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에 기차역이 생겼다…명산과 온천이 곁에 왔다 [울진특집 명산&온천]
울진(손병복 군수)에 기차가 달린다. 국내에서 공기가 가장 깨끗한 곳, 수려한 자연환경과 볼거리, 싱싱한 먹을거리가 있는 '관광자원 보고' 울진의 유일한 아쉬움은 철도교통망이었다. 그런데 이제 옛날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올해 연말 동해선 포항~삼척 구간이 열리면서 울진에만 기차역이 7군데 생긴다. KTX-이음과 ITX-마음, 두 종류의 열차가 달리게 될 울진 주민들은 오랜 숙원을 이뤘다. 교통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그동안 접근하기 쉽지 않았던 울진을 찾는 관광객들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자가용 대신 기차로 좀더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울진의 산과 온천을 둘러본다.
동해선 기차역 7군데, 연말 개통
울진 백암산白岩山(1,004m)은 낙동정맥에서 동해 쪽으로 가지 친 능선에 솟아오른 봉우리다. 응봉산과 더불어 울진을 대표하는 산으로 산세가 웅장하고 유려하다. 동해를 가까이 두고 태백 천의봉(매봉산·1,303m)에서 부산 앞바다까지 뻗어 내리는 370km 낙동정맥에서 살짝 벗어나 있음에도 주변 산봉을 호령하듯 당찬 산세로 솟구쳐 올라 있다. 우리말로 '흰 바위 산'이란 뜻의 이 산의 이름은 정상부 남동쪽 아래 바위지대에서 유래했다.
장대처럼 솟구친 정상은 동해 바다는 물론 멀리 태백산과 청송 일원의 산봉도 눈에 들어와 꽉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 주는데 칠보산으로 내닫는 낙동정맥과 경북 영양 일월산(1,218m)을 비롯해 울진은 물론, 영덕, 영양, 안동 일원의 산봉과 동해바다가 파노라마를 이룬다. 기운찬 산릉에 빼곡하게 우거진 솔숲은 맑은 정기를 몸속 깊이 심어 준다.
산 동쪽 기슭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는 일상과 산행에 지친 심신을 풀어 주는 치유의 공간이다. 이렇게 산세에 치유의 덕목까지 갖춘 백암산은 새해 일출과 한가위 보름달맞이 산행지로도 오를 만한 산봉이다. 산정에 서면 360도 조망이 터지는 데다 널찍한 헬기장이 있어 비박은 물론 캠핑도 가능하다.
가슴이 탁 트이는 조망을 갖춘 백암산
백암산에는 골짜기와 능선으로 많은 산길이 있었는데 샛길이 정리된 이후 원점회귀 코스로 단순화됐다. 온천 지구에서 출발해 능선을 왕복하거나, 능선길 따라 정상에 올랐다가 백암폭포를 거쳐 온천단지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를 밟는다.
들머리는 온천단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태백온천모텔 뒤편. 도로 끝 산행 들머리에 입산통제소가 있다. 통제소를 지나 완경사 능선길 따라 1km 정도 오르면 '정상 3,905m' 표석과 백암폭포 팻말이 선 갈림목에 닿는다. 이후 119 구조대 3번 지점 팻말을 지나 지류 건너편 능선으로 접어들면 '천냥묘'란 팻말이 선 무덤에 닿고, 능선과 점차 멀어지며 왼쪽 사면을 가로지르다 '정상 2,445m' 표석이 선 갈림목에 닿는다. 여기서 왼쪽 길은 계곡을 가로지르고 백암폭포와 백암산성을 거쳐 정상을 오르는 길이다.
