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계엄령 선포는 반헌법적이다?
계엄령 선포 직후 박안수 계엄사령관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제한하는 포고령을 발표했습니다.
공수부대가 헬기를 타고 국회에 난입했습니다. 경찰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포고령에선 정치활동과 언론의 자유 침해, 영장없는 체포 등이 언급됐습니다.
대한민국의 시계가 45년 전인 1979년으로 되돌려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하면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습니다.
JTBC 팩트체크팀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팩트체크를 이어가겠습니다.
① 계엄령 선포는 반헌법적이다?
계엄 선포를 위한 요건, 계엄의 종류, 제한할 수 있는 기본권과 행사할 수 있는 조치를 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제1항에서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전시 ·사변 또는 준하는 비상사태로 전쟁이나 군사적 또는 무력 충돌 등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고, 국가 기능이 마비된 때를 말합니다.
윤 대통령은 현재의 정치 상황을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탄핵과 예산 심의 등 모두 국회의 권한 내에서 이뤄지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엔 또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뒀습니다.
같은 조 제4항은 계엄을 선포한 때 대통령이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토록 했습니다.
또 제5항에선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대통령이 국회의 해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에 대비해 '해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못 박았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늘 새벽 계엄령 해제안을 상정하면서 대통령의 통고가 없었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계엄령 선포에 대해 통고하지 않고, 군을 투입했습니다.
헬기를 타고 국회에 난입한 공수부대는 국회 본관으로도 진입했습니다.
이런 행위들이 국회의 해제요구안 의결을 막기 위해 투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덧붙여 계엄법 제4조 1항은 헌법 제77조에 따른 국회 즉시 통고 규정을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특히 국회가 폐회 중일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집회(集會)를 요구토록 해뒀습니다. (같은 조 제2항)
헌법에 이어 계엄법에서도 국회의 통제를 명확히 정해 뒀습니다.
국회의 권한 내 행위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관련 통고도 하지 않은 채 군을 투입한 윤 대통령의 행위는 반헌법적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② 계엄령 선포 절차 위반이다?
계엄은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선포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관련 법률을 살펴봤습니다.
계엄법 제2조 5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국방부장관 또는 행정안전부장관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습니다.(계엄법 제2조 제6항)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무위원 중 누가 참여했고,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계엄령 선포 후 한덕수 총리 주재 국무회의가 열렸지만 선포를 위한 심의 과정에 대한 설명도 없었습니다.
계엄 해제 후인 오늘 새벽 국방부 측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건의가 있었음을 언론에 확인해 줬습니다.
아울러 계엄을 선포할 땐 그 이유와 종류,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합니다. (계엄법 제3조)
담화 내용엔 계엄을 선포하게 된 정치적 배경만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계엄의 종류만 밝히고 있습니다.
구체적 일시와 시행지역과 계엄사령관에 대한 공고도 없습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와 국방부 홈페이지에도 계엄과 관련한 일체의 공고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포고령을 내놓을 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이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계엄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엄령 선포가 절차를 위반했다는 건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오이석 박성훈 기자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 : 이채리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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