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계엄 특보, ‘보도 참사’였다…정권 애완견 돼”

4일 언론노조 KBS본부 비판 성명

3∼4일 한국방송(KBS) 뉴스특보 화면. 한국방송 유튜브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국회 등 상황을 전한 한국방송(KBS)의 뉴스특보를 두고 ‘보도 참사’라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4일 성명을 내어 “한국방송의 비상계엄 특보는 보도 참사였다”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전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뒤 한국방송이 신속히 특보 체제로 전환하지 않았고, 이후 모든 관심이 국회로 옮겨간 뒤에도 다른 방송사처럼 재빨리 현장 영상을 확보해 송출하기보다 “대통령 담화와 의미 없는 스튜디오 해설로 시간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한국방송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청 결의안 가결 뒤 “야당 대표들과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을 뒤늦게 내보내고, 여야 균형을 맞춘다는 형식논리로 ‘비상계엄의 원인은 야당에 있다’는 여당 인사의 발언을 버젓이 방송했다”고 짚었다. 여당 의원들에게 당사 집결 지시를 내려 국회 표결에 차질을 빚게 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국회 출입문이 폐쇄돼 투표를 못했다’는 추 대표 발언을 검증 없이 내보냈다고 했다.

노조는 이번 ‘보도참사’가 현 ‘박민 사장 체제’에서 1년 넘게 누적된 권력 편향 보도의 연장선에 있다고 짚었다. 노조는 “박민 사장, 박장범 사장 후보자(전 ‘뉴스9’ 앵커), 장한식 보도본부장, 최재현 보도국장, 김성진 주간은 (그간) 의도적으로 윤석열, 김건희, 명태균 관련 의혹에 눈감았다”며 “모든 언론사가 특별취재단을 꾸려 경쟁적으로 특종을 발굴할 때 케이비에스는 취재를 지역국에만 맡기고 북한 뉴스만 틀어 댔다”고 했다.

그 결과 “케이비에스는 또다시 국민들의 조롱거리, 정권 앞에 꼬리 치는 애완견이 되었다”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새벽 “(한국방송) 취재진은 국회 앞에서 국민들을 제대로 인터뷰하지도, 엠엔지(MNG) 연결을 할 수도 없었다. 케이비에스 카메라를 보고 욕설과 울분을 쏟아낸 시민들의 육성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기 때문”이라며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케이비에스는 팽목항, 진도실내체육관, 봉하마을에서도 시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낯뜨거워서 케이비에스 뉴스를 볼 수가 없다는 시청자 항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국민이 왜 윤석열 정권에 분노하고 있는지 이번에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진실을 외면한다면 국민들의 분노가 케이비에스를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