능선을 따라 정상에 서려면 곧장 뻗은 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이후 넓은 계곡과 급경사 지능선을 거쳐 천냥묘에서 벗어났던 주능선 위로 다시 올라선다. 여기서 150m쯤 오르면 선시골 갈림목을 지나 정상이 빤히 바라보이는 헬기장에 닿는다. 정상에 비해 바람이 덜 몰아쳐 식사나 휴식장소로 적합하다. 헬기장에서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5분여 가면 널찍한 헬기장이 닦여 있고, '白巖山 頂上 1004m'라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백암폭포로 가려면 정상서 왼쪽 길 따라 흰 바위로 향해야 한다. 숲길을 내려서다가 흰 바위 바윗길과 널찍한 안부 갈림목을 지나 무명봉에 올라서면 산성 흔적이 돌무더기로 남아 있는 백암산성에 올라선다. 고려 공민왕이 난을 피해 온 적이 있다는 백암산성에서 100m쯤 가다가 주능선을 버리고 왼쪽 지능선을 따라 20분쯤 내려서면 안성이씨 묘소와 무명 무덤을 만나는데, 여기서 왼쪽 능선을 넘어간다. 이후 아름드리 소나무 우거지고 가파른 능선 길을 따라 계곡에 내려선 다음 300m쯤 내려가면 왼쪽으로 백암폭포가 보인다. 바위 능선 도중 조망대에 올라서면 백암계곡 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길은 폭포 아래 등산로 안내판에서 골짜기를 50m쯤 따라 내려가다가 물줄기를 건너 왼쪽 산비탈로 이어진다. 이 길은 정상으로 오를 때 지났던 백암폭포 갈림목을 지나 백암온천모텔 도로로 이어진다. 산행거리는 약 10km에 5~6시간 걸린다.
창에 맞은 사슴을 치유한 백암온천
백암산 산행 들머리이자 날머리에 있는 백암온천 일대의 지명은 온정溫井면 온천溫泉리다. 마을 이름에서 온천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신라 때 사냥꾼이 창에 맞은 사슴을 쫓다가 날이 저물어 이튿날 다시 짐승의 행방을 찾던 중 사슴이 멀쩡하게 도망가는 것을 보고 사슴이 누워 있던 곳을 살피던 중 뜨거운 물이 솟는 샘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 후 백암사 스님들이 목욕할 수 있게 욕탕을 수축하고 병자들을 목욕시켰더니 그 효험이 뛰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에 나오는 '평해온천平海溫泉'이 백암온천에 대한 기록일 것으로 추정된다. 백암온천은 퇴행성관절염, 당뇨, 고혈압, 아토피피부병, 건선에 특히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울창한 소나무숲 갖춘 응봉산
응봉산(998.6m)은 삼척과 울진 경계에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아직은 드문 아름다운 청정계곡을 여럿 거느리고 있는 이 산은 울창한 소나무숲으로도 유명하다. 직선거리로 15km가 안 되는 곳에 동해바다가 있고, 그 사이에 걸리적거리는 게 없는 뛰어난 조망까지 갖춰 새해 해돋이 산행지로 인기 있다. 계곡 중간부터는 금문교, 노르망디교, 하버교 등 세계 각지의 유명 교량 12개의 축소판 교량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응봉산이 등산인들로부터 사랑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물 좋기로 이름난 덕구온천 때문이다. 응봉산이 온천산행지로 제격인 건 덕구온천을 기점으로 출발지로 돌아오는 산행을 할 수 있어서다. 덕구온천에서 출발, 온정골 북쪽 능선을 타고 계속 동진하면 정상이다. 옛재 능선길을 통해 능선을 따라 정상에 선 다음, 온정골로 내려와 덕구온천 방향으로 빠져나온다. 정상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옛재 능선길은 덕구온천스파월드 진입로 갈림길이 있는 곳에서 곧장 고갯마루로 올라붙으면 닿는다. 갈림길에서 350m 도로 따라 올라가면 등산안내판이 있고 왼쪽으로 산길이 보인다. 여기서 계단길로 접어들면 응봉산 특유의 멋진 소나무숲 능선이 시작된다. 정상으로 이어진 옛재 능선길은 널찍하고 뚜렷해 어두컴컴한 새벽이라도 랜턴만 있으면 정상까지 갈 수 있다.
