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병을 소중하게 여겨 의사를 피하다

이도환 기자 2024. 12. 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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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렸다면 의사를 찾아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누군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주면 감사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싫어하니 이것은 마치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의사가 그 치료법을 알려주면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병을 소중하게 여겨 의사를 피하고 있으니, 스스로 몸을 망치고 있으면서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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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환공과 구리문화재단 대표의 공통점

병에 걸렸다면 의사를 찾아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실력이 좋은 의사라 하더라도 치료할 수 없는 환자가 있다. 병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치료가 불가능하다. 의사가 병이라고 말해도 그것을 듣지 않는다. ‘저는 원래 그래요. 병이 아니라 제 개성입니다.’라고 우기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이를 가리켜 ‘호질기의(護疾忌醫)’라 한다. 병을 소중하게 여겨 의사를 피한다는 뜻이다.

‘한비자(韓非子)’에는 춘추전국시대 명의(名醫)로 유명한 전설적인 의사, 편작(扁鵲)이 제나라 환공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가 나온다.

환공을 만나 얼굴빛을 살핀 편작이 이렇게 말한다. “피부를 보니 병색이 완연합니다. 치료를 받으시지요.”

그러나 환공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돌려보낸다. 그리고 주변의 신하들에게 “의사라는 것들은 다 똑같아. 멀쩡한 사람을 병자로 만들려고 한다니까.”라고 말하며 편작을 비웃는다.

며칠 후에 환공을 다시 만난 편작이 “이제 병이 혈맥에 이르렀습니다. 빨리 치료를….”이라고 말했지만 환공은 여전히 손사래를 쳤다. 이후 세 번째 환공을 만난 편작은 “이제 병이 내장까지 스며들었습니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이라고 간곡하게 말했지만 환공은 여전히 편작의 말을 듣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환공을 만나러 궁궐로 들어가던 편작은 먼발치에서 환공의 모습을 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궐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주변에서 그 이유를 물으니 편작은 이렇게 대답했다.

“피부에 병이 들면 찜질로, 혈맥에 병이 들면 침술로, 내장에 병이 들면 탕약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병이 골수에 이르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며칠 후 환공은 쓰러지고 말았다. 신하들이 급히 편작을 찾았으나 그는 이미 다른 나라로 떠나고 없었다. 환공은 결국 죽고 말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편작이 와도 고칠 수 없는 환자’가 바로 제나라 환공이다. 고집불통이며 독선적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내가 가장 올바르며 내가 가장 똑똑하다고 자신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 환공의 병은 피부에서 시작하여 골수로 들어간 것이 아니다. 그 마음에 이미 병이 존재했다고 보아야 한다. 병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심각한 병이다.

지난 3일, 구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구리문화재단 대표는 시의원들 앞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재단 직원들의 잦은 이직과 관련된 내부 문제에 대해 강경한 어조로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하며 이에 대한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문제의 본질을 ‘내부 정보가 밖으로 유출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병을 진단한 편작에게 죄를 묻겠다는 기세다.

“누군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주면 감사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싫어하니 이것은 마치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의사가 그 치료법을 알려주면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병을 소중하게 여겨 의사를 피하고 있으니, 스스로 몸을 망치고 있으면서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통서(通書)’에 나오는 송나라의 학자 ‘주돈이(周敦頤)’의 말이다.
▲구리아트홀 로비 전경.ⓒ구리문화재단

먼 옛날 중국의 이야기가 지금 현재 우리 곁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

[이도환 기자(dopar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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