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지도 팔지도 못해'…비상계엄 후폭풍에 부동산 얼어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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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치적 혼란에 따른 충격에 더해 금리와 환율 등 대내외 외환·금융시장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은 '살얼음판' 위에 놓였다.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원자잿값 등 공사비 상승 우려가 재점화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거래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다만 정치적 이슈의 충격 강도와 지속성에 따라 앞으로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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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치적 혼란에 따른 충격에 더해 금리와 환율 등 대내외 외환·금융시장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은 '살얼음판' 위에 놓였다. 집을 살 수도, 팔 수도 없이 모두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불안정한 시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공급불안은 더 커졌다.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정책도 사실상 '올스톱' 됐다. 국토교통부는 예정됐던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공급계획 점검회의'를 무기한 취소했다. 민간은 더 어려워졌다.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원자잿값 등 공사비 상승 우려가 재점화됐다. 지금도 부족한 주택공급이 앞으로 더 위축되면서 '공급절벽'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는 당초 이날 오전 예정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주택공사(SH),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함께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공급계획 점검회의'를 당일 오전 취소했다. 이후 예정된 일정은 아직 없다.
공공주택 공급계획은 불안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공공주택 인허가 목표치인 14만가구 승인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실적의 두 배 가까운 물량이다. 주택공급 상황이 절박하다는 판단에 도전적인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면 이 같은 공급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민간 건설사들은 사업 재점검에 나서는 모양새다. 불안한 환율이 원자재값 추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건설사들은 최근 2~3년 새 공사비 급등으로 원가율이 급격하게 악화됐는데, 공사비가 더 오르면 사업을 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본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 1월 104.1을 기록한 이후 계속 오르며 올 10월 130.2까지 기록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을 포함해 신규 주택공급 사업은 모두 일단 보류라고 보는 게 맞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개선될 여지가 많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도 불안요인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융당국도 가계부채를 낮추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이나 디딤돌대출, 버팀목대출 등 정책성 대출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부동산시장을 떠받쳤던 유동성이 축소·중단되면 '거품론'이 부각될 수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모두 망설일 수밖에 없는 관망세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에서 이번 사태의 혼란을 단기간에 수습한다면 시장은 빠르게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일시적인 사태 정도로 소화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거래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다만 정치적 이슈의 충격 강도와 지속성에 따라 앞으로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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