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르신 성지 ‘탑골공원 일대’ 내년부터 금연구역된다
근처 무료 급식소 이전도 추진 중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노인들의 휴식처로 불리는 ‘탑골공원 일대’가 내년부터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다. 금연 구역은 지정은 탑골공원 환경 개선 사업 일환으로 근처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3곳도 이전이 추진된다.
3일 종로구청에 따르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는 곳은 담장으로 둘러쌓여진 탑골공원 외부다. 원각사 무료 급식소 등이 위치해 점심이면 노인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는 곳으로, 바둑이나 장기판을 앞에 둔 노인들이 의자를 놓고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곳이다.
지금도 담장으로 둘러싼 탑골공원 안쪽은 금연 구역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탑골공원에 세워진 담장보다 사적 지정 면적이 넓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금연 구역을 지정할 예정”이라며 “내년 1월 중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종로구는 탑골공원이 3.1 운동 당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던 역사적인 장소임에도 주변에 노상방뇨와 흡연, 쓰레기 무단투기 등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봤다. 이에 2022년 공원 개선 사업 TF를 구성하고, 닫혀있던 북문과 동문을 최근 개방했다. 장기적으로 공원을 둘러싼 담장도 허문다는 계획이다. 공원을 개방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시민이 오갈 수 있는 장소로 만든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찾은 탑골공원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여전히 많은 노인들이 모여 있었다. 공원 내부에는 앉아서 휴대전화를 보거나 담소를 나누는 할아버지들이 많았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 커플이 한 쌍,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있었으나 “어떤 곳인지 잘 모르고 그냥 들어왔다”며 원각사지 10층 석탑만 짧게 살펴 본 뒤 공원 밖으로 나갔다.
공원 안에는 ‘탑골공원은 금연구역 입니다. 흡연 행위시 과태료 10만원 부과’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크게 걸려있었다. 청소 중이던 공원 관리자 A씨는 “밖에서 들고 오시는지 공원 안에도 꽁초가 무더기로 나온다”며 “근처에 무료 급식소가 여럿 있다보니 어르신들이 공원 안까지들어와 줄을 선다. 그때 기다리면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원을 나와 담장 둘레를 돌자, 손에 담배를 든 이들이 금세 눈에 띄었다. 보도블록 사이사이에 꽁초가 박혀 있는 모습도 흔했다. 무료 급식이 끝난 오후 시간이었으나, 담장 옆에 장기판을 두고 모인 이들이 많았다. 일부는 큰 소리로 싸우기도 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한 70대 노인은 “사람들도 있고 밥도 주고 이만한 데가 없다”고 말했다.
탑골공원에 노인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알려져 있다. 근처에 원각사 무료 급식소가 있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이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탑골공원 근처에는 원각사, 하늘궁, 노후희망유니온이 운영하는 3곳의 무료 급식소가 있다.
종로구는 장기적으로 무료 급식소도 이전을 추진 중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이전 장소는 종로구 관내 혹은 관외도 고려 중”이라면서도 “이전은 (서울시와 급식 업체 등) 이해설득이 필요한 사항으로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회복지원각 측은 “탑골공원 일대를 떠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사적지 보호와 시민 모두를 위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갈 곳 없는 노인들을 내모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려도 있다.
공원 관리자 A씨는 “공원이 깨끗해지면 좋겠지만, 노인들이 갈 곳이 없어 못 떠날 것 같다”며 “날도 추워지는데, 이분들에게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모여 있을 곳이 있으면 좋긴 하겠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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