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라고 부르지 말라. 내란 우두머리 즉각 수사해야”…국회서 울려퍼진 시민 규탄
시민들은 4일 낮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규탄을 이어갔다.
국회 앞은 전날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민과 이날 아침 새로 찾아온 시민들이 뒤섞여 북적였다. 경찰은 이들이 국회 경내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다가 오전 11시쯤부터 입장을 허용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야당이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탄핵추진 비상시국대회’에 참석하고자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시민들은 국회 본청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윤석열은 사퇴하라’ ‘내란행위 즉각수사’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구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산에서 오전 5시40분 첫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는 조성중씨(78)는 “윤석열 부부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꼴을 보니 더 나라를 망치기 전에 서울에 와서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늦은 시간대 부산행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서울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3시간가량 밖에 되지 않는데도 국회를 찾아왔다고 했다.
지인과 함께 온 자영업자 전성구씨(51)는 국회 앞 집회에 참석하려고 오전 11시쯤 집을 나섰다고 했다. 전씨는 “계엄령 뉴스를 보자마자 당연히 국회 앞으로 와야한다고 생각했다”며 “계엄령 해제가 됐다고 해도 며칠간은 계속 위험한 상태라고들 얘기하더라. 이제 시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밤 경기 수원시에서 택시를 타고 와 밤을 새운 이도 있었다. 원종록씨(61)는 “1987년도에 넥타이부대로 거리에 나섰는데 2024년이 돼서 또다시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며 “전두환 계엄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기 때문에 계엄령이 왜 말이 안 되는지는 누가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원씨는 “윤석열은 뭘 하더라도 너무 어설픈데 계엄마저 어설프게 하는 모양새가 지금 정치 형국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 칭호를 붙이길 거부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김모씨는(63)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말라”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국회의원 300명으로 부족하니 이제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씨는 “코로나 때보다 경제가 너무 어렵다. 하루빨리 정상적인 정부가 설 수 있도록 반드시 끌어내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대회 참석 인원이 5000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국회 본청 앞에는 인파가 몰린 탓에 모바일 데이터나 통화 연결이 잘 안 된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오후 7시 열릴 예정인 촛불집회 때도 자리를 지킬 계획이라고 했다. 인천에서 온 이모씨(50)는 “준비 안 된 상태에서 계엄했다고 한 번 실패했으니 다음엔 더 준비해서 또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윤석열을 체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선포는 절차와 내용 모두 헌법 위반 법률 위반으로 탄핵 사유”라며 “수사 기관은 내란의 우두머리 윤석열을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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