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 칼국수 나누던 어머니 뜻 잇고… 상실감도 치유받았죠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故 조자야씨 이름으로 1500만원 기부한 딸 최은미씨
생전 시장상인회 식료품 나눔
성당에서도 활발한 봉사활동
“저를 사회복지학 박사 만들고
엄마는 삶에서 사회복지 실천”
장애아시설 개·보수작업 기부
6일 마무리되면 작은 현판도
“경남 양산에서 소문난 맛집을 운영하던 어머니는 형편 어려운 이웃이 가게에 오면 무료로 칼국수를 대접하고, 18년 9개월 동안 초록우산 후원을 하시는 등 더불어 사는 삶을 사셨어요.”
4일 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에 따르면 최은미(45) 씨는 지난해 4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 조자야 씨를 기억하고자 1500만 원을 추모 기부했다. 조 씨는 생전 시장상인회 활동을 하며 가난한 이웃들에게 식료품을 나눠주는 등 일상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그런 어머니의 뜻을 잇기 위해 최 씨는 부산에 있는 장애아동복지시설의 심리 안정실을 재단장하는 데 기부금을 냈다. 새로 꾸며지는 공간에는 어머니 조 씨의 이름을 단 작은 현판이 함께 세워진다.
최 씨는 “어머니는 평소 성당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 기부금으로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을 재단장하면서 어머니도 기릴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조 씨는 2022년 10월 식당일을 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뒤 끝내 하늘나라로 떠났다. 최 씨는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떠나 많이 힘들었는데 내가 낸 추모 기부금으로 수리되는 시설에 다녀온 뒤 상처받은 마음에 새살이 돋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최 씨가 기억하는 어머니 조 씨는 ‘늘 같은 자리에서 따뜻하고 성실하게 주변을 돌보는 사람’이었다. 경남 양산 덕계동에 위치한 시장에서 30여 년간 김밥, 칼국수를 팔아온 조 씨는 장사해서 힘들게 모은 돈을 지역 아동과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나눠왔다. 지역사회에 행사가 있으면 가장 먼저 나서 후원하고, 김장하면 주변 어려운 이웃들에게 음식 나눔을 했다. 조 씨는 나눔을 실천했던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12월 양산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이웃사랑 실천에 대한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최 씨는 “어머니는 시장에서 고생해서 번 돈으로 저를 사회복지학 박사까지 공부시켰다. 내가 사회복지를 학문으로 배웠다면 어머니는 사회복지를 삶을 통해 실천한 분”이라고 기억했다.
조 씨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반이 넘었지만 건강하던 어머니가 하루아침에 쓰러져 몸이 마비된 그날의 기억은 최 씨에게 여전히 마음속 상처로 남아있었다. 당시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라 병원 면회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한 기억 때문에 줄곧 마음이 아팠다고 최 씨는 말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최 씨는 어머니 삶의 터전이었던 시장을 찾아갔다. 늘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맞고,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보듬던 어머니의 손길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더해 최 씨는 이번 추모 기부를 통해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고 치유 받았다고 밝혔다. 나누며 사는 삶을 사랑했던 조 씨의 정신을 물려받는 게 그가 바라는 미래다. 최 씨는 “어머니가 손자를 끔찍하게 사랑하셨는데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에게도 할머니의 나눔 정신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씨가 어머니를 기리기 위한 기부처로 초록우산을 선택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초록우산 직원으로 6년간 근무했다. 당시 부산지역본부 직원으로 맺은 인연이 이번 장애아동복지시설 기부로까지 이어졌다. 최 씨는 “다른 사회복지단체에도 추모 기부를 할 수 있겠지만 초록우산만큼 내 마음과 사연을 잘 알아주고, 섬세하게 기부계획을 세워줄 곳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초록우산에서 어머니를 기억할 수 있도록 기획해 준 덕에 일회성 기부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 씨가 어머니 이름으로 기부한 장애아동복지시설의 심리 안정실 개·보수작업은 오는 6일 마무리된다. 어머니 조 씨의 이름이 걸린 현판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최 씨는 “이번 추모 기부는 시작일 뿐”이라며 해당 시설에서 직접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 씨의 남편과 아들 역시 초록우산 정기후원과 더불어 자원봉사자로 힘을 보탤 예정이다. 조 씨가 뿌린 나눔의 씨앗이 한 가족의 삶을 바꾼 셈이다. 최 씨는 “어머니 이름을 건 장소에서 장애아동들의 삶이 바뀐다고 생각하니 해주고 싶은 게 더 많아진다”며 “내가 가진 사회적 자원을 활용해 꾸준히 지원하는 등 인연을 쌓아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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