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피해 복구, 어디서부터 손써야 할지 막막”…넋 놓은 농가 ‘발만 동동’
철거·재설치 비용 감당 어려워
“국가적 재난…정부 나서 지원을”

“이러다 내년 농사까지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 큽니다.”
11월26∼28일 내린 폭설로 비닐하우스와 축사가 붕괴되는 등 피해를 본 농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무너진 하우스를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 농사를 할 수 있지만 하우스 철거는커녕 눈도 못 치우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철거비와 새로 시설을 구축하는 비용만 해도 개별 농가가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인데, 이러다 내년 농사에까지 지장이 생기면 앞으로 살길이 막막해질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이번 피해가 워낙 광범위하게 발생해 농가 개인의 힘만으로는 복구가 불가능한상황이다. 무너진 하우스를 철거하는 데 큰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새로 비닐하우스를 세우려면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에 사는 이재문씨(65)는 “포도 홍수출하 시기를 피하기 위해 시설비를 2배 이상 더 들여 6612㎡(2000평)짜리 연동 비닐하우스를 지었는데, 그게 이번에 다 무너졌다”며 “요즘 인건비가 비싸 철거하는 데만도 돈이 엄청 많이 들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피해 상황과 시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농가별로 하우스 철거에만 수천만원이 들고, 새 시설 설치에는 수억원이 소요된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지금 상태라면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폭설 피해를 본 방울토마토농가 정병헌씨(66·경기 평택시 진위면)는 “4628㎡(1400평) 규모의 연동하우스를 철거하는 데만 3000만원 이상 필요한데, 폭설 피해로 외부 골조와 내부 시설까지 모두 치워야 해 비용이 더 들 것”이라며 “새로 연동하우스 3306㎡(1000평)를 꾸리고 필요한 시설까지 설치하려면 3억원 이상 드는데, 융자가 가능하다 해도 70세에 가까운 나이에 그 정도까지 투자해 다시 농사를 지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게다가 철거와 시설 설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 비용이 오르고 철거업체를 구하기도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만3140㎡(7000평) 규모로 인삼농사를 짓는 조남정씨(73·충북 음성군 금왕읍)는 “폭설 피해가 인삼밭 전체에 발생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며 “그나마 겨울이라 무너진 차광막과 지주대를 한달 내에 치우면 곰팡이병 등 병해를 막아 인삼을 살릴 순 있지만 저 넓은 밭에 투입할 대규모 인력을 이 겨울에 어디서 구하겠느냐”며 하소연했다.
이규필 강원 횡성축협 상무는 “이번 폭설로 시설하우스뿐 아니라 축사에까지 피해가 발생해 복구업체가 빠르게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붕괴된 축사에 있던 가축을 다른 동에 합사해 키우고 있어 복구가 늦어질 경우 밀집사육으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수농가들은 복구 방식을 결정하는 데도 곤란을 겪고 있다. 시설재배의 경우 우선 파손된 비닐하우스와 비가림시설을 제거해야 하지만 시간과 인건비가 많이 소요되는 게 문제다. 나무 살리기를 포기하면 중장비를 투입해 파손된 시설과 나무를 한꺼번에 치우면 되니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내년에 다시 묘목을 심어 본격적인 수확을 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문제가 생긴다.
지난해 새로 설치한 6612㎡(2000평) 규모의 포도 비가림시설이 무너진 권혁일씨(45·입장면)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포도 수확에 들어가기 때문에 나무를 살리기로 결정했지만 철거 시간과 비용을 얼마나 많이 투입해야 할지 가늠조차 안된다”고 걱정했다.
블루베리처럼 가온재배를 하는 작물은 복구가 늦어지면 나무가 상온에 노출되면서 저온피해를 볼 위험도 커진다. 이같은 피해가 겹치면 그 규모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채소농가들도 미래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방울토마토 농가 정병호씨(69·진위면)는 “내년 1월까지 예정했던 가을작기 농사는 이미 망쳤고, 봄작기를 위해 미리 방울토마토 모종을 주문해놓은 상태지만 봄작기 농사도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며 “다시 농사를 시작하기까지 몇개월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시설하우스 15개동이 무너진 안성배씨(70·금왕읍)도 “기존 시설 철거와 재설치까지 몇달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라 내년 1월말에 시작하려 했던 1기작 수박농사는 물 건너 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추가적인 손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농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폭설은 국가적 재난인 데다 피해규모가 워낙 커서 기초지방자치단체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나서 피해 복구 작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강원지역은 축사가 대부분 산지에 있다보니 나무가 쓰러지면서 지붕을 무너뜨린 곳이 많아 개별 농가의 힘만으론 복구가 불가능하다”면서 “지금 소값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판국에 이걸 걷어내고 다시 설치하는 비용은 농가에게 상당한 부담인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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