나 음식을 파는 가게에 임대료는 가격을 결정 짓는 변수 중 하나다.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광장시장 노점의 값비싼 임대료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종로구청이 광장시장 노점의 임대료를 관리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종로구청 관계자는 "지난 7월 실태조사를 통해 광장시장 음식 노점의 권리자를 확인했다"며 "이번 조사를 토대로 2025년부터는 노점의 등록제를 꾀할 것"이라고 답했다. 종로구청의 계획대로라면 광장시장 노점의 임대료도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그렇다면 광장시장을 공분의 도마에 오른 '비싼 음식값'도 통제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또 있다. 종로구청이 광장시장 노점의 권리자를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에도 한번 실시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노점은 앞서 언급했듯 '임대인'인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종로구는 이를 '관리 대상'으로 보고 있다. 2025년 음식 노점의 투명화 사업(등록제)을 시작하면 오랜 기간 점포를 운영해온 사장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일종의 관례 때문이다.

[사진 | 뉴시스]

일반적으로 '목이 좋은' 곳에 있는 음식점들은 '권리금'을 주고받으며 장사를 한다. 음식점에 투입한 설비 비용과 여태까지 모아온 손님이라는 가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인정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문제가 발생하거나 상가 임대차 분쟁이 터졌을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돈이기도 하다. 회수할 기회를 보존하지 않는 게 통상의 문제가 되는데, 광장시장도 예외일 순 없다.[※참고: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외부인과 돈이 들어오고, 그에 따라 임대료 등이 상승해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국유지 위 노점은 대다수 지자체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며 문제가 정리됐다. 하지만 광장시장의 음식 노점은 아직 위태로운 지점에 서있다. 2025년 노점 투명화 사업은 큰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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