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국민에게 총부리 겨눴다"…노동시민사회, 전면적 퇴진운동 돌입

최용락 기자 2024. 12. 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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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서 4일 촛불문화제, 7일 집회…민주노총은 퇴진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요구에 따라 해제한 가운데,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눴다"며 촛불문화제, 집회, 총파업 등 전면적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위헌적 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내란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국회는 즉각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시민사회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84개 단체는 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00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어젯밤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오늘 대한민국이 그 어떤 전시, 사변, 국가비상사태인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포된 비상계엄은 그 자체가 위헌, 위법하며 무효"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전날 밤 군이 국회에 진입해 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 표결을 방해하려 했던 데 대해서도 "국헌 문란의 목적 아래 이뤄진 폭동, 명백한 내란"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계엄을 선포하며 정치적 결사·집회·시위·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 금지 등 시민의 기본권을 유린, 헌법 파괴행위를 저질렀다. 이 또한 위헌,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다수 의원이 당사에 모여있음에도 본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반헌법 계엄, 내란죄 윤석열에 동조한 것이다. 이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단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국민은 더이상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내란죄 피의자 불법 대통령 윤석열에 맞서 우리는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전면적 저항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복남 민변 회장은 "경찰 및 수사기관은 지금 당장 피의자 윤석열을 내란죄로 수사하고 체포해 기소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불체포 특권은 내란·외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는 지금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해달라"며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더 이상 좌고우면할 수 없다"고 촉구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윤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의회 장악을 시도하고 불법적으로 계엄사령관을 앉힌 "내란 현행범"이라며 "누구든 체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다시 비상계엄을 새벽 2시에도 선포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견 뒤 자리에 함께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자유발언 등 행사를 진행하며 이날 오후 6시 촛불문화제를 열 때까지 광화문광장을 지키기로 했다. 촛불행동도 이날 서울 엉등포 국회 앞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특급 범죄자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고 체포하라"며 범국민농성 돌입을 선언했다.

오는 7일에는 예고된 대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가 주최하는 '윤석열 퇴진 3차 총궐기' 집회 및 대통령실로의 행진이 진행될 예정이다.

민주노총도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수도권 조합원은 4일 (오전) 09시에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집결한다. 지역 조합원은 지역본부에서 정한 장소로 집결한다"는 투쟁 지침을 발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상상조차 못했던 끔찍한 밤을 보냈다. 계엄사령부가 구성되고 포고령이 발표됐다. 국회는 경찰에 의해 봉쇄됐고 총을 든 계엄군이 헬기로 국회에 투입됐다. 헌법이 유린되고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명백한 내란이고 명백한 쿠데타였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우리 사회를 파괴하는 내란범인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야 한다. 위헌 불법 계엄에 가담한 국무위원도 전원 처벌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를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파괴하는 윤석열을 몰아내자.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공공성이 강화되는 새로운 사회를 위해 함께 나아가자. 다시 광장으로, 다시 거리로 나가 우리가 주인임을 확인시켜주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과 참여연대를 포함한 여러 시민단체가 진행하는 '불법 계엄 규탄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전면적 저항운동 선포 전국 비상 행동'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인들 " '계엄' 아니라 '계엄'을 참칭한 내란 목적의 '친위 쿠데타'"

펜·방송·사진 기자를 비롯해 방송 기술인과 촬영인, 제작진 등 현업 언론인들도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마당에 설치된 '굽히지 않는 펜' 조형물 앞에서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을 1980년대에 빗대며 윤석열 정권의 언론자유 말살 시도를 강하게 성토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수괴'라고 표현하며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군을 동원해 민주 헌정질서를 중단하고 국민 기본권과 언론자유를 밟은 헌법 위반이자, 헌정질서 파괴이며, 내란죄로 다스려야 할 중범죄"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2년 반 동안 수도 없는 언론탄압과 방송장악, 비판 언론에 대한 입막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인들은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자이기에 윤석열에게 대통령의 칭호를 붙여왔"지만 "오늘 이 시간부터 윤석열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은 전 국민이 '입틀막' 하라는 이야기, '입틀막' 계엄을 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렸다"며 "윤석열과 김건희, 이 두 사람의 보호를 위해서 온 국민의 기본권과 대한민국의 민주질서, 헌정질서, 언론자유를 모두 말살시키고 '입틀막'하게 만들겠다는 무도함에 정말 치를 떨었다"고 말했다.

