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룸' 낯뜨거운 전단지 싹쓸이…바뀐 건 거리 풍경만이 아니었다[르포]

김미루 기자, 김선아 기자 2024. 12.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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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건대 맛의 거리'.

불 꺼진 식당 사이 거리는 바닥이 반질반질해 보일 정도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광진경찰서는 지난해 3월 지역치안협의체 의제로 맛의 거리 치안환경 조성에 나섰다.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맛의 거리 112신고 건수는 지난해보다 12%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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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건대 맛의 거리'. /사진=김선아 기자


3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건대 맛의 거리'. 불 꺼진 식당 사이 거리는 바닥이 반질반질해 보일 정도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원색적인 내용의 불법 전단지 수천장으로 뒤덮이던 곳이다.

이날 출근길에 한 식당 직원 백모씨(50)는 "원래 출근할 때 전단지가 팔랑팔랑 날아다녔다"며 "지금은 밤 9시 퇴근길에도 도로에 전단지가 없다. 정말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모씨(50)도 "여기서 근무한 지 2년 됐는데 지난해 여름부터 거리가 많이 깨끗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는데 밝고 깨끗한 거리에서 사람들이 조금 더 조심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광진경찰서 집중 단속 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건대 맛의 거리' 모습. /사진=독자 제공
'셔츠룸' 전단지 오토바이男 잡은 경찰과 상인들
지난해 광진경찰서 집중 단속 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건대 맛의 거리' 모습. /사진=독자 제공

깔끔해진 건대 맛의 거리에는 경찰의 노력이 숨어있다. 광진경찰서는 지난해 3월 지역치안협의체 의제로 맛의 거리 치안환경 조성에 나섰다. 지난해 6월부터는 상인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곳 상인들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였다.

불법 전단지를 뿌리던 이도 경찰과 상인들 공조로 붙잡혔다. 경찰은 지난해 6월15일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양모씨(29·남)를 현행범 체포했다. 수년간 성매매 전단지를 하루 수천장씩 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양씨의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양씨는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의 집에 있던 불법 전단지 17만6000장도 압수했다.

이날 만난 이옥희 건대상가번영회장은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번호판도 없는 오토바이를 탄 양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밀어버리며 아슬아슬하게 도주했다. 맛의 거리에서 고깃집, 술집을 운영하는 상인 10여명이 나와 경찰과 함께 양씨를 뒤쫓았다. 이 회장은 "그 경찰관분 많이 다쳤을 거다"라며 "오토바이에 싣고 다니는 '셔츠룸' '나이트' 전단지 뭉치가 엄청 많았는데 다 같이 뺏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불법 전단지를 뿌리거나 범행에 일조한 5명이 청소년보호법 위반 또는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다. 검거된 이들 중에는 양씨의 의뢰를 받고 불법 전단지를 제작한 인쇄소 사장도 있었다. 경찰은 인쇄소 사장 서모씨(64·남)도 청소년보호법상 방조 혐의로 붙잡았다.

112신고 12% 감소, 폭력 범죄도 19% 줄어
3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건대 맛의 거리'. /사진=김선아 기자

광진경찰서는 'CPTED'(범죄예방 환경 디자인)를 적용해 안전한 거리를 조성하는 데도 힘썼다. 업장 내 성범죄나 무전취식을 막기 위해 'CCTV(폐쇄회로TV)가 지켜보고 있다' '술 때문이라는 변명은 더 이상 없다' 등의 문구가 담긴 스티커를 붙였다.

그 덕에 올해 범죄 발생 건수가 줄어드는 성과도 있었다.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맛의 거리 112신고 건수는 지난해보다 12% 줄었다. 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19%, 무전취식도 1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부터 개선에 나섰던 '구의 미가로'에서도 112 신고 건수가 1년 사이 9% 줄어드는 성과가 나타났다.

경찰은 관내 또 다른 먹자골목으로 확대해 범죄예방 노하우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내년 군자 먹자골목에서도 지역사회 협력을 통해 범죄예방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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