산행 시작 후 1시간쯤 지나면 제1헬기장에 닿는다. 산 아래 온정골 주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여기서 약 1시간을 더 걸으면 제2헬기장에 닿는다. 송림이 울창한 헬기장이다. 여기서 막바지 오르막길에 신경을 집중해 20여 분이면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2.5m 높이의 정상 표지석과 삼각점이 있다. 하산은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른다. 급경사이기에 눈이 쌓였을 땐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소나무가 많은 흙길이라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급한 송림 길을 내려가면 물소리와 함께 온정골에 닿는다. 계곡은 데크와 다리가 여럿 있어 산행이 수월하다. 온정골에 닿은 후 15분 정도 걸으면 덕구온천 원탕에 이른다.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온천 덕구온천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온천인 덕구온천은 41.3°C의 원수를 데우거나 다른 물을 섞지 않은 채 그대로 사용한다. 응봉산 중턱에 있는 원탕에서 송수관을 연결해 덕구온천까지 온천수를 끌어온다. 원탕은 1979년 이전만 해도 노천탕이 있었는데 지금은 등산객의 피로를 풀어주는 족욕탕으로 기능하고 있다. 약알칼리성 온천수인 덕구온천은 신경통, 류마티스성 질환, 근육통, 피부질환, 여성의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근육신경마비에 효험이 뛰어나다. 1991년 2층 건물에서 영업을 시작한 덕구온천은 관광호텔과 대온천탕, 스파월드, 한식당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종합온천휴양지로 발전했다.
왕돌초의 왕초 울진대게가 왔다
울진대게 철이 돌아왔다. 정월대보름 무렵 계절풍이 불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대게잡이가 시작된다. 대게는 울진군 후포면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왕돌초라는 수중 암초에 주로 서식한다. 현지 주민들이 '왕돌짬'으로 부르는 왕돌초는 여의도 면적 2배 크기로 수중 생물들의 안식처이자 산란처다. 금어기가 풀리는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가 제철로 이맘때 울진 후포항에는 커다란 솥에 대게 찌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죽변항 방파제를 비롯해 죽변항과 후포항 곳곳에 대게 음식점들이 있다. 대게라는 이름은 큰 대자를 붙인 '큰 게'란 뜻이 아니다. 길쭉한 다리가 대나무 같아 대게라고 한다. 우리가 먹는 대게는 수컷이다. 꽃게처럼 알이 꽉 찬 대게가 식탁에 오르지 않는 까닭은 암컷은 자원 보존을 위해 잡을 수 없기 때문. 몸집은 수컷이 훨씬 큰데 보통 황금색, 은백색, 분홍색, 홍색 네 종류로 구분한다. 색깔이 짙을수록 살이 단단하고 맛있다. 황금색이 도는 것을 박달대게라 부르고 최상급으로 친다. 대게는 통째로 찜통에 쪄먹는 것이 정석. 살이 꽉 찬 박달대게는 담백하면서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온다.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다리는 가위로 껍데기를 세로로 자른 뒤 잡아당기면 하얀 속살이 쏙 빠져나온다. 놓칠 수 없는 별미가 게딱지. 게딱지 안 내장에선 짭조름한 바다향이 난다. 내장을 다 먹은 뒤 따끈한 밥을 넣고 김가루를 뿌리고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려 비벼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우리만큼 대게에 열광하는 일본인들이 대게 내장을 '카니 미소'라 하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미식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걸 껍질째 숯불에 올려 구워 먹거나 김으로 만 초밥 위에 얹어 먹기도 한다.
좋은 대게는 배를 살짝 눌렀을 때 단단한 것이 내장도 잘 들어 있고 싱싱한 것이다. 그리고 배 쪽에 진하게 내장색이 비치는 게 좋고, 다리를 눌러봤을 때도 단단한 것이 좋다.
울진대게를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 내년 2월28일부터 3월3일까지 후포항에서 열리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그것이다. 울진에서 잡히는 신선한 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행사등 다양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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