나 회장은 "어제는 계엄이었지만 내일은 전쟁이 될 수 있다"며 "만약 전쟁이 된다면 우리가 지난 시간 피땀 흘려 만들어온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날아가고 그냥 윤석열 한 사람을 위한 왕국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은 당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1980년 우리 언론이 보여준 모습은 똑같은 계엄 상황에서 그야말로 무기력"했지만 "(2024년 현재) 모든 언론인 방송인들이 현장을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고 기록하고 역사로 전하는 그 힘을 발휘해야 된다"고 했다.

박성호 한국기자협회장은 "만약 오늘 계엄 1일차였다면 기자들은 계엄군의 검열을 받고 기사를 내야 했다. 방송사에는 계엄군이 들어와서 진행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검열해 나갔을 것"이라며 "이것은 그냥 시나리오가 아니라 40여 년 전 우리 선배들이 계엄군 앞에서 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다행히 오늘은 계엄이 해제된 1일차다. 계엄이 해제된 1일차이자 윤석열을 자리에서 몰아내야 할 1일차"라며 "곧 '윤석열, 대통령 사임'이라는 긴급 속보를 쓸 시간이 임박했다"고 했다.

박정현 한국기자협회장은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윤석열의 잘못된 괴물 짓거리(가 영화 상영 시간과 같은) 150분이었다. 앞으로 이 시간이 15일이 될지, 150일이 될지 그간 그가 보여온 행태로 봤을 때는 짧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 즉흥성으로 말미암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변곡점을 맞이 할 수 있다"고 주지했다. 그러면서 동료 언론인들에게 "두 눈 부릅뜨고 우리 사회와 국민의 편에서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하루"라며 "어제 저 무도한 윤석열의 국민 반역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더라면 여기 계신 언론인들, 이 앞에 서 있는 언론단체 대표들, 다른 데서 만나야 했을지도 몰랐겠다"고 했다.

이어 "(계엄 선포에서부터 해제까지) 그저 코미디 같은 6시간이라고 치부하고 넘기기엔 너무도 상황이 심각하다"며 "역사에 대한 범죄, 민주주의에 대한 범죄, 언론 자유에 대한 범죄, 국민주권에 대한 명백한 범죄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이 시간부로 윤석열을 대통령이라 부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에도 촉구한다. 더 이상 '계엄'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 '계엄'을 참칭한 내란 목적의 '친위 쿠데타'였다. 불법과 반헌법으로 선출된 독재 회귀 시도였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저런 흉측한 괴물 같은 자를 권력의 꼭대기에 더 이상 내버려 둘 수가 없다"며 "이제 언론인들이 똘똘 뭉쳐서 윤석열 끌어내리고 내란죄로 감옥에 갇히는 모습을 볼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방송촬영인연합회·한국사진기자협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편집기자협회·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협업단체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마당에 설치된 '굽히지 않는 펜' 조형물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퇴진과 구속 수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선전포고문을 낭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이날 긴급 성명을 냈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윤석열 정권에는 역사적 성찰이란 없는 것인가? 이미 2014년 세월호참사 이후 박근혜 정권이 정부비판 목소리를 막기위해 계엄령을 시도하였음이 밝혀져 관련 책임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재판을 받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권 안위가 국민의 안전을 앞서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행태야말로 민주주의와 국민의 안전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했다.

이어 "어젯밤, 두 시간만에 소집된 190명의 국회의원과 그보다 더 빠르게 국회앞에서 국회를 지킨 2만 명의 국민들이 우리의 안전과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국민의 가슴에 총구를 겨누는 정권에게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시민의 일상과 안전, 존엄을 위해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퇴진시키고 처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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