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직후 탄핵 국면…‘정치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K증시

조문희 기자 2024. 12. 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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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요동쳤던 韓 금융시장, ‘계엄 해제’에 낙폭 만회
정치권 ‘탄핵’ 움직임에 가시지 않은 불안감…“문제는 지금부터”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출렁였던 한국 자산시장이 제 흐름을 되찾은 분위기다. 가상자산은 낙폭을 전부 회복했고, 장외에서1445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1410원대로 떨어졌다. 계엄 해제 이후 문을 연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계엄 사태가 빠르게 일단락됐기 때문에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일각에서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의견도 나온다. 계엄 '헤프닝' 이후 정치권에서 본격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탄핵 열차를 가동시킬 태세여서다. 글로벌 투자사들을 중심으로 "정치 불확실성에 유의하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외국인 수급 이탈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회에서 계엄해제를 의결한 뒤 산회하지 않고 국회본회의장에서 대기하는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6시간 계엄 천하'에 출렁인 韓 금융시장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49.34포인트(1.97%) 하락한 2450.76으로 출발했다. 코스닥 지수는 13.21포인트(1.91%) 내린 677.59로 문을 열었다. 오전 10시 현재에는 낙폭을 소폭 만회해, 각각 1.58%, 1.75%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간밤 먼저 개장한 가상자산‧환율 시장과 해외 증시에서 보인 낙폭과 비교할 때, 국내 증시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날 밤 11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45원까지 치솟았고, 가상자산은 한 순간에 20~30%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증시에서 쿠팡 등 한국 기업 관련 종목은 최대 8%까지 빠지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계엄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계엄 해제가 신속하게 이뤄진 데다,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과는 관련 없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이슈가 한국 주식 시장의 펀더멘탈 변화 요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가가 장 초반 급락할 시 매수 대응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번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해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한다"면서도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해제가 됐고, 이 과정에서 환율과 야간선물 시장 등이 낙폭을 축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국회의 의결로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이미 21조원 팔아치웠는데…'셀코리아' 가속화 우려

중장기적으로 '코리아 엑소더스(탈출)'가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중심으로 이탈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8월부터 4개월 동안 약 21조원어치를 팔아치운 상태다. 반도체 수출 부진과 한국 경기 침체 우려 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비상계엄과 탄핵 가능성이라는 '대형 악재'까지 겹치면서, 증권가에서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국에서는 대형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흐름을 보여 왔다. 하나증권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명박 정권의 광우병 사태 당시 외국인이 2개월간 3조원 순매도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2.9% 하락했다. 2016년 박근혜 정권의 '최순실 게이트' 사태 때는 외국인이 단 5일 동안 9800억원어치 팔아치우면서 코스피 지수가 3.4%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사에서는 "한국의 정치적 변동성에 유의하라"는 경고가 나온다. 밥 새비지 BNY 시장 전략 및 통찰 부문 책임자는 "계엄 사태는 단기간에 끝났지만 한국의 정치 불확실성은 지속하고 있다"며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 분열로 갈등이 심화하면서 한국 정부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인티원의 마크 레저에반스 애널리스트도 "한국 투자에 대한 장기적 우려가 커져 더 높은 리스크가 요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TS롬바드 로리 그린 전략가 역시 "윤 대통령에 대한 시민의지지 기반이 약해 탄핵에 직면한 뒤 내년에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며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한국 자산 시장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저녁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 '사태 진정' 총력…"무제한 유동성 공급"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금융당국은 사태 진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어 "주식시장을 포함한 모든 금융·외환시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며 "필요시 유동성 무제한 공급 등 시장안정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증시에서는 10조원 규모 증안펀드를 비롯해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채권시장·자금시장에는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밤 11시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러나 새벽 1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국회의원 190명 참석에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고, 윤 대통령은 오전 4시27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준비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즉각 퇴진하지 않으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긴급 지도부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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