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절어버린 뇌··· 판단력 떨어졌다면 이미 ‘알코올성 치매’ 가능성

김태훈 기자 2024. 12. 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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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술을 과도하게 마시면 판단력·기억력 등 인지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쉬우며 알코올성 치매가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잦은 음주로 알코올 의존성이 높아지면 업무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판단력도 흐려지기 쉽다. 알코올성 치매가 진행되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면 인지기능이 크게 떨어져 중요한 결정이나 법적 책임이 뒤따르는 행동을 수행할 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흔히 알코올 중독이라 부르는 상태를 포함하는 알코올 사용장애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시고, 마시기 시작하면 조절이 되지 않아 멈추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3년 중독 주요 지표 모음집’을 보면 국내의 알코올 사용장애 평생 유병률은 11.6%에 달한다. 10명 중 1명 이상이 평생 한번 이상 음주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험이 반복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 음주를 지속하는 셈이다.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간의 기능을 떨어뜨리며 간경변과 간암 등의 간질환 위험을 높이는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심혈관계와 신경계, 소화기관 등 전신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도 이상을 불러 사회적 관계를 맺고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데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 음주운전이나 주취폭력 등의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높아짐에도 술을 마셔야만 최소한의 사회적 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면 이미 뇌와 신경계에 미친 습관적 음주의 여파가 상당 수준에 달한 상태일 수 있다.

이미 알코올 의존이 심한 상태라면 술이 깬 평상시에도 저하된 인지기능 탓에 맡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잘못된 선택을 할 위험 역시 높아진다. 특히 알코올성 치매는 대부분 노년기에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 퇴행성 치매와 달리 노인이 아닌 젊은 연령대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치매로, 과다 섭취한 알코올이 뇌를 직접적으로 손상시켜 발생한다. 장기간 알코올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뇌는 신경세포와 신경전달물질 등은 물론 뇌의 구조까지 변화시켜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알코올은 단기적으로는 판단과 기억을 포함한 사고과정을 매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교란시키고 신경염증을 초래하며, 장기적으로는 신경세포의 사멸과 뇌 위축을 초래한다”면서 “알코올성 치매의 또 다른 증상은 성격 변화로, 알코올성 치매가 일반적인 치매와 달리 비교적 초기부터 충동적·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것은 전두엽이 손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 의존성이 높아져 나타나는 판단력과 기억력 등 인지기능의 문제는 매일 음주를 하는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주말이나 휴일 등 특정 시기에 집중해 규칙적으로 과음하거나, 일정기간 금주를 했다가 다시 음주를 반복하는 경우에도 경험하기 쉽다. 이미 알코올을 남용하거나 의존성이 높아진 상태라면 술을 마시지 않을 때도 섬망이나 금단증상 등 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며 일부 기능은 아예 되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알코올 의존이 심각해져 알코올성 치매까지 경험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호전이 가능하다. 임 교수는 “즉시 술을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미 뇌 위축이 진행되어 비가역적인 상태가 오기 전에 치료와 금주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며 “알코올성 치매가 발병할 확률이 높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스스로 술을 끊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주변 사람들이 의료기관의 금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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